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로싱 시사회에 다녀왔다. '함께 울어주세요' 라고 씌여진 영화 포트어 문구를 보고선 피씩 우섰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얼마전 '두만강을 넘어온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탈북하며 겪었던 수많은 동포들의 아픔들이 글로 엮어져 있는 책이었다. 식량난으로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넘다가 아이가 엉엉 우는 바람에 군인에게 발각되어 도망치다가 아이는 돌에 걸려 넘어져서 군인에게 잡히고, 엄마만 정신없이 달려가서 살았다는 이야기... 그 엄마는 중국을 떠돌며 조선족들의 보호를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목숨을 유지하지만, 북에 잡힌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는 사연...;;
영화 크로싱을 보면서,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북한동포들의 고통이 가슴으로 파고 들어왔다.
나는 (사)좋은벗들이라는 평화인권난민지원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6월과 7월 북한에서는 대량아사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 좋은벗들에서도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참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명철이라는 아이와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아이는 영화 속의 북한 아이의 역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충격을 받아서 말수가 적어졌다 한다. 우리가 수고했다고 정말 수고많았다고 격려해 주었는데, 아이는 말없이 우리를 쳐다보기만 했다. 남한에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집에서 살아왔는데, 연기하면서 과연 북한 아이의 그런 심정이 얼마나 전달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인터뷰를 했다. 준이 역할을 맡은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 찍느라 한달을 굶었습니다... 힘들었어요... 그리고 북한 친구들아, 지금 다시 식량사정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힘내! "
대답은 짧았지만, 무언가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듯한 표정...
나랑 함께 시사회에 온 탈북청소년 친구가 이어서 말했다. 탈북청소년인 내 친구는 영화를 보고나서 내 이야기와 똑같다고 하면서, 북한 넘어올 때 생각이 그대로 다시 살아나서 미칠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준이 역을 맡은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형도 너 만한 나이에(11살) 형이랑 둘이서 두만강을 넘었어... 너가 영화에서 맡은 일을 형은 실제로 다 겪었단다... 우리 엄마 아빠도 북한에서 모두 돌아가셨어... 영화 찍느라 수고 많았다... 큰일 한거다..."
탈북청소년 친구는 준이역 맡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감동적이었다. 영화속 북한아이와 실제 그 일을 겪은 진자 탈북소년이 함께 뜨거운 포옹을 했다!
메가박스에서 나오는 길, 영화 대본에서 북한말 대사를 모두 감수해준 새터민을 만났다. 새터민은 영화를 찍으며 자신이 북에 두고온 5살짜리 아이 생각에 내내 눈물 바다였다고 했다. 영화 속 준이처럼 우리 아이도 북한의 어딘가에서 엄마를 찾아 헤메고 다녔을 거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북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그 사연은 모른채, 남한에서는 사람들이 '가족들을 버리고 왔다'고 비아냥 거릴 때면, 너무나 서러워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남한에 와서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 북에 두고온 아이 생각에, 남한에서 받는 차가운 시선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은 날이 없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우리를 받아줘서 참 고맙지만, 좀 더 너그러이 탈북자들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신다.
지금 북한이 다시 96년-98년 처럼 식량사정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아니 북한에 친척을 둔 어떤 분은 그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또다시 수백만의 사람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하루 빨리 북한에 신속한 식량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치와 이념을 넘어서, 아무리 적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굶어죽어가는 사람은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내 친자식, 친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도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또다시 영화 크로싱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내가 오늘 만난 탈북민의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발! 부디!
헤어지면서 나는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말했다. "어머님이 아픔을 딛고, 영화를 통해 북한동포들의 고통을 남한사회에 알리는 큰 역할을 했듯이, 이제는 어머님 같이 고통을 겪고 넘어온 수많은 새터민들의 의지처가 되어주세요...'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이렇게 식량난으로 부모 형제를 잃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남한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정부는 아직도 북한에 대량의 식량을 지원하라고 요청하면, 군량미로 들어간다고 반대한다. 지금 군인도 굶어죽어간다고 하는데, 군인도 먹어야, 주민들에게 식량이 돌아갈 것이 아닌가... 조건없이 대량의 식량을 지원하면, 그동안 얼어붙었던 적대의식의 벽이 무너지고, 화해의 분위기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남북 경협도 재개되고, 이산 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국제적인 대외신인도를 높게 할 것이고,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북한아이들이 이렇게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로 병에 걸렸을 때, 나중에 10년 20년 뒤 통일 되었을 때 그 경제적 의료 부담, 정신적 치유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후손들은 남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굶주린 북한 동포들을 외면한 부도덕한 정부, 부도덕한 민족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MB정부는 6월이 가기 전에, 하루 빨리 대량의 식량을 북한으로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제발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대북정책의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지 말아 주길 바랍니다.
|
출처: 희망플랜 원문보기 글쓴이: 희망플래너
첫댓글 많은 추천 바랍니다.
가슴이 찌르르해집니다...북한동포에게 식량지원 빨리해야됩니다..너무 굶는 사람이 많습니다..우리가 쇠고기를 먹네 마네할때 저들은 굶어죽어가고잇어요.....ㅠ.ㅠ
공감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네 먹거리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지금 더 시급한 것은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우리 이웃 북한을 돕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빨리 방향을 선회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