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송천동성당 등산동호회(신산회)가 창립 16주년을 맞았다
그동안에 어려움과 힘듦이 많았지만 주님의 돌보심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14구간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하늘호수 차밭쉼터'에서 16살 생일잔치를 하였다.
화개장터막걸리와 모히또 칵테일 잔을 하늘호수에 띄우며 축배를 들었다.
농부들의 바지런한 손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녹차밭 사잇길을 걸어 내려왔다.
원부춘–형제봉임도삼거리(4.1km)–하늘호수차밭쉼터(2.5km)–정금차밭(1.2km)–대비마을(1.5km)–백혜마을(3km)–가탄마을(1.1km) <총 13.4km>
원부춘마을회관
한달 만에 경남 하동군 원부춘마을회관에 다시 모였다.
마을회관 앞에 서면 형제봉에서 뻗어 내려온 능선과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깊고, 마주하는 능선은 부드러우면서도 까마득히 높다.
왜~ 부춘(富春)인가?
부춘(富春)은 이름 그대로 풍요롭고(富) 따뜻한 봄날(春) 같은 동네이다.
동네 어귀에서 만난 노오란 선인장 꽃을 보고서야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아차렸다
우리 나라에는 봄 춘(春)자가 들어간 마을이 여럿 있다.
해남 두륜산 입구에는 '봄이 오래 머문다'는 뜻의 장춘(長春)마을이 있다
우리 고장 익산에도 ‘봄이 드나드는 물가’라는 아름다운 뜻을 지닌 춘포(春浦)마을이 있다.
수정사(水淨寺)
활공장으로 오르는 길가에 수정사란 절이 있었다.
절 이름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있다 해서 붙여진 것 같다
최근에 지어진 절 같아 보였는데....깊은 골짜기에 거대한 사찰이 들어서는게 불가사의하다.
형제봉 쉼터
아름다운 펜션촌을 지나 지루한 시멘트 임도길을 한없이 올라갔다.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가며 1시간 반 가량 오르다 보면 형제봉 쉼터에 닿는다.
들머리에서부터 시작된 오르막 포장 임도가 끝나고 비로소 숲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한없는 내리막길
형제봉쉼터에서부터는 한없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험하고 어려운 구간 중의 하나이다
중간중간에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땅을 파헤친 흔적이 눈에 띄었다.
하늘호수 차밭쉼터(1)
드디어 우리가 쉬어가기로 예약한 하늘호수 차밭쉼터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호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깊고 푸르른 녹음의 물결을 호수로 표현한 것 같다.
하늘호수 차밭쉼터(2)
첩첩산중답게 나무로 지붕을 얹고, 나무를 깎아 살림살이를 직접 만들었다.
나무를 이용하여 손님이 앉을 의자와 식탁도 만들었다.
모든 것이 투박하고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늘호수 차밭쉼터(3)
예전에는 막걸리를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민원을 많이 넣어서 중단했단다
대신 입장료를 5천원씩 받고 막걸리 1병, 혹은 음료수 1잔 대접하는 방식이다.
우리 일행은 달착지근한 화개장터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16살 생일을 축하하였다.
하늘호수 차밭쉼터(4)
하늘호수에는 막걸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장이 손수 만들어준 칵테일 모히또도 마실 수 있다.
모히또는 쿠바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고 알려져 있다.
하늘호수 차밭쉼터(5)
쉼터의 주인은 양진욱, 배윤천씨 부부다.
힘겨웠던 도시 생활을 벗어나 ‘쉼’을 위해 28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고 한다.
지리산숲을 닮은 나무꾼과 착하디 착한 선녀의 느낌이 드는 부부의 미소가 아름답다.
하늘호수 차밭쉼터(6)
적당히 뒤로 기울어진 나무 의자에 앉는 듯 눕는 듯 등을 기댄다.
황장산의 듬직한 자태와 녹색의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처마 밑에 매달린 청, 황, 백, 녹, 적의 오색 타르초엔 히말라야의 바람이 머물다 간다.
하늘호수 차밭쉼터(7)
이정표에는 ‘바람도 별빛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씌어 있다.
이미 수많은 산악회와 산꾼들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우리의 자랑스런 '송천동성당 등산동호회'의 이름표도 매달아 흔적을 남겼다.
하늘호수 차밭쉼터(8)
바위를 뜷어 물길을 내었는데 웃음이 절로 나온다.
주인장의 해학적이고 유쾌한 발상이 참 재미있다.
우리 민족들은 성에 관련된 것들을 생활안에 끌어들여 웃고 살았다.
닮은 꼴(?)
두 사람에게서 풍기는 느낌이 많이 닮았다.
주인장의 하얀 머리와 강베드로의 흰 수염이 잘 어울린다.
기분이 좋아진 강베드로가 이곳에서 마신 막걸리값을 치루었다. ㅎㅎ
도심 삼거리
중촌마을에서 내려오면 쌍계사와 정금, 대비로 길이 나뉘는 삼거리다.
지리산국립공원탐방로와 지리산둘레길이 갈라지는 곳으로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가야할 둘레길은 정금차밭 방면으로 향한다.
정금정(井琴亭)
정금(井琴)의 원래 이름은 가야금을 탄다는 ‘탄금(彈琴)’이다.
정금은 ‘옥녀 탄금형’ 즉 옥녀가 가야금을 타는 지형으로 되어 있다 한다
정금리 차밭 위에 있는 정금정에서 녹색 바람을 쐬며 쉬어 갔다.
정금리 차밭에서
초록의 고운 빛깔과 향기가 가득한 층층의 녹차밭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차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바지런한 손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한다.
하동 녹차는 지리산 청정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 찻잎을 손으로 빚어 만든 전통 수제차가 대부분이다.
정금 삼거리
정금 삼거리에서 대비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차밭과 나란히 나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하동에서 자라는 차는 신라시대부터 ‘왕의 녹차’라 불릴 만큼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대비마을
가락국의 김수로왕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
102년 수로왕과 함께 이곳에 수로왕비 허황옥이 머문 곳으로 7왕자의 성불을 기려 절을 지었다.
절 이름을 대비사라 하였는데 후에 그대로 대비가 마을 이름이 되었다.
이 맑은 눈동자이고 싶다
이 여린 마음이고 싶다
바스스 일어나는 신록을 보아라
가벼이 손짓하는 신록을 보아라
바람과 만나
햇살과 만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한결 싱그럽구나............................................................임강빈 <신록에> 부분
빨강 우산을 쓴 남자
차밭 사이로 걸어가는 빨강 우산을 쓴 남자가 낭만적이다
녹색과 빨강은 보색 관계인데 제법 잘 어우러진다
빨강 구두를 신은 여인과 나란히 걸었으면 더 좋았을 걸....ㅠㅠ
백혜마을
대비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밤밭을 지나 내리막을 걷다 보면 백혜마을이다.
가탄마을의 뒤 산등성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원주민보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새로 지은 집들이 더 많아보였다.
향상일로(向上一路)
백혜마을 전원주택 앞으로 내려서는데, '향상일로(向上一路)'란 표지석이 보였다.
향상일로(向上一路)는 불교에서 '절대의 진리에 이르는 외길'을 뜻하는 말이다.
시골마을에 내려와 살면서 이토록 무거운 문장을 앞세우는 게 옳은 일일까??
가탄(加灘)마을
마을 이름은 선경과 같은 아름다운 여울이라는 가여울(가탄)이었다.
지금도 이곳 주민들은 '가여울'이라 부른다.
가탄마을 앞으로는 영신봉에서 발원한 화개천이 화개장터로 흘러 섬진강으로 스며든다.
신선이 살면서 아름다운 여울에 낚싯대를 담궜다 하여 가탄이 되었다 한다.
정자 옆에 서있는 아름드리 서어나무 세 그루는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쉼터 정자는 만수정(萬壽亭)이란 편액을 달고 있었는데...이곳에서 오래오래 쉬어 갔다.
길가슈퍼
'길가(吉佳)슈퍼'는 말 그대로 길가의 슈퍼인데....한자 말 한번 멋지게 갖다 붙였다.
인기척은 없는 가게 옆에 둘레길 스템프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둘레꾼들이 라면, 김치찌게, 커피 등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이곳의 길이 좁아서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신산회 16살 생일잔치
전주로 돌아와서 소나무식당에서 16살 생일잔치를 벌였다
신산회가 시작된지 어언 16년이 지났다니 감개무량하였다.
신산회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기쁨과 즐거움의 산실이 되리라 믿는다.
첫댓글 창립 16주년 생일을 축하합니다.
동안 이끌어주신 대장님 및 임원진 분~~ 넘 넘 수고많으셨습니다.
수고로움으로 행복감 충만하며 길이 길이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할 날이 있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