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食單대로 먹으면 癌 잘 안 걸린다!
글·李相旭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지중해 사람들은 먹는 것 자체를 즐긴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골라가며 먹기보다는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을, 많은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원재료의 맛을 강조하기 때문에 염분의 섭취도 적다. 健康食일 수밖에 없다
⊙ 지중해 식단, 올리브유·생선·야채·과일·콩·통곡물·와인 빠지지 않아 ⊙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섬유소, 비타민, 알파-토코페롤 많아
▲ 올리브유ㆍ생선ㆍ야채ㆍ과일ㆍ콩ㆍ통곡물ㆍ와인 등이 들어 있는 지중해 식단은 암 발생률을 낮춰준다. 암(癌)치료에 좋은 음식을 주제로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 쓰는 게 직업이 아닌 필자로서는 미숙한 점도 많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암환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을 다뤘다. 지나고 보니 단편적인 지식 위주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측면이 있다. 브로콜리가 탁월한 항암 효과를 가진다고 해서 하루 세 끼를 브로콜리만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브로콜리만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사실 암환자는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폭넓은 상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건강을 잃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먹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 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일본 사람? 우리나라? 아니면 유럽인들?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우문(愚問)일지도 모르겠다.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다양하다. 때문에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흔히 서구 사람들은 ‘지중해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도시에 있는 푸드코트(식당)를 가면 미국식, 중식, 일식, 이탈리아 요리 등이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다.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은 이탈리아 음식을 포함한 지중해 주변 지역(유럽 쪽) 사람들이 먹는 일반적 식단이라 할 수 있다. 오래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푸드코트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지중해식 음식을 별도 코너에서 파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때 미국에 살고 있던 한 지인(知人)에게 “이곳 사람들은 지중해 요리를 어떤 음식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건강식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중해 음식은 그리스 지중해 연안에 있는 크레타섬 주민들의 식단이 원조(元祖)인 것 같다. 지중해식 식단에는 올리브유, 생선, 야채, 과일, 콩, 통곡물(홀그레인), 와인 등이 빠지지 않는다. 이들 음식에는 다량의 불포화지방, 오메가-3, 섬유소와 비타민, 알파-토코페롤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섬유소의 중요성을 밝힌 임상연구 논문에 의하면, 하루에 섬유소 10g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률이 33% 낮아진다고 한다. 음식과 대장암 발병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임상연구에서 밝혀졌다. 지중해 식단에는 섬유소가 다량 함유돼 있는데 실제로 지중해식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은 암 발생률이 낮다는 임상 연구결과도 있다. 2011년 그리스 의학자 콘투(Kontou)의 연구결과 또한 지중해 식단이 암의 발생을 줄인다고 돼 있다. 지중해 식단이 암 발생률을 줄인다고 기정사실화해도 무방하다.
암환자, 기본적으로 잘 먹어야 ▲ 올리브유와 견과류를 곁들인 지중해 식단이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을 30%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 식단에 들어 있는 올리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리브에는 불포화지방이 많다. 올리브 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생선 기름과 더불어 건강에 좋은 기름으로 꼽을 수 있다. 올리브 열매에서 물리적으로 직접 기름을 짠 엑스트라버진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에 포함돼 있는 불포화지방산 올레산은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LDL)을 줄여주고 몸에 이로운 콜레스테롤(HDL)의 효율을 높여준다. 올리브 열매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항(抗)산화작용을 해 암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샐러드를 만들 때 올리브 기름을 부어주는 지중해식 메뉴는 정말 괜찮은 식단이다. 지중해 식단에 포함되는 소량의 포도주 또한 건강에 좋다. 과학적 접근 외에 이탈리아, 그리스 사람들의 음식문화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그들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는다. 먹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하고 즐긴다. 야채, 올리브 기름, 생선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하나하나 골라가며 먹기보다는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을 그대로 먹거나, 가능한 한 단순한 조리 과정을 거쳐 먹는다. 지중해 요리를 보면 저장해 놨다가 다시 꺼낸 음식이 거의 없다. 즉석에서 요리해 먹는 게 많다. 원재료의 맛을 강조하기 때문에 염분 양도 적다. 건강식(健康食)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당연히 건강하고 암에 걸릴 확률도 낮다. 암환자들은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느냐’ 항상 고민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나이를 먹어도 잘 늙지 않는 것 같다. 70세가 되어도 근력(筋力)이 젊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물론 과도한 영양 공급, 왜곡된 영양 섭취는 새로운 질병을 낳을 수 있다.
먹는 것의 즐거움 먹는다는 행위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문화적 차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밥을 먹는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밥을 먹는 방식이 다르다.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들은 수저를 쓰지 않고 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젓가락과 숟가락을 동시에 쓴다. 주로 밥은 숟가락으로, 반찬은 젓가락으로 먹는다. 인도 사람들은 지금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손으로 먹는 것은 비위생적이어서 스푼과 포크를 사용하라고 한다든지, 음식을 먹을 때 물을 마시면 위산(胃酸)이 묽어질 수 있으니 마시지 말라고 한다면 과연 받아들일까. 먹는다는 것은 정신적 만족감, 문화적 동질성을 향유하는 행위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시점은 임진왜란 때라고 한다. 그 이후 우리나라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대부분 들어간다. 그런데 고춧가루를 먹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가 치료하는 환자들 중 한 분은 혀에 암이 생겨 고생하고 있다. 50대 남자인 이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2년 넘게 받고 있다. 재발 기미가 없어 현재까지는 정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분은 진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필자에게 불만을 털어놓는다.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고춧가루를 먹을 수 없다. 약간의 매운맛만 있어도 혀에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필자를 붙잡고 “정말이지 매운 음식을 실컷 먹게 해달라”고 늘 하소연한다. 부인이 만들어주는 맛나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먹는 것의 즐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환자를 통해 알 수 있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 환자들은 먹지 못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목이 아파 음식을 삼킬 수 없는 환자의 경우, 위장에 튜브를 꽂아 액체 영양제를 넣어준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먹는 것 이상의 만족감을 갖는다. 살고자 하는 의지의 최초 행동은 무엇을 먹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투병행위는 적은 양이라도 어떤 음식을 먹는 것에서 출발한다. 의사가 진료를 할 때 환자와 먹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진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치료행위다. 암을 극복하려면 의사는 치료를 잘하고 환자는 투병을 열심히 해야 한다. 환자가 잘 먹도록 의사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현재 많은 암환자는 어떤 것을 먹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물론 어떤 것을 먹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편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 건강에 좋은 우리 음식 ▲ 건강식으로 알려진 그리스, 이탈리아 요리들. 가끔 건강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우선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따라서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보관이나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먹는 음식이 자신의 건강에 매우 유효하다고 믿는다. 위약(僞藥·플라세보)효과처럼 이런 식생활은 분명 환자의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음식을 먹으며 혀끝이 만족하기보다 대뇌(大腦)가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분명히 건강은 좋아질 것이다. 이런 효과 역시 2차적으로 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환자가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제를 투여받았고 여러 가지 치료를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암을 이긴다는 것은 이런 치료행위의 결과로 봐야지 특정 음식 섭취 하나로 병을 극복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필자는 몇 가지 지중해 식단의 장점을 얘기했다. 무엇보다 지중해 식단을 단순히 따라하기보다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는지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음식문화도 장점이 많다. 싱싱한 야채를 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겉절이를 해서 먹기도 한다. 나물 요리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야채의 특성에 맞게 먹을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양질의 고랭지 배추나 무가 있기 때문에 양배추나 브로콜리의 긍정적인 효과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올리브유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요리할 때 적절하게 사용하면 건강에 좋을 것이다. 그 외에도 마늘, 생강, 파, 부추 등 향신료로 쓰이는 다양한 채소를 먹기도 한다. 음식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식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약력 李相旭 ⊙ 4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실 연구부장.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최우수 논문상,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출처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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