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로프
수영장 160개 물 저장...침수 '0건'
3곳 추가 건설땐 저류량 현재 4배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한 '빗물배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올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수영장 160개 분량의 물(32만m2)을 담아내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파트 15층 깊이 지하에 건설된 신우러동 빗물터널은 시간당 100mm의 폭우를 견딜 수 있는 대형 저류시설이다.
정부는 해당 터널의 침수방지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고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에도 빗물터널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 내 빗물터널이 감당하는 물의 양은 현재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0일 방문한 신월동 빗물터널은 도시 한복판에 숨겨진 비밀 기지를 연상케 했다.
장화와 안전모를착용한 뒤 8명만 탑승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자 물비린내와 함께
어두컴컴한 지하 세계가 펼쳐졌다.
지름 10m, 길이 3,5km의 거대한 콘크리트관은 신월동에서 목둥빗물펌프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곳이 모두 빗물로 채워진다는 게 쉽게 상상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규모였다.
신월동 빗물터널은 2010년 9월 시간당 93mm 가량 쏟아졌던 기록적 폭우를 계기로 건설됐다.
당시 6001건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나 2020년 빗물터널을 완성한 뒤에는 침수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2022년 8월 시간당 76mm의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빗물터널은 저류량의 70%까지 물을 담아 수해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냈다.
빗물터널은 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높낮이를 고려해 빗물이 모일 만한 지점을 설정하고, 물의 양을 고려해 벽의 두께도 구간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이날 현장에 동행해 빗물터널을 점검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빗물터널은 도시 침수 예방의 대표적 시설'이라며
'해외에 수출할 녹색산업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강님역, 광화문, 도림천에도 빗물터널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고 도림천이 범람하는 등 침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빗물터널이 마련되면 강남역은 시간당 100~110mm, 광화문과 도림천은 시간당 100mm의 폭우에 대비할 수 있다.
각 저류량은 45.5만m2, 12만m2, 38만m2다.
2028년까지 건설이 완료되면 서울 내 빗물터널 4곳의 저류량은 127.5만m2로 늘어난다.
수영장 637개 정도를 채울 수 있는 물의 양이다.
다만 빗물터널이 마련돼 있더라도 설계 용량을 뛰어넘는 비가 내리거나 기존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침수 피해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빗물펌프장 증설 등 시설 확충은 물론 취약계층의 대피를 돕는 동행파트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도 하수관로 정비 예산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린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투자뿐만 아니라 빗물받이 청소 등 시설 유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설 개선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침수지역 주의를 위한 홍보 등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