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급하게 나선 산행은 입산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었다.
서재봉부터 올라서 무량산 북릉의 사슴농장으로 내려와 임도를 타고 회귀하려 하였으나 사유지로 길이 막혔던 것.
한량없다던 무량산의 품이 ‘아량(雅量)이 없는(無) 밴댕이 같은 산’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겠다고 하였다. <몇일 전 산행기 ☞ blog.daum.net/bok-hyun/1039>
그런데 다음날, 무량산 철마봉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군가 못가본 산이 제일 아름다운 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심 계획을 잡고 기회를 엿보았더니 몇일 후 아내의 윤허(允許)가 떨어졌다.
그렇게 찾아나선 코스가 이번엔 통영지맥(무량산~철마봉)의 남단이다.
지난번 언급하였듯 이 일대 산들의 잘못된 이름들이 2014년도에 모두 제이름을 되찾았다.
다시 확인하면 ‘舊무량산→천왕산(582.6), 舊대곡산→무량산(544.9), 舊철마산→철마봉(416.9), 舊천황(왕)산→서재봉(193.1)’이다.
거기다 무량산과 철마봉, △301.8m, 서재봉까지를 모두 무량산으로 지칭하였으니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그 품이 한량 없다는 무량산(無量山 544.9)은 고성의 진산으로, 이 산을 정점으로 굵직한 세 가닥의 산줄기가 뻗어나간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분기한 낙남정맥이 지나고, 통영지맥(약 40km)과 와룡지맥(약 30km)이 분기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실질적인 진산노릇을 한 철마봉에 눈길이 머문다.
고을 현령이 1년에 두 번 제를 지냈다는 철마봉은 그 산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드라진 암봉에서 뿜어져 나오는 氣는 주위를 압도하기에 충분하고,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은 새의 눈으로 보는 부감법(俯瞰法)에 다름 아니다.
이쯤되면 무량산을 제치고 진산 노릇을 한 이유를 알 만하다.
통영지맥(統營枝脈)은 무량산에서 남동쪽 산줄기를 타고 벽방산을 넘어 통영시 길목마을에서 끝나는 40.2km의 산줄기이고,
와룡지맥(臥龍枝脈)은 감치재를 건너 서쪽으로 분기 와룡산을 지나 삼천포 노산공원까지 이어진 30.8 km인 산줄기이다.
코스: 이곡(해발50m,면만드는사람들)-301.8m봉-<통영지맥>-철마봉-무량산-<와룡지맥>-감치재(해발150m)-부처골-이곡.
산행궤적
약 7km를 4시간 20분 걸렸다.
고도표.
<산길샘>
무량산 남쪽 '갈모봉산 산림욕장'을 연계하면 좋겠다.
미리 준비한 표지기. 에고~ 철마봉을 철마산으로 잘못 적었네. 나중에 峰으로 수정하였음.
네비에 '면만드는 사람들'을 입력하여 너른 도로에 차를 댔다. <주소는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199-7>
이 식당은 냉면 전문점인 듯 제철을 맞아 손님들이 꽤 많았다.
냉면집 앞 舊 도로에 '감로사' 안내판이 서있고, 그 우측 산자락으로 열린 철문(화살표)이 보인다.
진입로는 과수원 길인 듯 임도로 통하고...
임도가 우로 휘어지는 지점에 거대한 수조탱크가 보인다.
탱크옆 비탈면은...
이제 막 새 순이 돋아나는 고사리 밭.
함안이씨 가족묘원 위로...
비석(雲圃公派)을 확인.
등로는 산판길 수준으로...
지난번 산행 때의 '사유지 출입불가'가 떠오른다.
자주색 길다란 시그널이 어느 열혈 산꾼의 표식기인 줄 알았으나 가만히 생각하니 철탑과 관련한 한전의 시그널인 듯하다.
어느덧 연달래가 길을 안내하는 등로는 생각외로 좋은 길.
이런 등로가 7~8부 능선까지 이어지더니...
산판길은 우측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곧장 아래로 이어진다.
그 지점에선 능선을 고수키 위해 산판길을 벗어나 좌측 거친 잡목숲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희미한 잡목 사이를 비집고...
15분여 만에 무덤 한 기가 있는 301.8m 삼각점봉을 올랐다.
무덤 옆 삼각점을 찾아...
확인.
'희·준 님의 표지판이 통영지맥을 알리고, 나와 다른 고도가 표시되었다. 그 옆에 서명한 '△301.8m' 표지기를 걸었다.
이어지는 등로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듯 온갖 잡목이 거친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산행은 한결 여유로워진다. 길 옆 각시붓꽃.
고사리.
암반이 나타나더니 잡목 사이로 시야가 열린다.
저수지 우측으로 낮게 고개내민 산은 엊그제 접근을 시도했던 서재봉이고, 황토색이 드러난 곳은 사유지(누리농원).
연동소류지와 연지리 주변.
이제 제철을 보내는 봄꽃들은 퇴색해가며 농악어 간다.
멀리 고개를 든 산은 학남산 백운산인 듯.
천왕산 너머 학남산과 백운산.
고개를 드니 기암.
도드라진 바위에 올라서니 일망무제.
한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아 파노라마로 잡았다.
가까이 천왕산과 뒤로 학남산과 백운산.
아래 골짜기는 사슴농장과 안국사로 올라가는 길.
고개를 들어 포인터를 두리번두리번.
진행방향 무량산이 두루뭉술 솟았고, 그 우측으로 고도를 낮추며 낙남정맥이 천왕산으로 뻗어간다.
암봉에 올라...
아까부터 보아온 천왕산과 그 뒤로 학남산과 백운산. 그리고 사슴농장으로 통하는 포장임도가 산허리를 가르는 게 보인다.
당겨보니 사진 중앙에 안국사가 보이고, 안국사 좌측 산허리로 사슴농장으로 통하는 임도가 선명하다.
통천문인 듯하나 하늘로 통하지는 않아.
준비해간 표지기 뒷면에다 '山'자를 '峰'으로 바꿔 쓴 뒤 서명을 하여 걸었다.
나는 철마봉에서 한참이나 머물렀고,
바위 위에 카메라를 얹은 뒤 셀프 촬영도 하였다.
어딘가에서 제를 올렸을 테고, 철마와 관련한 전설도 머금고 있을 것이다.
동명이산(同名異山)의 그것처럼 철마를 만들어 화살의 방패로 사용한 의병계(擬兵計)라도 썼을까?
아니면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계략이라도 썼을까?
산정에 올라 두서없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바위 위에 점심 보따리를 풀었더니, 에구~ 너무 덥다.
그래서 그늘로 옮겨 매실주로 정상주부터 우선.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흥얼흥얼 산길 걷는다. 길 옆 산중 도화(桃花)런가?
돌아보니 철마봉은 벌서 저만치 멀어졌고, 그 뒤로 거류산인 듯.
그래서 당겨도 보았다.
무량산 오르막에서, 벌써 잎이 난 진달래.
이제 진달래는 제철을 지나가고...
낙옆더미에 꾸밈없이 피어난 얼레지.
통영지맥 분기점 표지판을 지나자...
곧 돌탑이 있는 무량산 고스락.
와룡지맥 분기점이기도 하고...
삼각점이 있다.
'준·희'님의 표지판에 다른 체의 글씨가 씌어져 있는 건 아마도 예전 '대곡산'이라는 표지판을 '무량산'으로 바로 잡은 것인 듯.
나는 와룡지맥을 통해 남쪽 '감치재'로 내려서야 하는 것.
누군가 매달아 놓은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감티고개는 감치재를 말하는 것.
묘지를 지나며...
밀양 손씨 비석도 쳐다본다.
다소 거친 길에...
철탑을 만나면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야만 하는데, 나는 길따라 그대로 내려섰더니 자꾸만 방향이 멀어진다.
그래서 되올라와 희미한 족적을 따라 좌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돌아...
건축자재들이 널부러진 곳으로 내려선다.
돌아보는 내려선 길.
시멘트 포장임도를 내려서다...
길 옆 노란 민들레에도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큰 도로에 내려서니 우측에 비석이 있어...
확인해 보니 '수원 백씨 효열비'이고, 그 옆으로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다.
아래는 와룡지맥이 건너는 감치재이지만 도로가 나면서 맥이 끊겼다.
내가 내려온 길은 자동차 뒷쪽 임도이니 어느 길도 위에서 만나게 되므로 무방할 것이다.
이제 33번 국도 좌측 위로 나란히 회귀할 것이다. 이 길은 구(舊)도로로서 차량은 거의 다니지 않는 길.
남파랑길이 지나며...
표지기를 달아 놓았다.
한적한 2차선 아스팔트도로에 핀 벚꽃.
바쁠 것도 없으니 그렇게 터덜터덜.
향어회와 장어구이점, 그리고 오리전문점을 지나고...
조금 내려오니 부처골, 그 좌측 산자락으로 임도가 나있는 게 보인다.
저 길로 비스듬히 오르면 철마봉으로 오르는 능선일 것.
봉은암 표석이 있는 이 마을이 부처골인 것. <고성읍 이당리 822-1>
그 뒤로 뽈록뽈록 능선이 이어져 철마봉으로 오르는 게 보이고...
더 떨어져서 보니 능선의 철탑도 보인다.
그렇게 한적한 舊도로를 걸어서 차를 대 놓은 이곡마을에 닿았다.
안내판엔 배나무가 많은 골짜기라 이동(梨洞)으로 불리다 이곡(梨谷)이 됐단다.
길 건너 반대편에 갈모봉산(368.3m)이 있고, 갈모봉산 아래에 편백숲이 조림되어 '갈모봉산림욕장'이 있다.
부산일보에서 성지봉과 갈모봉산을 연계한 가이드가 오래전 올라와 있으나 원점회귀를 이루기 위해선 산림욕장 옆 당우산을 연계하여
짧은 트랙을 그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