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때 막내가 구해준 공연티켙으로 집사람과 같이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발레 공연을 보았다.
둘이서 공연이나 영화를 함께 본 것은 제법 오래된 것 같다. 몇년전에 딸 애가 구해준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를 본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우리가족이 20여년전에 영국 카디프에 거주할 때는 가족티켙을 끊어 거의 매주 음악회를 갔었다. 가족 티켙은 할인을 많이 해주어 싼값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세계적인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하기 때문에 러시아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도 카디프에서 보았다. 이번에 본 '호두까기 인형'은 2013년 북극항로 시범운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요즘은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이 다시 확산되면서 정부는 거리두기를 강화하여 4인이상 사적모임을 금지시키고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중이용시설인 식당이나 영화관 등에 입장을 허용치 않고 있다. 나의 경우는 아직 백신접종을 미루고 있다. 백신부작용으로 위중자가 속촐하고 또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저질환도 없는 평소 멀쩡했던 사람이 백신접종을 맞고 숨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당국에서는 사망원인이 백신과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가 권해서 백신접종을 했는데 사고가 났다면 제일 먼저 사인을 규명해서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그저께 친구들과 같이 장산에 등산을 갔다가 하산시 막내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일요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공짜 티켙이 두 장 생겼는데 부모님 공연보러 가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처럼 백신 미접종자도 가능하냐고 재차 물었더니 지금 코로나 감염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하면 내일 오전에 검사결과가 나오므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왔던 길을 되돌려 다시 해운대역으로 향했다. 2번출구를 나가니 넓은 광장에 텐트를 처놓고 임시검사소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개인정보를 서류에 기입한 후 선별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음성이라는 통보가 왔었다. 유효기간이 사흘인 28일까지라고 문자가 들어 왔다.
어제 5시반에 영화의 전당 공연장으로 가서 먼저 표를 받은 다음 공항의 출입국 수속처럼 코로나19 백신접종 결과나 PCR검사 결과를 확인을 거쳐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화의 전당이 이웃에 있어도 전에 한 두번 정도 왔을 정도로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편이다. 반면에 집사람은 가끔 영화를 보러 다니는 모양이다. 영화제를 개최할 때면 멀리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 와서 관람을 하는데 가까운 이웃에 살면서도 외면하고 사는 것은 문화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영화나 공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나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라고 한다면 변명일까?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안내자들이 티켙을 보고 좌석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 자리는 무대를 향해서 우측 앞에서 8번째줄로 24번과 25번이었다. 중앙위치는 아니지만 앞쪽이어서 무대가 잘 보이는 위치였다. 공연티켙은 좌석위치에 따라 값의 차이가 있다. 뒷쪽과 구석진 좌석은 가격이 훨씬 싸다. 유명한 공연이 있을 때는 티켙이 아주 비싸기 때문에 경제 사정상 뒷좌석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입장객들중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였고 젊은이들은 연인끼리 입장한 사람들도 많았다.
안내방송에서는 공연이 시작되면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공연과 관람에 지장을 준다고 핸드폰 전원을 모두 끄라고 했다.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다.
'호두'냐 '호도'냐? '호두까기 인형'이라 하면 보통 호두라고 하고 '호도과자'라고 할 때는 '호도'라고 한다. 둘 다 쓰지만 호두가 표준말이다. 국어사전에는 호두나무의 열매로, 속살은 지방이 많고 맛이 고소하여 식용으로 쓰이며, 한방에선 변비나 기침의 치료 동독(동독)의 해독 따위의 약재로 쓴다고 돼 있다. 정월 대보름날에 호두를 먹으면 그 해 기침도 하지 않고 부스럼도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표준어 규정2장2절8항에는 '호도,호두'처럼 양성 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 호두가 표준어가 된다.
호두는 껍질이 아주 야물므로 손으로 깨기는 쉽지 않고 또 입에 넣고 잇빨로 부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뻰지와 비슷한 도구로 깨는데 '호두까기 인형'은 인형 모양에다 호두까기 기구를 설치한 것이다. 내가 배 탈 때 유공해운의 VLCC 유공 파이오니어호를 인수멤버로 갔을 때 그곳 노르웨이 기관장이 내개 너트 크랙커를 선물로 주어서 지금도 우리집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것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 에른스트 테오도르 빌헬름 호프만(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 1776 – 1822) 이1816년에 펴낸 동화 "Nussknacker und Mausekonig(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줄거리를 프아스 문호 알렉산더 듀마(Alexandre Dumas,1802-1870)가 각색하였고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818-1910)가 발레로 구성하고, 차석 안무가인 러시아 출신 안무가 레브 이바노프(Lev Ivanov, 1834- 1901)가 수정한 후, 표뜨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가 음악을 담당하여 발레 "Nutcracker (호두까기 인형)"이 완성되었다. 1892년 12월 18일에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에 있는 마린스키(Marynsky) 극장에서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리카르도 드리고(Riccardo Drigo, 1846-1930)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나 큰 성공은 거두자 못했다. 발레 전곡은 서곡을 포함하여 16곡인데 차이코프스키는 이중에 8곡을 발췌하여 3부로 구성하여 완성하였다. 대략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클라라를 비롯한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뻐한 뒤 잠들었을 때, 생쥐 왕이 부하들을 이끌고 습격해 온다. 호두까기 인형이 병사 인형들을 지휘해 맞서지만 전황은 불리하기만 하다. 이 때 클라라가 슬리퍼를 던져 생쥐 왕을 쓰러뜨리자 생쥐들은 모두 도망가 버린다.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신해 생명을 구해준 보답으로 클라라를 과자 나라에 초대한다. 각 과자를 상징하는 요정들이 차례로 춤을 춤을 춘 뒤 모두가 한데 어울려 흥겹게 춤추는 것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