양해민, 학교 24-3, 시간이 필요해요(새 담임선생님과 첫 만남)
나래학교에 도착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기로 한 날,
어떻게 의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안은 채로
여느 때처럼 의논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민이 풀릴 것을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실로 향한다.
일전에 해민 군 교실은 2층에 있다는 실무원 선생님 말씀을 떠올려
건물안내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2층으로 향한다.
학교에 들어와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괜히 마음이 아련해진다.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마음껏 학생일 수 있는 느낌을
해민 군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온전히 충분히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정작 학교를 다닐 때는 모르지만
훗날 졸업해서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그땐 왜 몰랐지?”하는 감정도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실에 들어가니 해민 군이 없다.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 간 거지?
당연했다.
해민 군은 2학년 2반.
나는 2학년 1반 교실에서 해민 군을 찾았다.
반대편 교실로 가니 학생들의 하교를 돕느라 자리를 비운 담임선생님을 대신해실무원 선생님과 해민 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무원 선생님은 당일 1시간 빠른 퇴근을 하셔야 해서
중간에 자리를 뜨셔야 함을 알렸다.
담임선생님이 오시고 막상 어디서부터 의논을 시작해야 할지,
나름대로 구상한 수첩을 향해 눈을 슬쩍 돌리려는 순간
보조기 착용요령에 대해 나눠보면 어떨까 하셨다.
덕분에 자연스레 보조기를 꺼내
해민 군에게 양해를 구하고 착용해 본다.
하지만 뜻대로 (착용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때로 잘 되고, 때로 어려운 것이
역시 아직 숙달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지퍼를 올리는 과정부터 다이얼에 벨크로를 붙이는 과정마다
오늘따라 난관이다.
담임선생님과 실무원 선생님과 나까지 세 명이서
해민 군을 둘러싸고 궁리하며 이리저리 보조기를 조절해본다.
해민 군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숙달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고
전담직원으로서 숙지하고 있지 못한 점이 부끄럽기도 했다.
새 실무원 선생님이 전에 해민 군과 학교생활을 하셨던
실무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해본다.
하지만 이전 실무원 선생님뿐만 아니라
새 담임선생님도 주로 학교에서는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보다
벗는 것을 도와주셨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행사가 있을 때는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고 등교를 하며
평상시에는 오전 일과를 보내고 식사 전 벗기만 한다고 하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보조기 착용방법 공유’ 계획은
‘보조기 착용요령 숙달하기’를 더 마음먹게 되는 계기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다소 씁쓸하게 보조기를 정리하고
선생님과 정식으로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다.
창포원에서 통화했을 때 어렴풋이 들어서 기억나지 않았던
새 담임선생님의 성함은 김수현 선생님.
통화로 목소리만 들었을 때에 비해
생각보다 젊어 보이시는,
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에서 오래 몸담아 노련함이 엿보이는 선생님이셨다.
나는 다시 한 번 수첩을 쳐다보고
궁금한 점을 여쭙는다.
나래학교의 하루 일과와 시간표가 궁금했는데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고 나중에 통지한다고 하셨다.
칠판에 적혀있던 임시 시간표를 촬영해도 되는지 여쭙고 찍었다.
그 외에 해민 군의 집중도나 수업 참여도, 교우관계와
식사 시간 지원 방식, 속옷 얼마나 소요가 되는지,
양치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쭈었다.
그리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뇌전증 증상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방식을 짚었다.
선생님은 증상과 지속 시간 등을 공유해주실 것이라며
역시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이셨다.
학교에서 해민 군이 필요한 물티슈나 속옷 등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와 필요할 때 배송 방법 등
어머니가 상관하시는 일도 의논한다.
해민 군 학교생활을 의논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마치 직원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 세례를 던지는 자리인 양
너무 내가 궁금한 것만 여쭤본 듯했다.
학교에서 곤란한 점이나
바라는 점, 참고할 점이나 궁금하신 점을 여쭈었을 때는
“시간이 필요하다.”하셨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잠시 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과 해민 군은 이제 겨우 3일 만났다.
직원이 요령을 알려드리고 궁금하신 사항을 여쭙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생님께 시간이 필요함은 확실했다.
그래서 다음 달에, 여력이 되는 날
다시 또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는
조금 더 구체적인 도구를 활용해
명확한 의논을 하고 싶다.
선생님과 나
모두 한 달 후에는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품는다.
2024년 3월 6일 수요일, 서무결
개학하고 양해민 군 담임 선생님께 첫인사 감사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죠. 전임자의 기록이나 다른 학생들의 학교 첫인사 기록을 살펴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첫인사니 어머니와 함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구요. 첫인사를 다녀왔지만, 지금이라도 기록을 살펴보면 좋겠어요. 신아름
새 담임 선생님과 새 전담 직원,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새로움과 유익이 있을 겁니다. 서로 의지하며 복되기 빕니다. 월평
양해민, 학교 24-1,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미용실 첫 방문)
양해민, 학교 24-2, 새 담임 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첫댓글 어머니가 이 자리에 함께 계셨으면 좋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