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완화장치 이미 마련...공시가격 현실화율도 하향
'현 정부의 세수 펑크 비판하더니...무책임하다' 지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아무리 비싼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언급한 뒤 1주택자종합부동산세 폐지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한목소리로 종부세 완화를 피력했던 민주당이 '부동산 감세'에 또 불을 지폈다.
그러나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담 완화 장치가 마련돼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하향조정으로 이미 세 부담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과세 기반을 흔들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측히 현 정부의 역대급 '세수 평크'를 비판해온 야당이 돌연 삼세안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공시가격 18억 이상) 보유 시 종부세를 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실화율 조정을 통해 공시가격을 낮추고, 기본공제 금액을 올리는 등
종부세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서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3만6000명에서 2022년 23만5000명까지 늘어던 1주택자가 낸 종부세액은 905억원으로
전년(2562억원)보다 65% 가까이 감소했다.
예컨대 서울 강님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m2 기준 , 시세 25억~27억원)를 공동 소유한 1주택자 부부는
2022년 종부세로 226만원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종부세가 면제됐다.
서울 인하와 아파트 공시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종부세총액은 전년보다 2조2000억원 줄었다.
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가 이뤄진다면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종부세도 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에 비례해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도입한 세제로, 주택 수로 과세 여부를 정하는 것은
납세능력에 따른 부담 및 공평 과세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비수도권에 2억~3억원 규모의 빌라를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종부세를 물리면서
서울 강남의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보유자에겐 세금을 받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1주택자 종부세를 없앨 경우 강남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몰려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경제금융 부동산학) '이미 현행 종부세 안에는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는 완화 장치가
다 마련돼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강남 지역 부동산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 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 평균인 0.3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는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볼 만한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고가 주택에까지 종부세를 면제한다면 종부세 도입 취지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일괄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박찬대 파격 발언에 민주당 '시끌'...지도부 '당론 아니다'
서울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 완화론' 지속
'이재명 대표와 조율 거친 발언...대선 재도전 포석' 추측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거주용 1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세 폐지 검토 필요선을 시사한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론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부자감세에 동조한다'는 비판 여론도 감지됐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틀에서 부동산 세제를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했다;며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박 원내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검토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박 원내대표 발언은 개인 의견으로,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서울.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완화론'이 지속했다.
2022년 대선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목되면서다.
민주당은 지난달 총산에서 서울 강남 3구 이외에 최대 격전지로 꼽힌 '한강벨트' 9개 지역구 중 마포갑, 동작을, 용산에서 패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가 밀집해 '부동산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원내대표가 지도부 중에서도 '찐명(진짜 친이재명)계로 불리는 만큼 이 대표와 조율을 거친 발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 대표의대선 재도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저소득층.노인가구의 종부세 납부를 연기하겠다고 공약했다.
친명계 박성준 원내수석대표부도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워낙 올라가니
종부세 대상 기준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부분을 조정할 필요성은 늘 있었다'고 했다.
조웁세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진보장부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 같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도 읽힌다.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거나 12억원 이상 되는 집을 가진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인데 1주택자하고 해서 감세해주자는 건
부자 감세가 아니면 뭐냐'고 했다.
이 의원은 '무주택자 비율이 45%인 상황에서 이들의 주거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종부세 깎아줄 궁리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내로남불 비판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 시정이던 2021년 11월 '(정부세는) 세계가 부러워할 K 세금'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했다.
한 재선 의원은 '선거도 중요하지만 정책 일관성도 중요하다'며
'원내대표가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이유진.김윤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