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임금 어진
정성왕후
2009년 5월 25일 월요일
정성왕후는 서오릉에 있다. 홍릉이다. 영조 임금의 첫 부인, 원비이면서
66세까지 해로하셨다. 두 살 아래인 남편은 83세까지 장수 하시고 52년간
왕위에 계셨으니 반 세기가 넘게 고락을 같이 하신 것이다.
영조는 양반사회에서 천민의 어머니에서 태어났다는 태생적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강지처인 정성왕후는 항상 웃는
낯으로 시어머니 최무술이와 영조를 지극 정성 모셨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이승의 업을 많이 쌓는다는 것.
친자식 사도세자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에서 그녀는 영조,
영빈이씨, 헤경궁 홍씨에게 위안이 되어 주셨던 분이다.
영조는 그 분을 묻고 옆자리를 비워둔다. 우허제 : 右虛制
쌍릉으로 나란히 묻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업은 업을 부르는 것일까 ?
지금도 비어있는 옆자리는 인과응보란 말인가 ?
사도세자의 친자식인 정조임금은 영조를 그 자리에 묻어드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왕이 된 손자 정조는 영조의 묘역을 정해야 했다. 신하들은 영조의 유지를
받들고자 했으나 정조는 묵묵부답이다. 끝내는 동구릉에 자리를 정하는데
그 자리는 효종이 있었던 자리로 파묘가 된 터였다. 임금이 어찌 파묘가 된
자리로 가게 되었는지 그 후 정순왕후와 쌍릉을 이루니 그곳이 원릉이다.
정조는 신하들의 건의를 여러번 물리쳤다. 순리대로라면 금슬 좋았던
첫번째 왕비 정성왕후 옆에 모셔야 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는
역정까지 부리면서 끝끝내 그분의 뜻을 따르지 않았으니 아버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할아버지가 미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상한 세월 속에 우허제로 남았으니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않는 사람아...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킁킁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킁킁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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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는(75세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朝開門戶景何如 조개문호경하여 : 아침에 창을 여니 경치가 어떠한가 ?
萬樹雪山一雪色 만수설산일설색 : 온 나무와 산이 오로지 눈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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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우허제여 ! 右虛制 여 !
첫댓글 멋진 해설과 딱 맞는 시 한 수. 높으신 경지에 그저 찬사만 보냅니다.
선생님 비가 왔어요. 서오릉은 푸르름이 절정이겠지요? 한번 찾아 뵙고 싶은데 맘 뿐이네요
시와 함께 읽는 해설은 애가 녹는 듯 합니다. 절창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고금이 다르지 않겠지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 한수 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