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22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한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교권보장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더 이상의 교권 침해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22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에는 전현직 교사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집회가 끝날 쯤에는 참여 인원이 늘어 보신각 맞은편 영풍 문고 일대가 집회 참여자로 가득 찼습니다.
교사들은 발언을 이어가며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민원과 정서적 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규탄했다. 또한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교사는 자유 발언에서 “현행 아동학대법에는 허술함이 많다”며 “교사는 신고자의 신원을 알 수 없고 이러한 점을 이용해 신고하는 빈도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교사는 자신의 무죄를 홀로, 외로이 증명하는 과정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을 초등교사라고 밝힌 B씨(24)는 기간제 교사 시절 부임한 지 한 시간 만에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교사들은 집회 내내 교사들이 모인 이유가 학부모 혐오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는 “우리는 학생과 학부모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며 편 가르기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C교사는 “2023년 현재 교직에 서 있는 교사들은 지뢰밭에 서 있는 것과 같다”라며 “교사와 학생 간 정서적 학대의 모호함을 반드시 바로잡고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초·중·고 교사 뿐 아니라 교대생과 대학교수도 참여해 교권회복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류재연 나사렛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학습 현장에 나가있는 내 제자들이 많아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교권이라는 교육의 기둥이 무너져 제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힘없는 교사들을 거리로 내몰았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2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추모곡이 울려 퍼졌다.
전국 교사들은 서이초 교내에서 한 교사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특별한 주최측이 없이 교사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집회 시작 전 지하철 종각역 입구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물결처럼 모여들었다. 교사들은 “질서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질서정연하게 보신각 앞 인도 빈 자리에 차례차례 모여 앉았다. 집회 1부가 끝난 뒤 추모곡으로 이하이의 ‘한숨’이 흘러나오자 교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닦았다.
낮 기온이 최고 32도까지 오르며 집회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교사들은 우산을 쓴 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교사들은 ‘날이 덥습니다’ ‘물 챙겨 드세요’ ‘감정 북받치시고 몸 상태가 안 좋으시면 안전요원이나 경찰에게 알려주세요’라며 서로를 토닥였다. 애초 경찰에 신고된 집회 참가 인원은 200명이었으나 집회 관계자는 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추모 목적으로 진행된 1부 집회에서 “진상 규명 촉구한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라, 교권 수호 이뤄내자”라는 구호를 입 모아 외쳤다. 구호가 끝날 때마다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구호를 외치던 진행자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1부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한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은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는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가 만연하지만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은 부재하고, 그 상황을 극복하는 일은 오직 개개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좋은 관리자를 만나거나 그 해에 좋은 학부모를 만나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이날 교사들은 “운이 좋아서 지금 살아있는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서울 강동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1년차 교사 A씨는 자유발언을 위해 무대에 올라 “교사로서, 동료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이번 일에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는 민원, 선생님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이나 행위, 신체적 정신적 폭력. 이런 교권침해는 쉴 새 없이 발생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역시 아이들은 맞으면서 커야한다’고. 그 때마다 저는 ‘체벌은 없어진 게 잘 한 거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폭력을 합니까. 다만 학생 인권을 이유로 선생님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기력하게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두려움에 떨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교권침해 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이 현실이 정상적인 것입니까. 교사 인권을 지켜주십시오. 교사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건강과 생명을 잃지 않게 도와 달라”고 외쳤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차 현직 교사 B씨도 자유발언을 하며 “저도 작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아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병가를 내고 담임 교체까지 한 경험이 있다. 학부모 민원에 더해 친구를 때리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는 시스템. 학생에게 애원에 가까운 호소를 해야 하는 상황. 다수의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동료들에게 무능력해보일까 하는 걱정과 좌절감. 내 발언에 대해 책 잡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불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저희가 잘 할게요’ ‘힘내세요’라며 작은 쪽지를 보내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새벽에 응급실을 가고 밤을 새도 출근했다. 이것은 소수가 겪는 일이 아니라 현장의 모든 교사들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이제는 공교육의 위기라 불릴만큼 심각하다”고 성토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교사들은 연신 울음을 삼켰다.
집회에 참가한 17년차 서울 지역 초등 교사 C씨는 “모두 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은 경험이 있고 선생님의 죽음을 보며 나 자신은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으나 의견을 표현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참고 있던 목소리를 내보자는 계기일 것”이라며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차 초등 교사 D씨는 “교사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없다. 좋은 관리자를 만나면 그나마 낫고, 정말 인간의 힘, 사람의 힘에 빌려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교육계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서울경제. 박신원 기자
출처 : 서울경제. 거리로 나온 교사들 "운 좋아 살아있는 것…교사 인권 지켜 달라
저도 교직에서 35년을 보냈습니다.
제가 처음 교직에 나갔을 때는 이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할 줄 알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보잘 것 없는 교사였지만 제가 교직에 있는 것을 늘 감사했고 정말 천직으로 생각했습니다.
3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대한민국, 우리 사회, 우리 교육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이 발전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우습게 알고 교사를 무시하는 정말 이런 퇴보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사의 인권은 바닥에 놓고 짓밟았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쪽을 강조하다보니 다른 한 쪽은 상대적으로 무시된 이 현실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의 인권을 신장하는 것이 학부모의 교육 간섭은 아닌 일입니다.
교사를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내 몬 사람들, 이 아무개 전 교육부장관,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학교 현장을 망쳐 놓은 진보교육감들은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그들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이나 반성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