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 플레시 몹
“하아... 떨린다. 드디어 원서를 내는구나. 히힛~”
따끈따끈한 원서를 품에 안고, 히죽 히죽 웃으며 길을 걷는 느낌이 마치 구름 위를 사뿐 사뿐
걸어가는 것 같았다.
혹 누군가는 그럴꺼라 생각한다. 구름 위 걸어 봤냐고...
쳇. 할말은 없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설마 진짜로 구름 위를 걷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혹시 설마가 사람을 턱! 하고 잡는 거 아냐?
“없긴 왜 없어?”
“......???”
설마가 진짜 사람 잡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뚫뚫훑 뚫뚫훑 뚫뚫훑 따다다~ 뚫뚫훑 뚫뚫훑 뚫뚫훑 따다다~”
아이들이 만사마 놀이(?)를 하고 있나보다.
<주1> 만사마 놀이(?) : 모 코미디 프로에서 개그맨 정만호 외 약 3명정도 “왜 없어?”란 코너 따라하기.
“몸의 98% 이상이 농약으로 이루어진 만사마이십니다.”
“윽~ 끄악~”
“2%의 농약을 원하십니다.”
<작가 주:모 코메디 프로에 나오는 만사마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히힛~>
.
.
.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에게 묘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무안해서,
“뚫뚫훑 뚫뚫훑 따다다...” 소리를 뒤로 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만사마 역할을 한 아이가 보디가드에게 질~질~질~ 끌려 나가나 보다.
플라타너스들이 잎을 빨간 블록들 위로 떨어뜨린 곳을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는 중에 가을바람이
살짝 불어와 내 뺨을,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데 제법 차가워 진 느낌이다.
겨울이 조금씩, 조금씩 예쁘게 단풍 물들인 가을 속으로 스며드나 보다.
<주2> 플라타너스 : 버즘나무과 플라타너스 속에 속하는 식물을 총칭함. 세계 4대 가로수에도 속하며,
생장속도도 빠르고, 이산화탄소,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 대기정화 등 가로수로써 다양한 기능이 있는
반면에 오존을 생성하는 이소플랜 방출 때문에 논란이 많음.
“끼야아아악~~~~~”
어느 여성의 온 몸이 굳을 것 같은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에 어떤 사고가 난 줄 알고,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름대로 빠르게 달려갔다.
작은 공터에 하얀 소복을 입은 왠 귀신 한 명(?)이 저승사자들(?)에게 둘러싸여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그 주위에는 지나가다 무슨 일인가 하고 호기심 반, 특이함 반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곧 사람들로
하여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바로 나다.
<주3> 인산인해 : ‘사람이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라는 사자성어.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뜻. 여기서는 조금 과장되기는 하긴 하지만 많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빠르게 온 덕택(?)으로 가까이에서 구경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약 10명 정도의 저승사자들이 구미호로 추정되는 여우꼬리를 달고, 머리에 여우 귀를 단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을 둘러싸며 구미호를 잡으려는 지 그 주위를 천천히 뱅글 뱅글 돌고 있었다.
구미호는 저승사자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캬아~ 캬아~” 소리를 내지르며, 긴 손톱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연속으로 두 바퀴의 재주를 폴짝 폴짝 넘었다.
“우와~”
“후우~”
“멋있다.”
“짝짝짝짝...”
구미호의 묘기에 사람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쳤다.
구미호는 한 술 더 떠서(?) 다리 찢는 묘기까지 서슴없이 보여 주며 두 손을 위로 올렸다.
환호에 신이 났는지 연속 덤블링 세 번을 넘더니, 아. 뿔. 사!
그만 소복치마에 걸려 대자로 자빠졌다.
관중들의 야유와 한바탕 웃음을 모르는 척 시치미 떼면서 구미호는 머리와 귀를 정리하더니,
“씨~익!” 웃으며 모여든 사람들에게 한 바퀴 돌아가며 공손히 두 손 모아 인사를 하였다.
박수를 받은 구미호에 질세라 저승사자 두 명이 나와 CD Player를 작동 시키더니 신나는 댄스
뮤직에 맞춰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다.
“히야~ 요호~"
“짝짝짝짝......”
"멋지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저승사자들을 위해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세 명의 저승사자는 신화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고, 다섯 명의 저승사자는 동방신기의 노래와 춤을
멋지게 선보였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점점 열기가 더해갔다.
구미호는 “캬오~”하고 울더니 치마 속에서(?) 썬글러스를 꺼내 썼다.
그게 시발점인지 저승사자들도 썬글러스를 꺼내 썼다.
<주4> 시발점 : 맨 처음 시작하는 지점.
어느 새 누군가가 회전의자를 가져다가 주었는지 구미호는 회전의자에서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그들은 매트릭스를 패러디하기 시작했다.
메트릭스OST 음악이 박력 있게 깔리고, 주위는 사뭇 조용해진 듯 했다.
그들은 매트릭스의 한 장면, 한 장면 패러디를 리얼하게, 혹은 코믹하게 표현해 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이미 그들에게 이미 빠져 있었다.
그 때,
“휘리릭~ 휘리릭~”
경찰관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그들은 부리나케 도망갔고, 아쉽게도 그들의 쇼는 막을 내렸다.
저승사자들과 스탭(?)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참! 원서!’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이 든 나는 재빨리 가려고 많은 사람들 사이로 나가려 아등바등 거리고 있었다.
툭!
“아야야! 누구야?”
누군가가 내 등을 강하게 밀치는 바람에 살짝 넘어졌다.
그리고는 품에 안은 원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픈 와중에도 누가 밀쳤는지 알기 위해 얼굴을 보니, 도망가기 위해 구미호가 나를 밀쳤던 것이었다.
도망가는 구미호를 가리키며,
“앗! 구미호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앗! 미안.”
미안하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왼손을 살짝 흔든 다음에 다시 도망갔다.
사람들은 나를 보기 시작했고, 나는 무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내가 왜 그랬을까? 으흑...’
알 듯, 모를 듯한 울상을 지은 나는 떨어진 원서를 잡으려 했다.
터벅. 부시럭.
“엇? 내 원서.”
으윽~ 지대루 밟혔다.
이런 퐝당한 시츄에이션이... 누군가가 내 원서를 밟았다.
찢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만, 기분이 나빠 내 소중한 원서를 밟은 놈(?)을 째려보았다.
“아~ 미안합니다.”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왼쪽 어깨에 걸쳐 잡고 있는 파일럿 모자를 쓴 카메라맨이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무겁지도 않은 원서를 같이 들었다.
“앗!”
한 순간 멍해있는 내 손에서 원서를 뺏어, 자기 옷에다 원서에 묻은 흙을 털고 한 번 본 다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받으라며 도로 내주었다.
“자, 받아요. 미안해요. 저기... 중요한 원서 같은데...”
“아~ 예. 푸른 고등학교 원서예요. 오늘 원서 넣으러 가려했던 참이에요.”
받기는 받았지만 조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 심정을 알아챘는지,
“아~ 정말 미안해요. 고등학교 원서면 중요한 텐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참! 푸른 고등학교라고 하셨나요?”
“네.”
“호오~그럼 언젠가 다시 보겠네요. 우리 학교에 오면 듀플랙스 철학모임 한태현을 꼭! 찾아 주세요.
알았죠? 꼭입니다. 저는 바빠서 그럼.”
생긋 웃으며 뒤돌아 뛰어 가는데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멍 하니 서있는 나에게 또 한번 사람들의 시선이 슬금슬금 몰리기 시작했다.
‘아고, 창피해라~’
모르는 척 얼른 품속에 원서를 안고 사람들 사이, 사이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 한태현이라는 사람이 있는(?) 푸름 고등학교를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구미호와 저승사자들도 있는 것은 물론일테고...
여담이지만...
그 뒤로 누군가가 사진을 찍으며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은화는 몰랐을 것이다.
글쓴이는 알겠지만...
--------------------------------------------------
안녕하세요. ^^:
겨우 한 번 시작으로 올려놓고 첫술에 배부른 듯이 이제야 올리네요.
핑계를 대자면 일하랴, 추석이랴,
쓸때없는 감기는 한 달 째 동거중...
몇일 째... 독한 감기약 먹고 헤롱헤롱 하다가 제대로 퇴고도 못한 채 허저비리 한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정말 죄송하고요. 많이 못난 글이지만 애정과 관심으로 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은화가 원서 내러 가네요.
요즘 학생들 원서 준비 하시겠네요.
저는 참...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 가물 하네요.
그런사람이 학원물(?)에 손을 대다니...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보고픈 마음에 쓰는 것 없잖아 있네요.
지금도 교복입은 학생들을 보면 참 부럽네요.
나도 저 때가... 하면서...
늙은이의 푸념이었습니다. *^^* 히히힛~
첫댓글 나도 원서 써야 하는데... ㅋㅋㅋㅋ
구름과 바람님~ 원하시는 고등학교 입학 꼬옥~ 하세요. ^^ 두 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