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 일주일을 넘어서며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과 분노가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봄은 완전히 무르익었는데 세상은 잿빛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니...
퇴근길에 덕진경찰서 민원실에 들러 과속단속 딱지 날아왔던 것을 정산하고 귀가했더니 여느때보다 좀 늦었다.
집에 들어서며 반겨주는 말리 때문에 웃고∧ 큰놈 때문에 ...∨
식구들은 저녁을 먹을 채비를 하고 난 말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런닝을 시작한다.
전주천 산책로를 따라 모처럼 윗쪽으로 올라가는데 백제교를 지나 진북보 부근에서 뚝방 위로 올라가 바구멀 재개발 구역으로 들어선다.
8년째 아파트 건립을 위한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데, 최근에는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가 충돌해서 그 흔적이 골목골목에 걸린 플랑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다시 법적인 공방으로 가게 되면 하세월이 될텐데... 남의 일이지만 걱정 된다.
골목골목을 돌고 돌아 서신초등학교 앞으로 빠져 나온 뒤 롯데아파트 입구를 거쳐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길로 들어선다.
계단과 오르막을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가는 말리를 다들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면서도 보통 몇번씩 쉬어가는 그 경사길을 막 달려서 올라가는 둘을 보면 신기하기는 할 듯.
능선에 이른 뒤에도 잠시도 쉬지 않고 예수병원 쪽 정상을 향해 달려간다.
줄을 매어 잡고 가는 상태라 말리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리 없지만 행여라도 마주치는 노인네들 중에 개를 풀어놓고 다닌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원칙대로 한다.
집에서 출발한지 30분 만에 정상에 이르고 여기서 8분 남짓 머물며 철봉도 하고 쉬는데, 양복을 입고 올라온 중년의 아저씨가 훌라후프를 하다가 갑자기 목주위 어깨가 결리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초면에 죄송하다며 거듭거듭 멘트를 날리는 이 아저씨의 견갑근과 목 주변을 주물러 주는데...한숨이...휴!
우리나라 보통사람의 표준몸매가 이런식으로 굳어져 버렸으니...
도무지 몸의 조직이라는 게 통짜로 쌓여진 조형물이 아니고 움직이는 기관인데 이처럼 탄탄하고 굳건하게 구축이 되어 있다니
처음에 왼쪽을 풀어줬더니 오른쪽도 좀 해달라고 하고 이어서는 목까지 풀어달라고...ㅎㅎ
스포츠마사지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용케도 알아봤나보다.
아저씨의 고충을 해결해 드리고 말리를 줄이 풀어진 그대로 돌아가는 길을 향해 달려가자고 이야기흘 한 다음 스톱워치를 누르고 출발~
날이 이미 어두워져 가로등이 들어온 상태라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좋긴 하지만 행여라고 발을 헛디딜까봐 조심스럽다.
말리는 줄이 풀려 있으니 너무도 좋은지 그냥 막 날아가는데 평지에서 달릴때 보다도 그 속도감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녀석의 뒤를 따라서 정신없이 달려 롯데아파트 윗쪽의 능선 기점에 이르렀는데 시간을 보니 8'41"가 찍혔다. (대충 1.7Km)
날이 어두워졌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빨랐는데 혼자서라면 이런 기록이 나오긴 힘들었을 듯.
계단을 내려간 뒤엔 천변길을 이용해 달리던 그 패턴을 살려 집에까지 한달음에 씽~
총 소요된 시간은 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