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8. 나무날. 날씨: 구름끼다 해나오더니 다시 비가 오고 해가 나오더니 구름이
해를 가리기도.
아침열기-과학-수학-달력만들기-점심-청소-해금/사물놀이-보리단술 만들기-마침회-교사회의
[유산균 덩어리 보리단술]
학교로 들어서며 늘 눈길을 주는 호박 두 덩이 가운데 한 녀석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담장 가까이로 가보니 떨어져 있어요. 벌써 떨어질
때가 아닌데 들어보니 벌레가 먹었나 구멍이 나있습니다. 튼튼하지 못한 녀석이라 어쩔 수 없네요. 낮에 갈라보니 안에 애벌레가 가득합니다. 교사
아침열기를 마치고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감기로 이틀 결석한 원서가 오니 역시 학교가 가득차 보입니다. 괜찮느냐는 물음에 싱긍벙글 웃으며 교실로
올라가는 걸 보니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범이가 콜록콜럭거리고 민주는 입가리개를 쓰고 왔어요. 1학년 나윤이는 열이 많이 나서
오자마자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며칠 인준이가 열이 많이 나더니 아이들과 선생들 모두에게 감기가 다녀가고 있어요.
아침에 만난 누룩꽃이 코와 눈을 흐뭇하게 하더니, 막걸리 익어가는 항아리에 귀를 대니 뽀글뽀글 퐁퐁 음악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합니다.
효모와 효소의 세계가 새롭습니다. 아이들 몸이 그래서 아침 산책은 가지 않고 누룩 관찰을 하러 다락에 갔는데 만져보고 냄새맡고 모양을 살피며
하루하루 어찌 변하는지 기록을 합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냄새를 반기지 않는데 4학년 아이들은 냄새가 좋다 합니다. 이불을 덮어 온도를 유지해
놓고 내려와 세포와 미생물 책을 같이 읽고 관찰기록 보기 글을 함께 읽었어요. 우리가 날마다 관찰하는 것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현미경을
꺼냈습니다. 900배 배율을 지닌 전자현미경으로 텃밭에서 딴 솜부터 효소액까지 놓고 크게 키워 봅니다. 앞으로 줄곧 이것 저것 놓고 관찰을 할
것이니 배율부터 알아둘게 많습니다. 누룩 덕분에 미생물과 세포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네요. 영어 동화를 따라 말하고 다 함께 합주 연습을
하니 아침열기가 끝나갑니다. 잠깐 쉰 뒤 수학 시간에 방정식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9월 달력을 만들고 나니 아침 공부가 끝나네요. 언제나
몰입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데 어김없이 배 속에서 신호를 주네요.
낮 공부는 해금과 사물놀이인데 5학년이 없으니 6학년끼리 해야 합니다. 나름 집중 지도를 받는 셈이 됐습니다. 내일 자람여행에서 돌아오는
5학년이 없는 3층은 참 조용한데 오랜만에 해금과 풍물이 3층을 떠들석하게 합니다. 해금과 사물놀이 마치고 4학년과 기다리던 보리단술을
만듭니다. 건강한 마실거리를 만드는 것이라 모두 즐겁습니다. 4학년 아이들과 허아람 선생이 오전에 보리쌀을 씻어 불려놓아 점심 때 밥을 앉히고,
엿질금을 따듯한 물에 불려놓은 뒤라 다 함께 모여 엿기름을 걸러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보리밥은 아주 잘됐네요. 넓은 그릇에 펴서 식히고 그동안
엿기름을 면망에 걸러내는 손들이 재미납니다. 두 번 걸러낸 엿기름물에 설탕 조금을 넣고 보리밥을 섞어 발효를 시키면 끝입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삭는 것이지요. 이틀 뒤 걸러서 한소금 끓여내면 새콤달콤한 보리단술 음료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마시는 유산균과 같아 소화도 잘 되고 나무랄데
없는 음료수이지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많은 설탕덩어리 음료가 우리 아이들 몸과 마음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생각하면 몸에 좋은 음료를
만들어먹는 작은 몸짓이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스스로 만든 것을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많은 집에서 보리단술을
만들어먹으면 참 좋겠어요. 조만간에 다 함께 보리단술을 만들고 막걸리를 빚는 마을강좌를 열어 배움을 나눠 함께 건강한 마실거리를 만들 계획인데
뜻과 맛이 살아나는 기회라 믿습니다. 여름 연수에서 배운 걸 잘 써먹으며 익히고 있어 연수를 잘 다녀온 셈입니다. 아이들과 발효의 원리부터 나눌
이야기가 쌓여갑니다. 보리단술이 끝났으니 내일이나 모레 식혜를 만들어야지요. 예전에도 식혜를 학교에서 만들었는데 꾸준하게 자주 하지는 않았어요.
뭐든지 꾸준하게 줄곧 할 때 교육이 일어나고 삶이 바뀌는 것이니 앞으로 때마다 마실 게 늘어나겠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학교를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