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라운의 투혼
개인적으로 최근 브라운 비판을 굉장히 많이 했고 서동철과 브라운이 같이 손 잡고 팀을 나갔으면 했었는데.. 반성합니다. 농구를 보면서 간만에 참 찡했네요. 예전 농구에서나 보던 근성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현대 농구에서 이러한 무리한 출장은 선수의 생명을 갉아먹고 감독의 비판으로 이어지지만, 제 아이디에서 보실 수 있듯이 제 최애 플레이어는 허재와 코비입니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눈두덩이가 찢어지고 아킬레스가 끊어지면서도 경기장을 쉽게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늘 감동받고 감명받았던, 이제는 아재가 된 농구팬이어서 그런지 절뚝거리면서도 3점을 성공시키고 어시스트를 돌리고, 정말로 서있을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런 승부근성을 최근에 본 게 언제지 하면서 많이 찡했습니다.
브라운의 승부근성. 이게 브라운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지기 싫은 마음에서 어거지를 부리고 묻지마를 던지고 항의를 하고 짜증을 내지만, 또 이 지기 싫은 마음에서 오기가 팀을 이끌기도 합니다. 브라운의 활약 덕분에 크트는 허훈 결장 후에 귀중한 2연승을 거둘 수 있었고 플옵 진출에 한 발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브라운이 쉬어야 할 차례인 거 같은데, 허훈이 돌아와서 팀을 잘 이끌어주길 바랄 수 밖에 없겠네요.
브라운 부상이 심하지 않길 바라고, 부상이 심해서 외인 교체를 신청하게 된다면 조금은 서글플 것 같네요. 선수들 - 특히 외국인 선수들은 - 늘 크블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접이나 관심을 못 받아왔죠. 잘 추스리고 플옵에서 또 투지 넘치는 활약을 하길 기대하겠습니다. 하지만 또 플옵에서 특유의 플랍과 짜증이 나온다면... 그 때 가선 또 욕을 하겠죠. 저는 세상에서 제일 간사한 그룹인 스포츠 팬이니까요.
2. 로테의 필요성
그 동안 서동철 감독은 선수들을 갈아넣으면서 지금의 순위를 유지해왔고, 어제는 사실상 브라운을 갈아마셔서 만들어낸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브라운의 활약이 보여준 건, 한 팀에 헤비 온볼러가 두 명이 있다는 사실이고, 둘을 최대한 떨어뜨려 놓을 때 서로 좋은 모습이 나온다는 겁니다. 허훈의 결장이 오히려 팀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준 느낌인데, 브라운-박준영-박지원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서 뛰고, 허훈-알렉산더-박준영이나 김현민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서 로테를 좀 돌릴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허훈과 브라운은 별로 시너지가 나는 조합은 아니고 실제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나왔습니다. 물론 승부처에서는 유연하게 혼자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라운과 허훈을 같이 써도 되겠지만, 1-2쿼터에서는 좀 유연하게 팀을 운영하면서 체력안배도 해주고 팀의 시너지도 냈으면 좋겠습니다.
박준영과 박지원도 충분히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고, 부각되는 단점 만큼이나 나름의 장점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두 선수다 투지와 근성이 있더군요. 아직 어린 선수이니만큼 계속 써주면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김현민이나 김윤태 보다는 박준영 박지원이 중용되는 게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봅니다.
박지원은 컷인이나 골밑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과감해서, 나름 패스뿌리기 놀이를 좋아하는 브라운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고 박준영도 마찬가지입니다.
3. 허훈의 과제
허훈은 물론 팀내 최고의 선수이고 현 크블 넘버원으로 불러도 손색은 없겠으나, 본인이 없을 때 팀이 2연승을 한 걸 좀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저는 농구를 오래 봤지만 전술적인 면은 잘 모릅니다. 그래도 제 눈에 보기에도 허훈이 없을 때 다른 선수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약간은 볼소유를 필요로 하는 박준영 선수는 두 경기 연달아 좋은 활약을 보였고, 허훈이 있을 때처럼 쇼타임 플레이는 적었지만, 더 패스가 잘 도는 인상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허훈 개인보다도 서동철 감독이 허훈 위주의 2:2와 더불어 적절히 팀플레이를 섞어서 하는 그런 팀 전술도 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면 허훈과 브라운이 같이 출장을 해도 브라운의 하이앤로우를 적절히 섞으면 양홍석이나 박준영이, 심지어 박지원까지도 골밑의 빈공간으로 파고 들면서 득점을 만들 수 있겠죠. 사실 어제도 골밑으로 들어가는 컷인 플레이가 승부처에서 크트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훈의 활약을 극대화하면서도 허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팀전술을 짜는 게 서동철 감독의 과제일 것 같고, 허훈 선수의 과제 또한 조금 더 팀원들의 볼소유를 권장하면서 팀 전체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게 팀을 리드하는 것일 겁니다.
제가 보기에 크트는 현재 성적 이상의 포텐이 있는 팀이고, 아직 젊은 팀입니다. 시즌 중간에 얻은 여러 깨달음들이 플옵에서 결실을 맺길 바라고, 우승은 몰라도 최소 4강 플옵까지는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쓸데 없는 잡설 이상입니다.
첫댓글 작년에 허훈없을때 7연패한거생각하면 많이좋아졌네요 특히 박지원의가세가 정말큰힘이되고있어요 신인이다보니 미숙한게보이지만 얼마만에 좋은가드인가요
지금 3.4위하는 오리온kgc 다 붙으면 대등한경기하기에 이번플옵정말재미있을거같습니다
삼성팬이지만 어제 KT전술은 좋았습니다. 박지원을 탑에 안 세우고 (그러면 상대팀은 너무 편하죠. 새깅하면 공간을 안 내주니까) 김영환이 셋 오펜스에서 탑에서 경기 조립하고 박지원은 위크사이드에서 철저하게 커터로 썼는 데 이렇게 하면 박지원의 약점을 최대한 감출 수 있죠. 반면 삼성은 화이트가 로포스트로 갔을 때 김준일이 하이에서 볼을 못 넣어주는 게 아쉬웠습니다.
직관했었는데 정말 꿀잼경기 였습니다. 박준영 박지원 응원합니다~ 브라운 부상 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ㅠ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써 주셨네요. 다만 투혼도 좋지만 응원팀의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온다면 참 안타까운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경기가 중요해도, 선수가 출전을 강행해도 절뚝거리기 시작했을 때는 빼줘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도, 제 감정과는 별개로, 브라운을 계속 코트에 둔 건 안 좋은 판단이었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서동철은 감독 자격 실격이라고 봅니다. 예전에 댄토니가 코비를 계속 안빼서 결국 아킬레스까지 나간 거 생각하면... 후.. 이런 건 그냥 선수의견 반영 안하고 감독이 과감하게 빼줘야죠.
자꾸 박준영 수비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는데 BQ가 있는 선수라서 이 부분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좋아질거라고 보구요. 사실상 상대 4번 수비인데 지금까지 상대에게 줄 득점을 줬다고 보더라도 단순 기록상만 봐도 20분 이상 출전했을때 매치업 상대를 대상으로 득실마진이 나쁘지 않습니다. 박준영에게 좀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박지원도 초반에 상대 섀깅에 많이 당황했고 슛에 약점이 있는 것이 단기간 극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합 출전을 거듭할 수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는 계속 기회를 줘야 해요.. 저도 초반에 슛때문에 쩔어서 자기 플레이 못할 때는 이 선수 기대를 접어야 하나 싶었는데 최근 두게임 보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요.. 특히 수비와 허슬, 번뜩이는 드라이브인은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마지막으로 허훈은 ㅎㅎㅎ 본인이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는 맞지만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팀원에게 나눴으면 좋겠어요. 항상 밝은 표정이던 선수가 올시즌들어 유독 어두운 모습이 종종 보여서 마음이 아파요... 결국 이 모든 문제의 핵심 키는 그분이 가지고 계십니다.
박준영 수비 문제는 좀 복잡하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이 가진 운동능력, 신체능력에 비해서 수비가 매우 좋습니다. 자리를 먼저 선점해 부족한 운동능력을 커버하죠. 단 1선에서 뚫린 선수는 무주공산이고 풋워크가 좋은 상대에게도 1:1로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장재석이나 이승현 같은 선수들.... 박준영 선수는 농구를 할줄 아는 선수라 향후 어떻게 본인의 단점을 가리면서 성장해 나갈지 보는 맛이 있는 선수입니다.
@smurf 격하게 공감합니다. 박준영 선수가 이번 시즌에 뛴 경기를 보면 선발이 아닌데도 제 몫을 꼭 해냈습니다. BQ까지 좋은 선수라 앞으로 더 기대합니다.
어제 사실 져도 할말 없는 게임이긴 하죠. 박준영은 제가볼땐 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을겁니다. 단점이 뭔지 그리고 극복할 방법이 뭔지 잘 아는 거 같아요. 조금 더있으면 전술수행에서 주도적인 역할도 할거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함지훈을 롤모델로 삼아서 엠비피까지 가길 바라봅니다. 영리한 선수라 전술을 촘촘히 잘 짜주는 감독과 만나면 더 잘할 거 같아요. 본인으로서는 볼핸들링 스킬하고 쓸만하지만 애매한 3점슛 능력을 더 키우면 대성하리라 봅니다.
@kobe_hj 함지훈같은 영향력을 가지려면 1대1이 되야할거 같은데요. 함지훈처럼 골밑을 밀고 들어갈 힘은 아닌거 같아요. 물론 박준영이 왼손을 잘 쓴다는 장덤은 있죠. 골밑에서 활동반경을 넓혀 나오는게 좋을거 같네요.미스매치 만들고 가드상대로 미드레인지 게임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스트업후 점퍼도 좋구요. 그러면 패싱 스텝 등 장점이 살거 같아요물론 2대2와 3점 스페이싱이 대세인 현재농구랑은 안맞죠. 김영환
의 롤을 다 물려받아야할 선수는 박준영같아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브라운과 허훈은 떼어놓고 그자리에 박지원을 넣는생각 아주 좋네요. 박지원은 당분간 공을 많이 쥐지 말고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어제처럼요. 속공 달려주고 컷인으로 계속 수비흔들어주는게 좋더군요. 출전시간이 늘고 시간안에서 자기 역할을 꾸준히 하면 자신감이 늘고 공을 들고도 잘하게 될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박지원이 에너지가 있고 과감한 선수이다보니 보는 맛도 있고 상대에게 위협적인 모습도 꽤 연출하더라구요. 속공 전개와 컷 위주로 플레이를 시키면 3점슛이 부족한 면은 많이 부각되지 않으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리라 예상합니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박준영 선수가 이번 시즌에 뛴 경기를 보면 선발이 아닌데도 제 몫을 꼭 해냈습니다. BQ까지 좋은 선수라 앞으로 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