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가족 24-6, 할머니는 못 뵀지만 시장 나들이
해민 군 조부모님 가게에 첫 인사를 드린 후
좀처럼 찾아뵙지 못했다.
올해 지원계획서에서도
분명하게 세운 계획,
조부모님 자주 찾아뵙기….
이번 주부터는
운동재활 수업 시간을 주 1회로 변경했기에
화요일 오후, 반나절의 여유가 더 생겼다.
다시 주 2회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 여유이지만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그리하여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바로 하교를 해도 되겠지만
직원 차량으로 함께 하교한 후
할머니를 뵈러 시장으로 향한다.
“해민아, 할머니 뵈러 갈까?”
의미 있게 오후를 보내고 싶다는 희망에
해민이도 공감해주길 바라며
연거푸 물었다.
“해민아, 할머니 가게에 가볼까?”
적극적인 반응은 없지만, 언젠가 “할머니”라는 말에도
호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때로 대답 없는 해민이에게 묻고 행동할 때 드는 생각 중에
첫째로
‘해민이에게 당장은 어려운 말이라도
계속해서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자극이 되지 않을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상이 그렇듯이…’(하는 생각과)
둘째로
대답이 없는데도
결국은 ‘정답은 정해진 것처럼 행동’할 때는
괜히 낯간지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한 달간의 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종종 동료 선생님과의 대화에서도 다시 새기게 되는,
마침 이번 달 경청 구절인
‘예와 성’을 더욱 붙들고 싶은 마음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해민이에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어떨까’하고
부탁하고 싶다.
해민이에게 재차 할머니에게 가고 있음―진작에 상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을
설명하고
시장 주차장에 들어서자
해민이가 좋아하며 손뼉을 친다.
전에 할머니를 뵈러 올 때 이 주차장을 이용해서일까?
어쨌든 반가워하는 반응이 나는 더 반갑다.
지난번 뵈러 갔을 때
손 가볍게 간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할머니가 드실 만한 간식을 준비하기로 한다.
내 나름대로는 붕어빵을 염두에 두고
붕어빵 파는 곳으로 향하던 중,
해민이가 잠깐 멈춰 선다.
두부가게지만 떡도 파는 곳이다.
사장님이 나오셔서 응대하시기에
할머니 뵈러 가는데 드실 만한 것이 있을지 여쭈었다.
어르신들이라면 시루떡을 좋아하실 거라며
하얀 고물의 떡을 권하셨다.
드시기 좋게 잘라 놓으신 것이
장사하시는 도중에 드시기도 좋을 것 같았다.
사장님이 술떡도 많이들 사간다고 권하시기에
둘 중 선택은 해민이에게 부탁했다.
해민이도 시루떡을 고르기에
더 이상의 고민 없이 시루떡을 사기로 한다.
계산은 해민이에게 부탁할까 했지만,
지난 만남에서 두부를 챙겨주셨던 만큼
이번에는 내가 대접해드리고 싶어
준비한 잔돈을 꺼내 계산까지 마쳤다.
뜻밖에 간식을 잘 산 것 같아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떡과 함께 드실 만한 캔에 담긴 식혜도 사서
잔뜩 들뜬 마음으로
할머니 가게가 있는 골목 안의 코너를 돌았다.
짜잔!
셔터가 내려가 있고
당연히 아무도 없다.
허무하지는 않았다.
왠지 안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연락을 드리고 올까 했지만
전임 직원이셨던 박현진 선생님이
할머니는 연락이 잘 닿지 않을 수 있어서,
연락하지 않고 그냥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일전에 통화 드렸을 때
연락이 되지 않았던 때가 있어
한번 바로 찾아뵙기로 하고 온 건데,
닫힌 셔터가 ‘왜 이제 왔니’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반신반의하며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꽤 오래 신호가 흐른 후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셨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리자
장사를 이미 마치셨다고
안타까워하신다.
혹시나 댁에라도 찾아뵐 수 있을까 여쭈었지만
다른 볼일 보고 계시다고 하셔서
다음을 기약한다.
시루떡과 식혜는 잠시 주인을 잃게 되었지만
해민이는 시장 나들이를 시작한다.
해민이가 잘 걸을 수 있게만 손을 잡고
해민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평소 집에서는 해민이가 가는 대로
따라가기보다
내가 방향을 안내할 때가 더 많다.
그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려
해민이도 마음껏 다니고
나도 그 마음을 해소하려
이렇게 나올 때면 해민이에게 안내를 부탁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민이는 가게들이 즐비한 시장길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고
흙으로 된 공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밟아보고
신기하게 생긴 자동차도 구경한다.
덕분에 나도 시장의 활기에 힘입는다.
할머니를 뵙게 되기를 기약하며
시장 나들이를 계속한다.
2024년 3월 12일 화요일, 서무결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어떨까’하고 부탁하고 싶다.” 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할머니 찾아뵙자고 주선하고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작스레 찾아뵙느라 오늘은 만나지 못했지만, 이런 날도 있지요. 시장 나들이, 계속 응원합니다. 월평
양해민, 가족 24-1, 다음에 뵙겠습니다
양해민, 가족 24-2, 조부모님 가게 두부 한 모
양해민, 가족 24-3, 이렇게라도 축하
양해민, 가족 24-4, 미리 생일 축하
양해민, 가족 24-5, 어머니가 사주신 케이크
첫댓글 "대답이 없는데도
결국은 ‘정답은 정해진 것처럼 행동’할 때는
괜히 낯간지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