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부터.자지체 예산 모아 특별회계 신설
효과 검증된 '일.가정의 양립' 등에 집중 투입
주택기금.교육교부금 일부서 재원 마련 검토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화위원회가 10조원 규모의 저출생 대책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
7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예산을 통합해
효과가 검증된 저출생 대택에 재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29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위는 특별회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저출생 종합대책을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특별회계란 정부가 특정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하는 예산이다.
일반회계 예산을 특별회계로 분리하면 특정 재원을 정해진 사업에만 쓸 수 있어 재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저출산고령위는 고용보험기금의 육아휴직수당 예산, 주택도시기금의 저출생 주거지원 예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돌봄지원 예산 등을 떼어낸 뒤 여기에 추가 재원을 보태
10조원 규모로 특별회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저출생 예산은 총 47조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육아 가구와 일반 가구 구분 없이 지원하는 주거지원 예산 21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순수 저출생 예산은 26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이다.
이는 경제개발기구(OECD) 평균치(2.1%)를 크게 밑돈다.
순수 저출산 예산도 돌봄.교육(13조1000억원), 아동수당 같은 양육비 경감(7조원) 등에 편중돼 있다.
육아휴직 등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높다고 검증된 일.가정 양립 지원 예산은 2조원에 불과하다.
예산집행을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7개 부처와 지자체가 제각각 집행하는 것도 문재점으로 꼽힌다.
사업 중복이 심한 데다 각 대책의 지원 규모가 작아 출생 장려 효과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고령위가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저출생 예산을 한데 묶어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대책에 재원을 집중려는 이유다.
최세민/강진규 기자
효과 없는 저출생대책 싹 걷어내고...'일.가정 양립'에 화력 집중
저출생 특별회계 '10조+ 알파' 예산 재구조화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엄마 허모(43세) 씨는 지난해 둘쨰를 출산하면서
육아용품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첫만남 이용권' 300만원어치를 받았다.
둘쨰가 두살이 될 때까지 는 부모급여를 매월 50만원씩 받는다.
허씨 부부 모두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 육아휴직 급여도 월 450만원씩 받았다.
아동수당은 7살인 첫쨰를 포함해 월 20만원을 받는다.
허씨는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어서 육아를 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아이를 갖겠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개 부처에 흩어진 예산 통합
중복.백화점식 사업 줄이고
정책 효과 나오는 곳에 예산 편성
아동수당.부모급여. 첫만남 이용권
분산된 각종 현금 지원도 합쳐
육휴급여 상한 150만~200만원
일.가정 양립 지원 확대
3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현재 저출생 대책을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 7곳에 달한다.
기재부는 예산을 편성하고 나머지 부처는예산을 집행한다.
복지부는 아도웃당과 부모급여, 저녀 양육 수당을 담당한다.
고용부는 단축 근무, 육아휴직을 관할한다.
아이돌봄서비스와 다자녀특별공급은 여성가족부와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부부의 소득이 7000만원 이하면 18세 이하 자녀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금은 국세청이 지급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저소득 아닌 일반가정에서 올해 태어난 아이 7세까지 296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임신.출산 축하금 같은 지원제도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저출생 대책의 출산 장려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처음으로 0.8명선이 무너졌다.
저출산 대책 수는 많지만 지원 규모가 적은 데다 사업 중복이 심한 점이 출산 장려 효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저출산위가 10조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부처별로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저출생 대책을 걷어내고 실효성 높은 대책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출산위는 우선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 이용권 등으로 분산된 각종 현금 보조를 통합하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17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가 클수록 양육비는 늘어나는데 정부 지원은 8세 미만 영유아기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예산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육아휴직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출생위는 이를 통해 육아휴직 사용률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소득대비 육아휴직 급여)은 44.6%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27개 회원국 중 17번째에 그쳤다.
저출산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 유연근로 활성화 등에 대한 에산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재원 조성 등은 과제
저출생 특별회계를 신설하는데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지 결정하는게 우선 과제다.
육아휴직 급여를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작년 적립금 8조원)과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작년 조성액 95조원), 시도 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올해 예산 72조원) 등이 고려된다.
하지만 이 기금들 역시 별도의 사용처가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거액을 저출생 특별회계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재원 확보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기금 본연의 사업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부분도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허세민/황정환/정영호 기자
저출산위, 육아휴직 초반에 급여 몰아준다
'경력단절 두려워 장기 휴직 꺼려'
초기복귀 할 수 있는 선택권 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육아휴직 기간 초반의 정부 지원금을 집중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력 단절 우려로 '짧은 휴직'을 선호하는 직장인의 수요를 정책에 반영, 휴직 초기에 급여를 몰아줘
조기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30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한 '저출산 고령화 대응방향' 조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육아휴직 개편 방향을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현행 육아휴직 제도는) 휴직을 오래할 수록 돈을 많이 받는 구조인대, (현실과 )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초기에 급여를 돌려주고 그 다음에 계속 쓸수록 급여를 낮게 하고 ,(복귀) 이후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임신 중인 근로자나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근로자가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근로자는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통상임금의 80%(월 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를 지원받는다.
월별 지급액은 동일하다.
저출산위가 검토하는 것은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을 인상하되 휴직 후반부의 급여 일부는 앞당겨 지원하는
'포기 집중형' 모델이다.
이런 지급 방식을 선택할 경우 경력 단절 우려가 큰 여성 군로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육아휴직으로도 많은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후 직장으로 조기 복귀하면 업무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 경력 단절 위험도 줄어든다.
주 부위원장은 '(일부 근로자는) 중장기적인 커리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 육아휴직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며
'(초기 집중형 모델을 도입하면) 근로자 입장에선 경력이 잔절되지 않고,
기업 입장에서도 대체인력을 구하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육아휴직 조기 복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자문기관인 중장기전략위원회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육아휴직 급여 100%를 49주간 지급하는 방식과
급여 80%를 59주간 주는 방식 중 하나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다.
저출산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다음달 중순 구체화 된 육아휴직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세민 기자
스웨덴 '아빠 할당제' 만남 최대 480일 육아휴직
선진국의 일.가정 양립
육아휴직 안쓰면 손해보는 구조
보모 고용비 50%는 세금 감면
일하는 부부, 특히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우리보다 앞서 저출생 문제를 겪은 선진국에서도 가장 검증된 저출산 해법으로 거론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가족 분야 공공사회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1위인 스웨덴(3.4%)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가족 분야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한 나라가 일.가정 양립에 얼마나 가중치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GDP의 3.4%를 가족 지원에 쓰는 스웨덴은 일.가정 양립 시스템 구축을 통해 추락하던 출산율을 되살린 대표작인 국가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999년 최저인 1.5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1990년대 중반 스웨덴은저출산 정책의 초점을 일.가정 양립에 맞췄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아빠 할당제'다
스웨덴에서 부모는 부모휴가(육아휴직)를 자녀 한 명당 12세가 될 떄까지 최대 480일 쓸 수 있다.
아빠 할당제는 이 중 90일을 아빠 몫으로 두고, 사용하지 않았을 때 사라지도록 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로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여기에 돌봄을 위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보모를 고용하면 인건비의 50%를 세제혜택으로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이어지면서 스웨덴의 출산율은 반등했다.
2010년 스웨덴의 출산율은 1.98명까지 올랐다.
2005년 출산율이 1.34명까지 떨어진 독일도 수당 지급에 중점을 뒀던 가족 정책을 '가족과 시간을 늘리는 대책'으로
전환해 2021년 출산율을 1.58명으로 높였다. 황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