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함께 하는 답사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잠을 설치고
갈때는 달새님께 운전을 부탁하고 뒷자리에서 눈을 부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지나 전화를 하니 목소리가 가버렸다.
전날 중요한 미팅이 있다더니...
기다리는 시간에 전주콩나물해장국으로 빈속을 채우고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출발하는데 출근시간이라서
고속도로 진입전까지 막히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지각하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성격 때문에...
여차저차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니 시원스레 트이는 고속도로..
다른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니까 조심하자고 주문을 외어 보지만
고속도로만 올라서면 달리고픈 병이 도진다.
웨딩홀인줄 알고 지나쳐 되돌아오는 헤프닝을 겪고 도착한
한국고건축박물관... 다섯번째로 입장하여 반가운 모놀들과 인사하고...
국보급 건축물들이 벽과 지붕을 덮지 않아 못을 치지 않고 나무들끼리
끼워 맞춘 형태가 고스란히 눈에 보여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처마와 추녀의 차이점도 알게되고, 대들보와 서까래도 알았고,
수리와 물리를 몰라도 경험으로 무게중심을 맞추고 곡선을 살려내는 목수들의
현명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수덕사로 이동하려는데 어라? 시동이 안걸리네?
워낙 고물이 된 자동차라 이젠 갈때가 되었나보다 생각하니
함께한 회원들에게 미안하고 걱정도 되고...
밧데리가 방전이 되었던 모양...
다른회원들은 먼저 이동하고 보험사에 써비스 신청하고 기다리는데
순간 머리를 스치는 점프선...
늘 차에 싣고 다녔는데도 깜박잊고 제대로 써먹질 못했다.
이미 서비스차량이 도착할때가 되었던 것..
뒤따라간 수덕사입구 식당의 점심은 내게 만찬이었다.
얼마만에 다시 찾아온 수덕사인가!
70년대 후반에 황톳길따라 뿌연 먼지속을 덜덜거리는 버스타고 찾았던
그 추억의 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길이 생겼다.
대웅전 앞마당에 세워진 박물관은 시야를 가려 답답하게 했고
누런 금물이 번쩍거리며 눈쌀을 찌뿌리게 한다.
고건축박물관에서 공부하고 돌아보는 대웅전은 이해가 빠르고 새롭다.
옆으로 돌아 만공탑에 오르는 길도 정비를 하여서 위험하진 않았지만
계단이 많아져 내려오는길에 무릎이 시큰거려 혼났다.
중간에 무림방죽이라 했던가? 작은 초가집 한채...
그 곳에 머무르신 분이 경허스님이라 했는지 만공스님이라 했는지 헷갈린다.
옛날엔 모르고 지나쳤던것 같은데 이름도 멋있고 덕숭산의
모든 기가 이곳으로 모이는 명당이란다.
눈아래로 펼쳐져 보이는 경치또한 말하여 무엇하리...
수덕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길을 조금 오르니 석불입상이 보인다.
부처님 얼굴이 은진미륵불과 같은 느낌이다.
인자한 미소가 바로 충청인의 얼굴이란다.
중간중간 올라온길을 뒤돌아보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경치와
저 멀리 서해바다도 보여 가슴이 탁 트이게 한다.
만공탑에 오르니 현대식 부도라 하시는 대장님...
전에는 그저 탑인줄만 알았던 우매함을 어찌하리오.
대장님 덕분에 살짝 올랐던 정혜사에서 바라다 본 풍광...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다고 버리적거리다 공사중인
관리인한테 호통을 들었다.
여기는 스님들 공부하시는 선원이라서 출입이 금지란다.
맞아! 그래서 전엔 만공탑까지만 오를수 있었구나...
시간이 늦으면 부석사 찾아가는 길이 어렵다며
대장님은 서둘러 출발하신다.
16대의 차량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말하지 않아도 회원간에 호흡은 척척...
신호등에 걸려 줄이 끈기면 앞에서 기다려주고...
부석사에 오를즘엔 어느새 해가 서산에 걸렸다.
생각보다 경사가 급해 느린 충청도 기질이 시동을 멈추게했다.
달새님의 농담.. 무거워서 그런다며 모두 내리란다.ㅎㅎㅎㅎㅎ
기어를 1단으로 내리고 부르릉..........
태우고 가라고 모두 기를 쓰며 달려온다.ㅋㅋㅋㅋㅋ
우린 모두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있는 행운을 얻었다.
영주부석사와 같은데 무량수전만 없다.
우리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숙박시설이 수준급이다.
숙소의 창을 열면 나타나는 드넓은 간척지A,B지구와 저 멀리
바다넘고 산을 넘으면 당진이라한다.
왕벚꽃나무엔 그네도 매달아 놓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게 예쁜 탁자도 준비되어 있다.
그저 멋있다고, 참 좋다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내 언어의 한계...
저녁공양을 마치고 예불시간에 형아님과 향기야님, 그리고 영원과 대방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삼나무님께서 프로그램자료집을
정리해 달라신다. 놀면 뭐하나...
열심히 일(?)한 끝에 상으로 우롱차를 주셨다.
사찰밥이 맛 있는 줄은 알아 가지고 얼마나 많이 먹었던가!
석잔은 마셔야 한다는데 너무 배가 불러 두 잔 밖에 못마셔 아쉽다.
예불이 끝나고 삼나무님의 생태주의란 무엇인가(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는 것)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었고, 이어서 부석사 주지이신 주경스님께서 참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셨다.
스님께선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중 어느것이 크냐고 물으셨다.
우매한 나는 알고 짓는 죄가 크다고 답했는데
스님께선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하셨다.
이해가 잘 안되어 잠자리에서 말그니언니와 토론이 이어졌고,
공양간사발이 깨어질까봐 공양주보살님을 한잠도 못주무시게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ㅎㅎㅎ(보살님 너무 떠들어 지송해유~~)
참선이 나에게 적성이 맞는가보다.
자세나 호흡이 편안하고 마음도 편했다.
어제밤에도 조금 해보았다.
이러다 부석사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따듯한 구들방이 좋아 대방에서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
두고온 속세가 그리워서도 아닌데....
아침예불을 시작하는 스님의 목탁소리가 들렸으나 잠 못 자고
운전할 일이 걱정되어 그냥 잠을 청했다.
짧은시간 잠이 들었던지 대장님을 곤란하게 하는 꿈을 꾸었다.
아침공양에 이어 원우스님의 야생화와 나무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사찰주변 한바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딱다구리가 있으면 건강한 숲이라고 말씀하시며 딱다구리집을 보여 주셨다.
딱다구리는 반드시 두개의 구멍을 낸단다. 왜냐면 도망가기 위해서....
그리 크지않고 조용한 절이지만 볼거리가 꽤 있다는 걸 알았다.
자연은 우리에게 환경과 생명의 신비스러움을 가르쳐 주었다.
꿈 때문인지 참선 때문인지 난 주지스님의 법명을 맞추는
퀴즈를 맞춰 새우를 받았다.(그러게 마음을 비우라니깐요...ㅎㅎ)
이젠 천수만과 철새들을 관찰하러 떠나야한다.
강인함과 인자함을 지니신 주지스님과 부석사와의 아쉬운 이별을 하고
우린 또다시 줄을 지어 출발했다.
중간에 4륜구동 차량으로 모두 옮겨타고 비포장의 길을 따라 탐사가 시작됐다.
백로와 왜가리,기러기, 귀하다는 노랑부리저어새등 많은 새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게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 곳에도 슬픔이 있었다.
죽어있는 기러기를 까치가 쪼아 먹고 있는게 아닌가!
그중에 인상깊었던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둥이가 길고 끝이 노랑색이며
주걱처럼 둥근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 까닭은 닉네임 때문이었을까?ㅎㅎㅎ
이젠 발길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작별이 아쉬워 인사하고 또하고...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며 돌아갈 목적지에 따라 하나 둘씩 출발했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삼나무님과 원우스님, 그리고 죽정님께
감사하고 1박2일을 이끌고 애쓰신 대장님께 또한 감사함을 드린다.
그리고 모든 모놀님들과의 만남이 반갑고 즐거웠답니다.
첫댓글와~~밥줘님 긴글 잘도 쓰셨네~~나도 어제 쓰다가 포기 하고 말았는데..쓸것은 많은데 눈아프고 허리 편치 않고..밥줘님, 난 무엇보다도 뜨거운 찜질방에서 참선배우던 것이 좋았던것 같아..물론 철새 참조 여행도 좋고 부석사의 아름다운 조망들도 좋고..고건축박물관도..밥줘님 고마웠어요.다음에 또 태워줘요..히힛
밥줘님~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음~~모르고 짓는죄가 왜 더 큰지 이해가 안가셨다구요??? 그건요... 알고죄를지으면 그것이 잘못된것인줄 알았을때 참회하구 다시 죄를 짓지않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죄인줄도 모르고 짓게되면 참회하고 반성할줄을 모른답니다..참회할줄을 모르면 계속 죄를 짓겠지요
올겨울이 가기전에 제가 해보고 싶은 것 두가지: 첫번째-남아 있는 공양간 접시 마저 깨기.(아직 한번도 산사의 밤을 느껴 본 적이 없어서..) .두번째-모놀 답사 따라가기...(그럼 Temple Stay~는...?)...밥~ 많이 해놓고 기다릴께요.언제든 오세요.밥줘님! ^^*
밥줘님 그날로 돌아간듯 합니다. 부석사에서 강의와 참선의 시간은 정말 많이 남습니다. 부디 부석사가 더이상 변하지 않고 지금 그대로 이어주길바랍니다. 언제든지 가서 제맘을 비우게요. 이번답사는 정말 가슴이 찡한 답사였습니다. 밥줘님 언제 또 봐요? 올해 가기전에 보구싶어요~~~~
첫댓글 와~~밥줘님 긴글 잘도 쓰셨네~~나도 어제 쓰다가 포기 하고 말았는데..쓸것은 많은데 눈아프고 허리 편치 않고..밥줘님, 난 무엇보다도 뜨거운 찜질방에서 참선배우던 것이 좋았던것 같아..물론 철새 참조 여행도 좋고 부석사의 아름다운 조망들도 좋고..고건축박물관도..밥줘님 고마웠어요.다음에 또 태워줘요..히힛
밥줘님~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음~~모르고 짓는죄가 왜 더 큰지 이해가 안가셨다구요??? 그건요... 알고죄를지으면 그것이 잘못된것인줄 알았을때 참회하구 다시 죄를 짓지않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죄인줄도 모르고 짓게되면 참회하고 반성할줄을 모른답니다..참회할줄을 모르면 계속 죄를 짓겠지요
그곳에 함께 있다....라는 느낌 이런 때 쓰는 말이군요^^ 파노라마같은 한편의 후기 여행 잘 다녀왔어요, 이렇게 좋은 글 왜 '찌부러져' 계실려고 했어요? 담에 뵙는 날까지 내내 건강하세요.
터프해 보이시는 풀꽃향님과 부드러운 대화를 못한게 후회스럽습니다. 무엇이 더 큰 죄인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수확은 충분한것같아요. 고맙습니다. 은사시님 보고시포~~~~ 향기야님과 함께 할수만 있다면 영광이옵니다.ㅎㅎㅎ
밥줘님. 보고잡네.....
답사를 다시하는 느낌이네.. 건강하게 또 만나세~~~~~~~~....
그래서 저녁엔 그리 피곤해보이셨군요 .몸도 너무 힘들고 맘도 고생 좀 하셨네요. 사진 정말 잘 나왔더군요.예뻐요...이제 괜찮죠? 다 나았죠?...가까이 계신데 한번 뵙고 싶어도 잘 안되는군요. 시간 내 볼게요.저 만나주실꺼죠?
무심언니~~~ 저두 보고잡어요. 강가에님 난 가진거라곤 시간밖에 없는 사람이예요.
밥줘님...감동을 많이 받으셨나봐요..이렇게 긴 글을....밥줘님이 계셔서 늘 든든합니다..왜냐하면 밥을 줄것 같아서리..
밥줘님! 닉이 특이하여 짧게나마 몇마디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한편의 감성이 풍부한 대서사시 같은 후기! 답사에 다시한번 다녀온 느낌입니다.
올겨울이 가기전에 제가 해보고 싶은 것 두가지: 첫번째-남아 있는 공양간 접시 마저 깨기.(아직 한번도 산사의 밤을 느껴 본 적이 없어서..) .두번째-모놀 답사 따라가기...(그럼 Temple Stay~는...?)...밥~ 많이 해놓고 기다릴께요.언제든 오세요.밥줘님! ^^*
밥줘님..보고싶네요..입가에 잔잔한 미소도 함께요..다녀온듯한 착각이 드는 글 잘 읽었어요..
밥줘님 그날로 돌아간듯 합니다. 부석사에서 강의와 참선의 시간은 정말 많이 남습니다. 부디 부석사가 더이상 변하지 않고 지금 그대로 이어주길바랍니다. 언제든지 가서 제맘을 비우게요. 이번답사는 정말 가슴이 찡한 답사였습니다. 밥줘님 언제 또 봐요? 올해 가기전에 보구싶어요~~~~
죽어있는 기러기를 까치가 쪼아 먹고 있는 것도 생태의 하나 아닐까요 밥줘님 까치는 까치대로 기러기는 기러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남의 것 탐하지 않고 서로 같이 사는 것이 생태주의지요. 인간의 욕심만 없다면 자연은 그대로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밥줘님!그 곳에 안가도 훤히 보이는군요...감사합니다.*^^*
밥줘님 답사 다녀온 느낌 입니다....서예도 잘 하시고 글솜씨가 대단 하시네요....알고 짓는죄 와 모르고 짓는죄.....잘배우고 갑니다
너무 잘 읽었어요..같이 답사하고 참선하고 밥먹구..~ㅎㅎ..우매한 저두해서 읽으면서 알고 짓는 죄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풀꽃향님 설명을 듣고 배웁니다..답사 못가도 같이 배우니..감사합니다..
답사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부석사에서의 참선... 무지 부럽습니다.
답사못간 나도 다녀 온듯 합니다
부석사에서의 참선... ....다시 느껴집니다.....밥줘님 편한 밤 되소서!
모놀의 표지 모델 만큼 시원시원하게 글도 잘 쓰십니다.부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며칠이 지났건만 아직도 눈에 삼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