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 있을 때였다. 갑판사관이 수병 보고 드라프트 좀 보고 오라고 했다.
명령을 받은 수병은 선뜻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은듯 되물었다. 뭐라구요? 들었다 놨다?
육군에 끌려 가지 않으려면 해군이나 공군에 지원을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럴려면 적어도 중학교는 나와야 했다.
그런데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수병은 중학교도 제대로 다녔는지 궁금하다. '드라프트(draft)'는 흘수선이다. 배가 수면하로 얼마만큼 잠겼는지를 표시한다.
배에는 선수,선미,중앙에 흘수 표시가 있고 국제만재 흘수선 표시가 붙어 있다. 예전에 화주가 배에다 짐을 과적하여 운항중 침몰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여 이후에 감항능력을 고려하여 선급에서 표시한 기호다.
송출선 기관실에는 주기를 비롯해 발전기, 청정기, 냉동기,공기압축기,보일러,에코노마이저 등 각종 기기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고 저선,배관, 밸브들도 많다. 배에 발령을 받아 가면 먼저 기기들의 성능과 특성 그리고 사고 히스토리를 알아야 하고 각종 파이프라인을 파악해야 한다. 파이프라인에는 밸브가 여럿 달려있는데 밸브마다 네임 플레이트가 영어로 표기돼 있다. 그 이름표만 보면 그 밸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컴퓨터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다.
대학4학년 때 배웠던 자동제어 시간에 원문으로 된 교과서에서 처음 보게 됐다. 하지만 우리와는 거리가 먼 미국에서의 일이라 여겨졌다.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해군 갔다가 제대를 한 후 배를 타다가 내렸다. 당시만 해도 송출선이 국내선보다 임금이 훨씬 높아서 배 타는 재미도 있을 때였다. 돈에 대한 미련도 있었지만 돈보다는 도전을 택했다. 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아날로그 세상이었지만 커면서 세상은 차츰 디지털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시계에서 디지털 시계로 바뀌듯 선박의 프로펠러 회전수도 디지털로 바뀌었다.
아나로그(Analog)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을 나타내는 것이고 디지털은(Digital)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서 여러 불연속적인 값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나르그는 전자회로에서처럼 연속적인 입력신호를 받아서 연속된 출력을 낸다. 반면에디지털은 연속된 입력신호를 받아서 불연속된 출력신호를 낸다. 아나로그와 디지털 차이의 예로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문자방식을 읽는 방식이 아나로그라 하고 액정이나 다이오드의 도통/부도통으로 숫자를 나타내는 방식의 시계를 디지털방식이라고 한다. 디지털에서는 신호를 더 잘게 자르게 되면 왜율이 적고 원신호(원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개인용컴퓨터(PC) 286을 처음 산 것은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었다. 서울 세운 상가에 가서 데스크탑과 모니터를 샀는데 DOS도 모르고 PC부터 산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DOS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컴퓨터에 입문하게 됐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필요한 작업만 해나갈 뿐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최근에는 디지털혁명이라 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다양한 기능이 내재되어 있지만 극히 일부만 이용할뿐이다. 나이가 드니 움직임도 둔해지고 무엇보다도 도전정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특히 MZ세대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 지하철 안에서도 채팅을 한다든지 아니면 게임을 즐긴다. 주식도 MTS로 하고 음식 배달은 물론이고 홈쇼핑에서 물건 구매도 끝내고 페이도 폰으로 끝낸다. 폰이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폰활용도를 높이려면 무료 강습회에 등록하면 된다. 사진을 찍다 보니 동영상 편집이 필요해서 무료강습에 신청해서 줌 강연을 통해 몇가지 기능을 익혔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그룹스타디를 통해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앞으로는 메타버스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니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늘천 따지 하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디지털 돼지털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디지털 세계와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 하나는 '디지털 세계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난제로 가득한 이유는 무엇일까'다. 리차드 쿨라타는 그의 저서 'Digial for Good: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에서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시간을 들여 디지털 세계에서 사람들이 의미 있는 참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원칙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가 처음 시작됐을 때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근본적 규정을 세우지 않았기에 현재 해결하지 어려운 문제들로 가득하다는 의미다. 쿨라타는 디지털 세계의 부작용을 막고 사람들이 '디지털 웰빙'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웰빙이란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고, 디지털 시민은 '온라인 세계에서 타인을 존중하며 교류하는 방법을 알고 가상세계와 현실 속 커뮤니티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개인은 어떻게 디지털 시민이 될 수 있을까. 쿨라타에 따르면 이는 가상세계가 단순히 업무나 거래가 이뤄지는 웹사이트가 아닌, 사회 건강(health of our society)에 주요한 요소가 되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즉 가상세계의 가치가 즐거움에만 있지 않고 실제 사람들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테스트 공간'이라는 뜻이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개인은 주위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이를 토대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쿨라타는 "가상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디지털 시민이 지켜야 하는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세계에는 어떤 규정이 적용돼야 할까. 쿨라타는 디지털 웰빙을 위해 있어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첫째는 균형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의 다양성을 균형 있게 맞추라는 의미다. 예로 게임 애플리케이션(앱)만 사용하지 말고, 포토샵 앱 등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각 디지털 기술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두 번째는 정보 큐레이션이다. 디지털 세계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 사람들은 이 중 어떠한 정보가 올바른 정보이고,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쿨라타는 "효율적인 '디지털 큐레이터'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개인이 찾는 정보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다른 정보와 비교했을 때 해당 정보가 타당한가'를 질문하며 정보 큐레이션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포용성이다. 다른 사람들 의견에 열린 마음을 갖고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다. 즉 온라인에서 교류할 때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해야 한다.
다음은 참여다.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사용해 온라인·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가령 온라인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마지막은 의식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디지털 세계에서 하는 행동을 의식하고 어떻게 하면 안전한 온라인 세계를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이 디지털 시민이 지켜야 하는 사항이다. 나아가 쿨라타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시민이 되는 법을 가르칠 때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설명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온라인 안전(online safety) 관련 내용만 집중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나 공유하지 말고, 나중에 후회할 만한 사진과 글 등을 온라인 게시물에 올리지 말라는 등 안전 관련 사항만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무작정 디지털 세계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가르치지 말고, 사람들(특히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의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더 좋다.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곧 현실세계의 삶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