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는 이미 내보냈지만,
지난 주 금,토,일 이렇게 3일간 남쪽끝에서 발걸음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첫날,
집에서 7시반에 출발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하니 정오가 됐습니다.
하얀집인가 하는 그래도 손님이 있는 집(대부분의 식당은 손님이 없었음)에서 고등어백반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남도 음식이 대개 맛있는데 요즘 손님이 드물어 그런지 반찬이 좀 부실했습니다.
아무튼 배도 부르고,대번에 걷기에는 부담스러워 미황사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설악산 울산바위 같은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자락에 자리잡은 미황사,
설명에 보니 한때는 상당한 규모의 가람이었다 하네요.
목조로 된 대웅전이 아주 고색이 창연합니다.
특히 단청을 하지않아 속살이 드러난 나무결이 아주 정겨웠습니다.
화장 안한 맨얼굴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은 중고등학생도 덕지덕지 바르는 시대라 맨살 보기가 참 어려운데.
앞으로 주욱 펼처진 들판,그리고 뒤로 늘어선 기암괴석.
언젠가 친구들과 한번 산행이라도 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고봉이 500미터가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공룡 등어리처럼 주욱 펼쳐져있어 한바퀴 돌려면 7시간,가벼운 산행도 3시간이라고.
국토의 마지막 끝자리에 이런 골산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날이 미세먼지 '나쁨'인 날이라 안경에 마스크,칭칭 둘러싸고 출발점에서 사진을 한장 박았습니다.
그리고 77번 국도를 따라 북상을 시작했습니다.
땅끝 가본 사람 아시겠지만 조그만 고개를 하나 넘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배도 불렀고,마스크도 했고,숨이 가빠 헥헥거리며 산을 넘으니 송호해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이 송호해변의 땅끝리조트,땅끝이 서해와 남해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는데 이쪽은 서해쪽입니다.
그래서 낙조(Sunset)가 너무 예쁜.
해변을 따라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족히 200여살은 더 먹어뵈는 나무들인데 잘 살아남았네요.
다시 길을 걷습니다.
따로 인도가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차를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게다가 집집마다 개없는 집이 하나도 없고,이 개들이 다 곱게 보내주질 않아 귀청이 따갑습니다.
진도가 가까운 동네라 그런지 모조리 진돗개입니다.
마늘을 캐느라 부부가 땅에 엎드려 잇는 곳,차로 20여명을 투입을 해서 집단수확을 하는 곳,양파 캐는 곳,보리수확하는 곳,남도의
들판은 아주 바쁩니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게 뭔가 죄를 짓는 기분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방학때 집에 가서 등산간다고 하면,
"왜 비싼 밥먹고 쓸 데 없는데 힘빼노? 꼴을 한짐 비오든지 나무를 한짐 해오든지"
하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내가 이렇게 아무런 목적도 없이 걸어도 되는건가?
두시간을 걸었는데도 국토종단 6.2키로 지점이라는 표지가 나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완행이 되고만 셈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
숙소에 와서 씻고 다시 땅끝으로 가서 '종가집 한정식'이라는 곳에서 전복정식을 먹었습니다.
전복회에 전복찜,전복 장조림에 전복해물탕,온통 전복투성입니다.
그리고 갓김치,각종 젓갈(특히 갈치속젓),조그만 조기 두마리,30여종은 되는 푸짐한 반찬입니다.
전복 비쌀거라 생각하겠지만 정식 1인분 18,000원,요즘 전복이 공급이 넘쳐 개값입니다.
패트병에 숨겨간 화요와 그집 맥주로 마누라와 소맥을 알딸딸하게 비웠습니다.
지난 번 제주도 두번 갔을 때는 마누라가 다른 손님도 청해와서 나 걸을 때 딴짓 하더니 이번에는 아주 따라걷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얼마나 하나보자 했는데 결과는 사흘을 꼬빡 같이 걸었습니다.
지나 나나 족저근막염 환자인데.
첫댓글 해남의 황토색 토질이 겁나게 좋습디다. 그래서 양파,배추 등 농산물이 최상품인가 모르겠지만.
두분이 알콩달콩 깨 잔뜩 묻혀 가면서 댕겨들 다니세요. 그라다 와, 가리늦게 무신 일 일날란가 모리지...
사모와 함께하는 국토종단길 아주 부럽습니다.고성 고향 생각도 나고요,
우짜든지 무리는 병이되오니 조심하시길 기도합니다.
아 !! 미황사(달마산)도 가보고 싶어.
개값인 전복 맛도 보고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