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어디에
이수명
물고기는 자발적으로 물고기이다. 물고기를 올리고 내린다. 물고기는 물고기와 동등하며 아직 제자리에 있다. 물고기가 아직 제자리에 있다면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무리들은
나를 헤엄치던 물고기, 나의 안에서 밖에서 나를 부풀리고 부피가 되게 했던 것, 어쩌면 나를 준비하다가 나를 갈아입다가 나는 나를 쏟아버리고 바닥이 없고 향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채 나의 본능은 혼자 지나가고
물고기,
입을 벌리고 멈춰버린 농담이라면
그 입속으로 사라져버린 방향
방향의 누더기들
몸속으로 계속 굴러떨어지는 망치가 있어
망치처럼
굳어진 턱이 있어
물고기가 아직 역사적 취향이라 한다면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피를 모르는 그 짧은 비늘들은
-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 창조적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은 예지와 인내와 노역을 동반하는 고행의 길이다.
그것은 사물과의 피나는 투쟁이며, 세계를 처단하는 폭력이며,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는 독재다. 시인이 그러한 고뇌를 감수하면서도시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이 독재적인 창조를 통해 맛보는 환희로 보상받기 때문이리라.
-임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