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간 연인 생각에 괴로워하며 그 하소연을 읊은 ^^취태평(醉太平^^ 》 고영화(高永和)
평온함을 취하라는 취태평(醉太平)은 당나라 때 교방곡(敎坊曲)의 이름이었다가 사패 및 곡패의 이름으로 사용된 고려시대 대표 음악이다. 또 취사범(醉思凡)이라고도 하며 선려궁(仙吕宫), 중려궁(中吕宫)에도 속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네 인생사에는 고민과 번뇌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취태평에는 태평함에 취하고 싶은 소망이 녹아 있다. “취태평, 끙끙대고 고민하고 있소. 끙끙대고 고민하고 있소. 저는 요즘 사람 이 뇌까리는 말은 들었지만 처음 먹었던 마음을 잊어버렸다오.(厭厭悶着 厭厭悶着 奴兒近日聽人咬 把初心忘却)” 이별 앞의 여인은 취태평을 주문처럼 외우며 끙끙거린다.
○ 한편 취태평(醉太平) 또한 평온함을 취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 취하고 싶다는 현실 속에서 붙인 아명일 것이다.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 즉, 세상일의 좋고 나쁨을 미리 예측할 수 없으니 그저 마음 편히 평온함을 취하며 살라.”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취태평은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전래된 사악(詞樂)의 하나로 당송(唐宋) 이후(以後)의 중국 음악 당악(唐樂)의 산사(散詞)에 속하는 곡의 하나였다. 송의 사악(詞樂)은 대곡(大曲)과 산사(散詞)로 나뉘는데 취태평처럼 관현악 반주의 성악곡으로 연주하는 곡을 산사(散詞)라 한다. 악보는 현재 전하지 않고, 가사만이 『고려사』 악지에 전한다. 이 <취태평(醉太平)> 산사(散詞)의 내용은 고민거리를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을 읊은 것이다.
● 다음 ‘藥’ 운의 사(詞) <취태평(醉太平)>은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별한 애인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여인의 하소연을 읊었다. 구조는 쌍조(雙調) 각 4구(句) 전단(前段) 4475 / 후단(後段) 7775 총44자로 되어 있다. 이별 앞에서 여인은 끙끙대며 고민하고 시름하고 있다. 한때 그대에게 깊게 빠지기도 했으나 그대가 나를 배신하여 어쩔 수 없이 헤어지려는데 만나니 또 마음 약해지고 만다.
1) 취태평[醉太平] /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당악(唐樂)
厭厭悶着 끙끙대며 고민하고
厭厭悶着 끙끙대며 시름하고 있습니다.
奴兒近日聽人咬 근래에 제가[奴兒] 남들이 떠드는 말을 듣고
把初心忘却 다잡았던 초심(初心)을 망각(忘却)하고 말았네요.
/敎人病深謾摧拙 사람을 속이고 애태우게 해서 깊은 병 들게 하더니
憑誰與我分說破 누구에게 부탁하여 나와 함께 진실을 나누자는 것인지.
仔細思量怎奈何 자세히 생각해 본들 어쩔 수가 없네요.
見了伏些弱 만나면 수긍하고 약해져 버리고 마네요.
● 다음 ‘先’ 운(韻)의 사(詞) <취태평[醉太平] 윤선(輪船)을 기다리다(候輪船)>는 조선말기 문신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이 제주도에서 종신형의 귀양살이하던 경자년(1900년, 광무4) 봄에 지은 작품이다(庚子春在濟州時作). 구조는 쌍조(雙調) 각 4구(句) 전단(前段) 4465 / 후단(後段) 4465, 44자로 되어 있다. 만날 때는 설렘 가득 반가우나 떠날 때는 화살처럼 빨리 가버린다. 하루가 3년 같았는데 고향으로 떠나가는 여객선에 나그네 시름만 가득할 뿐이다. 아마도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듯하다.
2) 취태평[醉太平] 윤선(輪船)을 기다리다.(候輪船) / 김윤식(金允植 1835~1922)
來如候仙 올 때는 신선을 기다리는 듯하고
去如闓弦 갈 때는 활시위를 놓은 듯하네.
眼窮千里欲穿 천리 밖 뚫어져라 하염없이 바라보니
抵一日三年 하루가 삼 년 같구나.
/還鄕夢牽 고향 돌아가는 꿈에 이끌려
思鄕路綿 고향 생각 줄줄이 이어지네.
檣烏底事留連 장오(檣烏)는 무슨 일로 머물러 있나
爲羇愁滿船 나그네 시름이 배에 가득한 때문이네.
[주1] 윤선(輪船) : 물레바퀴 모양의 추진기를 단 기선. 화륜선(火輪船)
[주2] 장오(檣烏) : 돛 위에 매단 까마귀 모양의 풍향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