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번 추석연휴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게다가 14호 태풍 "매미"마져 경상도 및 영동지방을 강타하여 피해가 무척 큰 모양이다.마음이 안스러울 뿐이다.
연휴가 시작되는 화요일 오후5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포천,화천,양구를 지나 밤10시경 광치령에 도착하였다.
아침부터 내리던 폭우는 차차 잦아들고 있었으나 장수대에서 야영하기도 늦은시간이고 해서 2년전 설악산을 오고가면서 들른 기억이 있는 "설악산 태권도 수련원"(광치령에서 원통 방향으로 1km 내려가면 도로 왼쪽에 위치함)의 9호실에 여장을 풀었다.-방 하나가 약 25평형의 흰색 팬션 스타일의 깔끔한 민박집으로써 @30,000원/1박키로 함-
2.수요일 조식후 장수대로 이동하여 소나무 숲으로 우거진 장수대 야영지를 한바퀴 휘돌은후 11시에 대승령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낮익은 대승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대승령을 향하다가 문득 23년전의 설악산 하계등반의 기억이 떠올랐다.장수대-대승령-흑선동계곡-오세암-공룡능선-희운각-대청봉-천불동-설악동으로 내려온 아스라한 추억이...
그당시 비내리던 첫날밤의 야영을 바로 이곳 대승폭포 상단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등산로 옆에서 하였었고, 식수며 설겆이를 폭포 상단에서 했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대승령 정상에 가깝게 올라가니 금강초롱 군락과 투구꽃의 푸른빛이 정상까지 주욱 이어진다.오후1시경 대승령에 도착하였고 서북주릉을 따라 귀청까지 오르려 하였으나 스텔라와 J군이 반대한다.다수결원칙에 따를 수 밖에...
오후4시경 장수대에 되내려와 다리앞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늦은 점심겸 저녁을 들고 오후5시15분에 장수대를 떠나 한적한 국도를 따라 인천에 도착하니 저녁8시를 가리킨다.(편도 215km)
3.추석당일 마석의 모란공원에 아침 6시반에 도착하여 성묘와 차례를 지낸후 아침9시에 춘천을 경유하여 장수대에 도착하니 정오무렵이다.
전날 산행의 피곤함과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더니 몸이 무거워 텐트를 친후 점심을 들고서 두어시간 눈을 붙였다.
오후6시경 일기예보를 들으니 태풍이 북상중이며 비가 내릴것이라 한다.
야영의 계획을 바꿔 광치령의 민박집으로 다시 들어선 시각이 저녁7시였다.
4.금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굵은 빗줄기가 앞을 가린다.길 건너편 고랭지 채소밭위로 산중턱에 짙은 구름의 커튼이 가리워져 있다.
우산을 받쳐 들고서 대암산으로 오르기 위해 임도로 접어들었다.(10;00)
완만한 경사로의 임도 양편으로는 고랭지 배추밭과,무,고추밭이 펼쳐져 있었으나 자주 내린 비 때문에 수확을 포기한듯 배추밑둥이 썩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광경이 눈에 띈다.
임도 한편에는 군용차량에 압사한듯한 어린 뱀이 진흙탕길에 나뒹굴고...
광치령 정상에서 대암산 방향은 우측으로 90도 꺽여 산사면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나간다.길가의 먼지버섯과 말벌집등을 캠코더에 담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혀 나가는데 우산을 똑바로 들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몰아 닥친다.아마도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이리라 생각하며 해발 약 천여미터의 갈림길 삼거리에서(13;30) 간식을 들며 약 1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할 북쪽의 대암산 방향만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대암산 정상 직하 해발 1,280m의 높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지로서 천연기념물인 "대암산 용늪"은 내년봄을 기약키로 하고서 미련없이 되내려 온다.내년봄에 다시 올때는 사륜지프를 수배하여 준비한후 미리 주인 아주머니에게 2~3일전에 연락을 드리면 군부대의 출입허가를 받아 주시겠다고 하시며 당신도 같이 동행하자고 한다.대암산 용늪은 자신도 아직 못 올라 보았다 하시며...
내려오는 길에는 심한 바람 때문인듯 유난히 많은 잣나무숲 언저리 길가에 떨어진 잣 8~9송이를 줍는 재미도 느끼고, 또 어린 산토끼가 인기척에 놀란듯 꽁지를 내빼며 임도를 달리는 별난 광경도 눈에 담는다.
민박집에 거의 다 와서는 농가 앞의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는데 언덕배기의 닭장밑 경사면에 토종달걀 하나가 밤송이 위에 얌전히 얺혀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달걀은 삼십여분뒤에 J군의 끓는 라면속으로 들어가고...
민박집에서 세번째 밤을 맞이하는데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한다 하고 밖에는 바람이 점점 거세여져만 간다.
5.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니 태풍이 빠져나간듯 바람도 잔잔하나 날은 잔뜩 흐리고 간간히 옅은 빗방울이 흩뿌린다.
오늘은 옥수골에서 자기로 하고 주인 아주머니와 헤어진후 화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는 도중에 후곡약수에 들러 약수도 들며 한참 공사중인 평화의 댐을 지나 봉오천에서 가래를 딴후 반암골 초입에 도착하니 오후5시다.비가 내리길래 다시 우산을 꺼내들고 한손에는 캔맥주 두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서는 야영지인 다리위까지 산책삼아 슬렁슬렁 걸어 올라간다.간이 화장실 뒤편의 잣나무 숲속에 들어가 기웃거리다 보니 또 서너송이의 잣을 주워들고 임도 한편에서 잣을 빼내 맥주안주로 입속에 넣고 한입 깨무니 입안 가득 그윽하면서도 진한 잣향이 베어 나오는듯 하다.
6.일요일 모처럼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마음마져 상쾌해 진다.
화악산으로 가면서 검문소 삼거리 근처의 토종달걀 2판을 차에 싣고 화악약수에 도착하니 정각9시다.
지난번에 보아둔 오미자를 따기로 하고 실운현으로 오르는데 빨간 오미자가 지천이다.그러나 높이 매달려 있어 그림의 떡이다.
장대를 이용해 따보기도 하고 급기야 J군이 다람쥐처럼 나무에 올라 오미자 줄기를 휘어잡으며 몇웅큼의 오미자를 비닐봉지에 담는다.
오미자는 오미자 열매 고유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해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날짐승마져 외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지금 집에는 담근 오미자술과 베란다 한편에는 차로 마실려고 오미자 열매를 한창 말리고 있는 중이다.돌아오는 겨울, 용평 시즌방에서 눈내리는날 밤의 오미자주 개봉을 위해 목하 숙성중이다.
11시경에 화악터널을 출발하여 우남하우스의 돌갈비탕으로 점심을 든후 인천에 오후3시에 도착한 추석연휴 5박6일간의 산행이었다.
7.참석인원;고동0, 고성0,고준0 총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