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해변 남쪽 노봉마을 굴다리를 지나면 묵호의 대진항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묵호 해변이 길게 보이고, 오른쪽 철길 너머로는 어달산이 버티고 있다. 어달산에는 봉화대가 있다. 그래서 봉화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로 동문산 북쪽이다.
대진항의 바다와 산은 바위가 많다. 어달산은 범바위 석바위 호랑바위가 있고 바다에는 돈바위 새똥바위가 있다.
대진항 사람들은 이 바위 덕을 톡톡히 보았다.
깊은 바다에 나가지 않더라도, 문어 미역 다시마 전초 우뭇가사리 섭 골뱅이 소라등을 집 앞바다에서 딸 수 있었다.
특히 대진 미역은 부산 기장 미역 못지않게 명성이 자자했다.
청정해역의 큰 바위에 착생하고 바닷가 해풍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국을 끓이면 곰국처럼 뽀얀 국물이 우러났다.
미역은 퍼지지도 않고 야들야들 하며 식감이 좋고 깊은 맛이 우러났다.
겨울 명태철이 끝나고 봄아 오면, 대진항 사람 말고도 어달리 망상 옥계 금진 사람들도 미역 캐러 왔다.
온 가족이 바닷가에 움막을 지어놓고 아내는 미역을 따고 남편은 미역을 지고 나르고 남자 아이들은 바닷가에 가마니를 깔거나 걷고, 여자 아이들은 가마니에 미역줄기를 깔았다.
젗은 미역이 해풍에 꾸덕꾸덕 마르기 시작하면 옆을 지키고 있다가 잽싸게 뒤집었다.
귀한 미역이 누렇게 뜨면 낭패였다.
미역철이 되면 어달리나 대진항 아이들은 학교 갈 생각을 못하고 바닷가에서 살았다.
식구가 많고 규격대로 잘 된 미역을 뽑은 집들은 군부대로 납품을 했다. 규격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식구가 적어 건조 미역이 많지 않은 집들은 묵호 중앙시장이나 북평장에 내다 팔았다.
미역 냄새가 온 몸에 배도록 일해도 대부분 집들은 미역단을 묶을 때 떨어져 나오는 부스러기나 지치레기로 국을 끓여 먹었다.
언젠가부터 그 많던 미역이 대진항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봄이 되면 묵호 중앙시장에 나오는 대진항 어달리 자연산 미역과 바다 나물을 즐겨 사서 생으로 먹거나 살짝 대처 먹는다.
봄은 미역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