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과 몇이 어울려 매주 가는 등산 코스를 장산으로 잡았다.
코스를 장산으로 정한 이유는 날이 춥기도 했지만 바람도 제법 강해서 산이 바람을 막아주는 곳을 택해야 했고
통상적으로 열시 반에 출발하는 시간을 30분 더 늦추어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중봉에서 내려오기로 한 것은 개구리란 친구가
걸음이 시원찮은 것을 고려해서였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닷새 후인 2022년 1월1일부터 정상에 있는 레어더 기지를 개방하여 시민들이 자유로이 올라갈 수 있도록 개방한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겐 정상에 출입제한구역을 정해 놓고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산을 오르는 성취감을 없애는 조치나 다름없다. 제한구역이 해제 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긴 하나 도시방어측면에서 본다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평화는 힘의 밸러란스가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도에 있던 레이더기지도 철폐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어제 산행에는 평소보다 많은 7명이 참석했다. 산에서는 날다람쥐란 별명을 가진 전 산대장이 대원들을 위해서 방어회를 준비해 왔다. 요즘이 방어철이라고 횟집마다 '대방어'라고 쓴 포스터를 붙여놓곤 한다.살점이 약간 붉은 색을 띄는데 기름기가 사르르 흘러 입에 넣으면 색감이 부르럽고 야들야들하다. 싱싱한 것을 갖고 오기 위해 아침에 동네 횟집에 가서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야채와 된장 마늘 고추 콩가루 와사비, 초장까지 제다 준비해 왔다. 술은 나보고 준비하라고 해서 솔술,매실주, 법주 세가지를 과일주 항아리에서 덜어서 가지고 갔더니 모두들 술과 안주를 보더니 혀를 내 둘렀다.
술은 마시는 용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시골에서 한 여름에 논을 메다 중참을 먹을 때 마시는 농주는 논두렁에 걸터앉은채로 바가지나 사발에 부어 마셔야 제맛이다. 땀을 흘리고 난 다음 갈증이 날때는 시원한 막걸리가 허기진 배를 채울만큼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하므로 작은 컵이나 종지에 부어 마시는 것으로는 우선 양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장속에 있는 소주잔을 7개를 꺼내 깨끗이 물로 씻어 준비해 갔던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술잔을 돌려가면서 권했을텐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금기시 돼서 각자의 잔은 돌리지 않기로 하고 술을 바꿔 가며 한잔 마시고는 방어회 한 두 점을 취향에 따라 와사비에 찍어 먹는 사람, 양념한 쌈장에 찍어서 상추에 싸서 먹는 사람, 초장에 찍어 먹는 사람 제각각이었다. 나는 쌈장에 찍어 먹었더니 짜게 먹었던지 밤중에 두 번이나 깨어 갈증이 나 물을 찾았다. '소금 먹은 넘이 물켠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