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논리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 미래가 원하는 인재상임은 물론 오늘을 사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이 된 지 오래다. 학교는 물론 교육기관의 대다수가 유행처럼 ‘창의사고력 향상’을 내세우지만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이 해답일 리 만무하다. 우리 아이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어떻게 길러줘야 할까. KAGE(Korea Academy of Gifted Education) 영재교육학술원(원장 조성식)을 찾아 창의력을 높이는 공부법에 대해 들어봤다.
“1979년부터 2006년까지 북극의 해빙 면적 감소 추이를 보면 10년마다 2.7%씩 줄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100년까지 대기권의 기온은 최대 6.4도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독일 뮌헨 재보험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7036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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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높이려면 정답을 요구하기보단 해결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환경기구의 회의 현장이 아니다. KAGE 영재교육학술원(이하 KAGE)의 초등 3학년 토론식 수업 현장. 7~8명씩 소그룹을 구성한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한 주에 한 시간씩 총 12주에 걸친 수업을 진행한다. 이번 연구과제는 ‘지구 온난화’. 학생들은 스스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과 피해, 원인을 조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교토 의정서 실천, 신재생에너지 개발, 환경교육의 의무화,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위치판별 추적 시스템 도입 등의 수준 높은 해결 방안이 쏟아진다. 학생들이 내놓은 대안은 모형, 포스터, 발명품, 보고서 등 다양한 모양새의 성과물로 만들어진다.
“선생님들은 질문을 던지고 수업 진행을 돕는 역할만 합니다. 나머진 모두 학생 스스로의 몫이죠.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파워포인트 작성법을 익혀 발표에 활용합니다.” 윤여홍 KAGE 심리교육상담연구소 소장은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갖고 있는 정보를 조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산과 수렴의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KAGE의 교육방법”이라고 소개했다.
KAGE는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이 ‘지식의 활용’이 가능해야 자기 주도적 학습은 물론 창의적 문제해결도 가능하다. 윤 소장은 “문제 하나를 더 풀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지식을 통해 또 다른 지식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의 주제로 진행되는 토론식 수업은 KAGE 교육의 핵심이다. 황동주 KAGE 교육개발연구소 소장은 이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토론식 수업은 정보를 찾고 수집하는 과정, 이를 조직화하는 과정, 이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엔 특정 과목이 아닌 과학, 수학, 사회 등 통합적 교육이 집약되죠. 학생들이 자라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던 활용 가능한 문제해결력을 갖추게 됩니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추기 위해선 ‘학문’ 자체를 좋아하게끔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먼저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이 아닌 ‘놀이’로 여기게끔 지도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정답을 요구하기보단 해결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윤 소장은 “아이들은 엉뚱한 상상을 하고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기 마련”이라며 “틀렸다고 지적하거나 귀찮아하지 말고 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던져 아이가 다양한 방식으로 해답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조언했다. 황 소장도 “계산을 잘하고 문제를 잘 푼다고 수학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TV쇼에 나오는 암산왕이 수학자가 될 수 없듯 핵심은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에 있다”고 했다.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는 교육은 일찌감치 시작하는 게 좋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정답만을 강요하는 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다. 윤 소장은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학습적인 요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굳기 마련”이라 말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이 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나오는데 왜 복잡하게 다른 생각을 해야 하지?’ 하는 식이다. 때문에 윤 소장이 권장하는 주제 중심 통합교육의 시작은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이전이 적기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면 인정하고 칭찬해주라는 것이 KAGE의 교육법이다. 우리말의 사용능력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영어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아이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향상을 막는 요소다.
윤 소장은 “유아~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영어공부에만 매달리면 그 나이에 배워야 할 다른 요소를 놓쳐 종합적 발달을 저해한다”며 “우리말로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져 ‘의자’란 단어를 보고 ‘Chair’는 떠올려도 막상 의자가 뭔지 설명은 못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KAGE는 지난 1989년 설립된 영재교육 전문기관으로 지적 능력이 우수한 전국 영재 아동을 대상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영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양재 본원과 목동 본원, 대전 본원을 비롯해 전국 26개 영재교육 연구실을 운영한다. 문의 (02)2149-5500
글 이경석 기자 ㅣ 사진 KAGE 영재교육학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