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지 순례 후기(5) - 산티아고데콤보스텔라대성당 순례(3)
3) 산티아고데콤보스텔라대성당에서의 미사(향로미사) 봉헌
수많은 순례객들로 인해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빽빽히 서있는 많은 사람들 틈
에 겨우 끼어, 거대한 돌기둥에 기대고 서서 미사참례를 하였다.
중앙 성단은 볼 수가 없었고, 발돋음을 하고 보아야 사람들 어깨 너머로 중앙
성단의 일부가 보였다.
나는 부근에 TV화면이 걸려 있어서 가끔 올려다 보았다.
미사는 한 사람이 밧줄에 매달린 큰 향로에 향을 피우고, 대여섯 명이 밧줄
의 끝을 힘껏 잡아당겨서 향로가 좌우로 높고, 크게 진동하여 성전에 그 향
이 가득 퍼지게 하면서 시작 되었다. 시작성가가 시작 되고 끝날 때까지 밧줄
을 당기고 또 당겨주니까, 향로는 무섭게 휙휙 소리를 내며 좌우로 높이 날
았다.
이는 오랜 동안 씻지 못한 순례자들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약초나 허브향을 피운데서 유래된 예식이라 한다.
향로는 다른 한 쪽을 돌기둥에 고정시켜 묶어 두면서 저절로 멈추었다.
중앙 성단 위로 금빛 쇠사슬에 매달린 또 다른 크고 화려한 향로가 또
있는데 이를 보타후메이로(열기를 내뿜는 것이란 뜻)라 하고, 중요한
예식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보타후메이로)
(향로를 고정시킨 모습)
향로예식이 끝나면서 예수님(성체)을 모신 가마가 등장하였다.
(중앙 성단 일부와 주례 사제님이 보인다. )
내 서있는 정면으로 금빛 광명 속에 아름다운 성모님의 모습이 멀리 보였다.
미사 중이지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각국에서 오신 신부님들이 함께 미사를 집전하셨는데 그 중에
우리말을 쓰시는 신부님도 계셨다. 참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찬례 모습)
(각국에서 오신 신부님들이 나가시는 모습)
미사를 끝내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길을 걸으며 식당으로 향했는데
가는 곳마다 많은 순례객들로 붐볐고 나는 방향 감각을 잃고 말았다.
점심은 의외로 넉넉하고 맛도 있었다.
카메라 하나는 목에 걸어 가슴에 안고 , 또 다른 카메라는 베낭에 넣어
짊어지고 다닐 때 그 중량이 만만치 않아 힘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남들 사진을 담으면서도.....정작 내 사진은 담지 못했다.
이 어설픈 한 장의 사진밖에 .........
사전적 의미로 순례자란 성지를 찾아다니며 참배하는 사람 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 사는 게 순례의 여정이고, 모두가 순례자일 수도 있다.
순례길은 진정한 나를 찾는 길, 나의 삶을 고민하며 그 방향을 찾아가는
길이고 .........
꾸르실료 길잡이 2쪽에 실려 있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 순례는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로 가는 여행입니다.
여러분의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이 여정에서
성모님을 비롯한 모든 성인께서
여러분을 힘껏 도와주실 것입니다."
그렇다.
순례를 떠나고, 순례 중에 있었던 나는 이미 성령의 인도하심에 힘 입은
바였다.
그리고 성모님을 비롯한 모든 성인께서 나를 힘껏 도와주신 것에 힘 입은
바였다.
진정 감사할 수밖에 없는 자신임을,
그리고 나는 그런 자신이었음을
깊이 들여다 본다.
글, 사진 / 최멜라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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