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요소 심사숙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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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1단계에서는 귀농인 자신의 보유자원을 철저히 파악한다. 보유자원은 생산 기반과 인적 자원, 재무 자원, 경영 능력 등 대략 4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생산 기반은 토지, 농기계, 지역 입지 등과 같이 작목 생산에 필요한 직접적인 자원을 말한다. 재무 자원은 귀농 자금과 회계 등 경영 관리능력 등을, 인적 자원은 자신과 배우자의 재배기술 수준, 농기계 숙련도, 동원 가능한 노동력 등을 일 컫는다. 마지막으로 경영 능력은 최신 귀농정보 수집, 전문 지식, 주변 인맥 활용, 농산물 마케팅 능력 등 을 뜻하는데, 네 가지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그릇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귀농인들이 꿈꾸는 ?래의 농장도 딱 본인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따라서 항상 철저한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 그리고 농업관련 서적을 읽어가면서 꾸준히 자신의 그릇을 키워나가야 한다.
귀농지 주작목 최우선 고려 2단계는 자신이 도입 가능한 소득작목 리스트를 작성하는 순서다. 리스트 중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 은 귀농하려는 지역의 주산작목들이다‘. 작목 주산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내포돼 있다. 종자 구입 부터 재배방식, 수확 후 관리 등 거의 모든 생산 과정이 전문·규모화됨에 따라 재배기술 습득이 용이하 다. 지자체 지원? 많고 유통 교섭력도 높아서 판매에 유리한 점 등 여러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귀농하려 는 지역의 주작목에 대한 정보 습득은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더불어 최근 국내에 도입되 는 새로운 작물이나 신품종에 대한 정보 수집도 빠뜨리지 말자.
다음 3단계에서는 리스트에 오른 작목들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한다. 특히 소득작목에 대한 사업성 검 토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이때 사업성이란 기술성과 시장성, 수익성, 안전성을 일컫는다. 이는 전문적 인 분야라서 귀농인들이 완벽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농업 자료와 현장 탐방을 통해 진행해나갈 수 있다. 또 귀농교육 때 접하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사업성을 부문별 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성 부문으로 재배기술 습득이나 농기자재 활용 등이 용이한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 면 이렇다. 요즘 귀농인들이 많이 재배하는 작목이 표고버섯이다. 재배기술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고 배지 공급업체가 기술지도를 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토마토와 오이·멜론 등 시설과채류나 화훼류 등은 높은 재배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귀농인들 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작목이다. 따라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이를 리 스트에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시장성 검토다. 이를 위해서는 작목별 수급과 총 재배면적, 생산량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필 요하다. 이를 토대로 최근 생산량이 증가하는 작목과 줄어드는 작목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이유도 파악해 본다. 몇 년 전까지 귀농인들이 선호하던 매실의 경우를 보자.
지난 10여 년 동안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해서 최근엔 1800억 원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1995년 매실의 총 재배면적은 1371㏊, 생산량은 8000t가량이었다. 그런데 2000년 초 텔레비전 드라마‘ 허준’을 통해 매실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2007년 3277㏊, 2013년 5537㏊로 면적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렇다 보니 올 6월 성출하기 매실가격은 소비자가 기준 1㎏당 2000원 수준으로 약세를 면치 못한 형편이다. 소비시장도 정체상태에 빠져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소득작목에 대한 시장성은 귀농 이후 5~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주 소득작목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자연재해 대비도 감안해야 셋째, 수익성 검토다. 주요작목들쟀 수익성은 농촌진흥청 농사로 홈페이지(www.nongsaro.go.kr)의 ‘농산물 소득정보’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는 약 70개 품목에 대한 평균 생산량과 판매단가, 경영비 등이 상세히 조사돼 있다. 또 지역·연도별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수익이 얼마나 되 는지 파악할 수 있다. 주요 품목 이외의 작목은 농촌진흥청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 담당자에 게 문의하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은 안정성 검토인데, 이는 소득작목별로 경영 위험요소가 무엇이며 어느 수준의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농업은 기후나 천재지변에 취약한 편이어서 지역별 기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합해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원도 강릉이나 양양, 전남 진도, 제주도는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불어 하우스를 지어도 타 지역보다 대폭 보강된 설비가 필요하다. 또 온난화 영향으로 폭염과 가뭄·폭 우·태풍·폭설 등 자연재해가 매년 심해지는 양상이다. 따라서 자연재해 현상도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 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자주 발생하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은 축산분야를 사업 모델로 선정? 려는 귀농인이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가능하다면 이런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을 선택하거나 관행의 밀식사육을 지양하고 자연순환 형태인 생태 유기축산이나 방목을 통해 친환경축산물 인증과 축 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등을 획득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쌓아 차별화된 축산농가로 성장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자금문제 역시 안정성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다. 한우의 경우 100마리를 키우는 전업농이 되려면 평균 약 5억 원 이상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그런데 1억 원에도 못 미치는 초기 자본으로 이런 사업에 뛰어든다 면 자금 안정성이 불안해지는 사태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지 난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건으로 인해 전국 체험농장 방문객이 방문을 대부분 취소하는 사태가 발 생했다. 자금 여유가 없는 농장의 경우 이러한 사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유보자금을 미리 확보해서 사업 안정성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리스트에 올려 작목을 검토할 때에는 기후 나 천재지변, 가축 질병, 자금부문 등 사업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꼭 필요하다.
풍년의 역설… 판매대책 있어야 소득작목 선정 마지막 단계는 앞서 작성한 최종 리스트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소득작목을 선정하 는 과정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핵심 사항 중 하나는 유통대책이다.
지난해‘ 풍년의 역설’이라는 표현이‘ 농민신문’에 실렸다. 대파·배추 농사가 몇 십 년 만의 풍년이라 할 정도로 농사가 잘되었는데도 농민들이 울상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너무나 농사가 잘되어 대파와 배추 공급이 많? 늘어났지만 수요는 한정적이니 가격이 떨 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요즘 농산물은 생산보다 유통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소득작목을 선정하려면 판매에 대한 대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최종 선정된 소득작목 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실천 목표, 즉 매출과 순소득을 설정한다. 귀농도 하나의 사업으로 본다면 매출과 수익 목표를 정해서 부단히 노력해야만 작목 선정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 단계의 실천 목 표는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