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중국 쓰촨성 베이촨현이 엄청난 대지진 피해로 복구가 불가능해 아예 통째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인근 쵱촨현에서는 인접한 산에 대균열이 발생해 주민 900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더욱이 쓰촨성 내 핵시설에 매설된 방사능 물질의 누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대지진에 따른 극심한 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촨현을 시찰한 리커창 중국 부총리는 21일 90% 이상 가옥이 붕괴한 이 지역을 재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 현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것을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베이촨현은 전체 2만2000명 주민 가운데 8600명이 사망하고 6000명이 실종된 상태다. 물 전기 가스 도로도 모두 끊겨 도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게다가 이곳 주변에 형성된 언색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근 산이 일부 잠기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CCTV는 “현재 구조대와 의료진이 긴급 대피해 구조작업이 중단됐다”며 “하루 이틀이 지나야 구조가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칭촨현에서는 현 도심에 인접한 산 전체가 갈라져 이 일대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칭촨 읍내 북서쪽에 위치한 스즈량산에 길이 1.5㎞, 폭 50㎝, 깊이 250m의 균열이 생겨 산이 붕괴될 위기에 놓인 것. 이미 세가닥으로 틈이 갈라져 산 북면은 1m나 아래로 내려 앉았다. 주변에 머물고 있는 주민 5만여명과 구조요원들은 산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지진으로 무너지거나 붕괴 우려가 있는 가옥을 피해나온 쓰촨성 전체 이재민 1240만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방사능 누출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과학자협회 핵무기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슨의 말을 인용, 중국 핵폭탄 연구의 산실인 쓰촨성 일대에 방사능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텐슨은 “지진의 강력한 파괴력을 감안하면 핵 물질을 보유한 군수공장들이 지진 피해를 비켜갔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환경보호부 저우성셴 부장은 “방사능 물질 32개가 지진으로 잔해 더미에 묻혔다”면서도 “하지만 이 중 30개가 안전하게 회수됐고 나머지 2개는 위치를 파악해 밀봉 조치를 했으며 곧 안전한 장소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촨성 턾양은 중국 최초의 원자폭탄이 개발된 도시이며, 광위안은 플로토늄 처리 핵시설이 있는 곳이다.
아울러 중국 국내 인터넷에는 이번 지진을 일으킨 진원지가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지진 진원지가 간쑤성 텐수이와 산시성 시안 중간지점까지 이동하면서 지표면이 계속 갈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삽시간에 퍼지자 중국 국가지진국은 “지진은 계속 발전하는 게 아니다”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진력했다. 청두(쓰촨성)=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서울=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