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조금이라
공사장에서 일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월출산 산자락 아래있는 공사장으로 출근하였는데
9시 오전 참 먹고나니
천둥 벼락을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퍼부어
작업 중단을 한 체 퇴근해야 하나? 목하 고민 중인데
작업 반장이 11시에 비 그치면 작업 전개하자고 어르는 바람에
퇴근을 포기하고 시멘트 냄새나는 빈 공간에 쪼그려 앉아 글을 쓴다.
지금 내리는 빗줄기의 굵기가
불어 터진 구포국수 면발보다는 더 굵어 보이고
기다란 나무의자에 앉아서 먹는
부산의 서면시장 칼국수집에서 썰어 낸
칼질하기 어려운 맨 끄트머리의 널따란 면발보다는 가늘어 보인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빗줄기가 새끼손가락 굵기라면 믿어 줄까?
초여름의 장맛비가 아닌
여름날의 끝물쯤에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니
초짜배기 촌노의 가슴은 허하기만 하고
그리움이 뇌리에 쌓여 짱구 머릿속엔 파란 곰팡이만 피고 있다
이럴 땐 아무에게나 나의 속마음을 들어 내 보이면
가슴 한편에서 곪고 있는 상처 투성이가 낫기라도 할 텐데...........
누구 하나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
나의 흔적에 항칠만 하고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구나.
오늘은
굵은 빗방울을 바라보며
반찬 타령이나 해 보아야겠다.
시골에서 나 홀로 생활해 보니
가장 힘든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반찬 만들기다.
혼자 먹는 반찬을 만들려고 하니
조리시간도 길고 또한 량 조절하기 귀찮아
시골에서 혼자 있을 땐 나 홀로 반찬 조리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수영 팔도시장 옆에서 살 때에는
반찬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팔도시장 안에 반찬가게가 여럿 있다 보니
잡채, 두부조림, 깻잎조림, 우엉조림, 연뿌리 조림, 어묵조림, 코다리 조림,
오징어 일미 무침, 무채 무침, 콩나물무침, 파래무침, 계란말이, 감자채 볶음,
마늘쫑, 샐러드, 등등등...
반찬 1팩에 3,000원 4팩 구입하면 10,000원
주로 4팩을 구입해서 먹다 보면 2~3일 만에 동이 나고
더불어 국(재첩, 미역, 된장) 김치찌개와 추어탕 등등도
한봉 다리에 5,000~10,000원어치 구입하면 이틀정도는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시골에서 살다 보니
읍내에 매일마다 파는 반찬가게는 없고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 이동식 반찬가게가 문을 연다.
이제는 시골 사람이 다 되어 버린 탓인지
처음 시골 왔을 때엔 장날마다 구경 다니며 반찬도 자주 사 왔는데
지금은 한 달에 장날 한 두 번 정도 다니며 반찬가게도 잘 찾지 않는다.
매일마다 3끼 밥을 해 먹으면서
게을러서 반찬 조리는 잘하지 않고
농협마트에 전시된 반찬거리를 구입하여 끼니를 때운다.
치자 단무지, 새우젓, 오징어젓갈, 김자반, 꽁치통조림, 마늘장아찌 등등이며
조리한다는 게 기껏해야 계란 프라이나 계란 중탕을 끓여 먹는 게 전부이다.
이렇게 먹고살다 보면 조만간에 영양실조 걸려 입원해야 될 것 같다.ㅎㅎㅎㅎ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운문산 골짜기에서
나일론 주부로 명성을 떨친 J님이랑
반찬 만들기 시합을 한번 해 보았으면.............. 참! 좋겠다!
첫댓글
좋은 여자친구들이 많다고
자랑도 하신 것 같았는데요.
사시는 곳은 남도의 어느 곳인데
왠 넉두리 속에,
부산의 지명이 다 입니다.
빗줄기의 굵기에
구포 국수가 등장하고...
보슬비님의 글에
고향지명이 나와서 향수에 젖네요.
만들 수 있으시니자유롭고,
건강하다는 표시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글을 읽고 보슬비님이 여자분인가 궁금하여
회원정보를 검색해보았네요
저도 가끔 집밥을 해 먹는데
황탯국 김치찌개 제일 자신 있는 건 계란탕입니다
혼자 음식을 만들어 혼자 먹는 게 별로여서
식당밥 먹을 때가 많습니다
즐감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뚜기 3분카레나 3분짜장을
몇개사서 놓으면 반찬하기 싫을때
요긴하게 먹을수 있지요.
밭의 한쪽을 채소밭으로 만들어서
푸성귀를 가꾸면 역시나 급할때
좋은 찬거리를 제공 받을수 있을
것입니다.
ㅎ 장대비 표현이 다채롭군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