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42935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부당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 고의 또는 과실 추정의 번복 및 책임 제한이 문제된 사건〉[공2023하,1130]
【판시사항】
[1]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경우,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경우,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는 실체법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따라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집행채권자는 보전처분의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후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 다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3조,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77조, 제300조 [2]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8453 판결(공1992, 2990)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공1999하, 2001)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다34764 판결(공2012하, 1575)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07662 판결(공2015상, 595)
[2]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42532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코세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강이강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미반도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다래 담당변호사 민현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5. 28. 선고 2018나206892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는 실체법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따라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집행채권자는 보전처분의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8453 판결,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다34764 판결 등 참조).
나.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후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 등 참조). 다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07662 판결 등 참조),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정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42532 판결 등 참조).
2. 과실 추정의 번복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본안소송에서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14조의2 제5항의 적용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이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부당하게 과도한 금액의 가압류 집행에 대하여 채권자인 피고의 과실을 부정할 직접적 근거가 될 수 없다.
2)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의 존부·범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이유가 사실관계 확정·적용이 아닌 법적 해석·평가상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과실 추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관련 본안소송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하여 달리 판단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침해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 영업비밀에 대한 기여도 등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이러한 요소들은 사실관계가 확정된 이후 이를 토대로 법적 해석·평가가 이루어지는 복합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 차이가 단순히 법적 해석·평가상의 차이에서만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피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손해의 일부에 관하여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거나 기여율이 감경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부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가압류신청 및 집행을 한 결과 최초 가압류한 금액이 정당한 채권으로 확정된 3,000만 원의 약 170배에 달하였다. 그럼에도 상당인과관계나 기여율의 판단이 어렵다는 사정을 들어 그로 인한 불이익과 손해를 모두 원고에게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과실 추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 나아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각항에 기초한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여러 요소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 추정의 번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책임제한 여부 및 범위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관련 본안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한편,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 직원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죄 및 업무상배임죄가 유죄로 확정되었다.
2)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는 사안의 성질상 손해의 구체적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관련 본안소송에서도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이 인정되었으며, 관련 본안소송 제1심에서는 약 41억 원의 손해액이 인정되기도 하였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원고의 일부 제품 판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본안소송 제1심과 항소심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하였고, 영업비밀 보호기간이나 기여율의 경우에도 불확정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채권자가 이를 정확하게 산정하여 가압류신청을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4)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의 차이가 생긴 대상, 판단에 참작하는 요소들의 성격, 판단의 난이도와 판단이 달라진 경위, 관련 소송의 경과, 쌍방 당사자들의 관여 정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책임제한에 고려할 사정이나 책임제한 비율에 대한 판단누락, 과실상계 및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재산상 손해액의 지급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거나 피고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