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싸여 있으며, 꽃이 다소 크고, 꽃받침과 꽃잎이 마주나며, 수술대에 털이 없으므로 구분된다.
남해안과 제주도에 걸쳐 자라는 ‘후피향나무’란 늘푸른나무가 있다. 자라는 곳이 한정적이라 익숙하지 않은 나무인데다
‘후피향(厚皮香)’이란 이름은 이색적이다. 중국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인데,
약재로 쓰이는 후박피 향기가 나는 나무란 뜻으로 ‘후박피향’이라고 부르다가 후피향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자람 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타이완, 중국 일부에까지 걸쳐 있으며, 키 10여 미터,
지름이 한 아름 굵기까지 자랄 수 있다.
다만 추위에 약한 후피향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인 우리나라에서는 4~5미터가 고작이다.
그것도 숲속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고 정원수로 더 흔히 눈에 띈다.
전정을 하여 따로 나무 모양을 다듬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의 수형을 만들고,
붉은 잎자루와 붉은 열매가 겨울 정원의 운치를 더해 준다. 특히 일본 정원에 잘 어울리며,
그들은 ‘정목(庭木)의 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정원수로 흔히 심는다.
잎은 손가락 길이에 긴 타원형의 자그마한 주걱모양이며, 두껍고 진한 초록빛이다.
앞뒤 면 모두 잎맥이 거의 보이지 않아 더욱 윤기가 자르르하다.
잎이 새로 나올 때를 비롯하여 양지바른 곳에서 자랄 때는 흔히 잎자루가 붉어서 색깔 대비가
아름답다. 잎 달림은 어긋나기지만 가지 끝에서는 모여 나는 경향이 강하다.
여름에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아래로 매달려 피는 동전 크기의 꽃은 처음에는 거의 흰빛이나 차츰
연한 노란빛으로 변한다. 다섯 개의 꽃잎을 가진 흔한 모양이고, 색깔이 강렬하지 않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 가을에 들어서야 비로소 작은 구슬 크기의 빨간 열매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다.
초록 잎 사이마다 아래로 줄줄이 매달린 붉은 열매는 찬바람이 조금씩 불 때쯤 갈라지면서 안에서
주황색의 씨앗이 하얀 실 같은 끈에 매달려서 얼굴을 내민다.
후피향나무는 특별한 모양새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나무는 아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평범한 모습으로 질리지 않은 것이 매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수 이외에 별다른 쓰임은 알려져 있지 않고 껍질에서 다갈색의 염료를 얻을
수 있다. 비중이 0.8로 단단한 나무이며 오키나와 등의 아열대 지방에서는 건축재로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