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이거 참 기막히게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각하. 그래서 알아서 처리하고 나니 전혀 다른 반응을 대하게 됩니다. 이게 무슨 꼴이야? 내가 그렇게까지 하라고 했는가? 그러면 어쩌라고요? 앞의 사람이 당한 그대로 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일입니다. 돌이킬 방도는 없습니다. 자신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자기 하나 희생하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폭동 진압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살생전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당장 막지 아니하면 어떻게 사태가 악화될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만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결단해야 합니다.
애써 밥 지어놓았더니 그 밥을 먹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 참 기막힐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길 깔아놓으면 그 사람을 밟고서 편안하게 지나갑니다. 억울하지요. 그러나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토사구팽’이란 말을 알고 있습니다. 이용하고 나서 필요 없다 싶으면 처리하는 거죠. 그런데 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용한 사람이나 이용당한 사람이나 모두 처리가 되고 엉뚱한 제삼자가 이익을 차지하는 겁니다. ‘어부지리’라고 하나요? 그 마지막 순간 그 사람이 차를 육군본부로 돌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이 한 사람의 운명과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대단한 시점이었습니다.
기억하기로 군사재판이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닙니다. 속전속결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는 형장의 이슬로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생각해봅니다. 개인적 감정이 우선이었을까, 대의가 먼저였을까? 그의 마지막 진술이 육성으로 들립니다. 그는 자신이 처치했던 전 중앙정보부장과 혁명 동기이기도 합니다. 한발 앞서 당한 자신을 빗대어 조심할 것을 당부합니다. 각하의 묵인 하에 처리하고서는 자신이 바로 그 입장에 놓이지요. 그렇게 되는 과정 속에 꼭 껴드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각하의 경호실장입니다. 박통의 오른팔이 되어서 자기가 그 권력을 모두 행사하고 있습니다. 박통은 왜 그를 그렇게도 신임했을까 모르겠습니다.
세계사 속에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로 이 나라에서도 사용하고자 했던 사람이 바로 박통의 오른손이 된 경호실장입니다. ‘각하가 곧 국가이고 내가 바로 국가를 지키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내 앞에 얼씬거리느냐 하는 거죠. 안하무인입니다. 야당대표도 자기 군화발 밑에 짓이겨지고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소위 국가가 먼저지요. 18년의 군사독재에 시달린 국민이 여기저기 들고 일어날 기세입니다. 그러니 모두 짓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 안 되면 총칼로라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 그렇게 시행하려 합니다. 옆에서 중앙정보부장이 각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애쓰는데 겁 많은 졸장부 취급을 당합니다. 나아가 아예 그 자리에서 밀어낼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냥 자리에서 떠나면 되는 걸까요?
군사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시작 단계에 있었습니다. 막 6.25전쟁을 치르고 나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때입니다. 그리고 초대대통령이 억지 3선 개헌으로 다시 권력을 잡으려 하다 4. 19 의거로 물러났습니다. 아직 모든 면에서 제대로 자리가 잡히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그 때 뜻있는(?) 군인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우리가 왜 혁명을 일으켰는가? 이 질문이 몇 번 나옵니다. 그 혁명에 가담했던 실세들이 스스로 묻는 겁니다. 이제 18년의 권력을 경험하고서 돌아보는 셈이지요. 마지막 그 일인자에게 총부리를 겨누기 직전 그에게도 묻습니다. 한 마디로 당시 군대를 이끌고 한강다리를 건너던 초심이 어디로 갔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억하기로는 처음 군사혁명 체제로 얼마간 지낼 때에는 대부분 희망을 가졌습니다. 혼란보다는 그래도 안정 속에서 발전해가기를 국민 모두가 희망했을 테니 말입니다. 안정을 찾으면 군인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권력을 잡는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 공로를 인정해서 많은 국민이 그래도 그 쪽을 택하였습니다. 그런데 권력이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마약과도 같다고 하던가요? 한번 잡으면 놓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법으로 강력하게 제지하고 있으니 마지못해 내려가는 것이지요.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 사건 후 엉뚱한 사람이 나타나 다 된 밥을 차지합니다. 우리 국민은 다시금 군화발에 짓밟히는 불행을 맞게 됩니다. 그러리라고 누가 예견이나 했겠습니까? 우리의 오늘은 정말 많은 피의 대가입니다. 결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요. 개인의 입장과 대의가 묘하게 어우러져 그 큰 사건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았습니다. 사건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입니다. ^&^
감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조용하면 영화보러가려고 합니다.
예, 걱정이네요. 언제나 끝날지.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을 빕니다. ^&^
감사합니다
^^
화제영화지요..
잘 읽고 갑니다.
잘볼게요
어브지리 란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