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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그 역사의 바다로 가자!
제 목 : 황해
판 형 : A5
면 수 : 1권(280p), 2권(272p), 3권(280p), 4권(288p), 5권(288)
정 가 : 각 9,000원
지은이 : 안지용
ISBN : 1권(978-89-85821-55-1)
2권(978-89-85821-56-8)
3권(978-89-85821-57-5)
4권(978-89-85821-58-2)
5권(978-89-85821-59-9)
펴낸곳 : 도서출판 마야
책 소개
삼국 시대의 해체 후, 냉엄한 현실을 살아야 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
소설『황해』는 삼국 시대가 끝난 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들은 발해, 신라, 제 또는 후백제, 고려 등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고, 자주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서 때로는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해를 중심으로 서로 왕래하면서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화합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황해 즉, 서해는 등장인물들이 활동한 주무대이자, 그들의 정서가 반영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탁류의 시각적 이미지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혼탁하고 어지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총 5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발해와 당의 전쟁을 앞둔 시점부터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는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치밀한 외교전과 참혹한 전투, 국경을 넘나드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증오가 얽히면서 작품 속 인물들의 운명은 원치 않는 길로 빠져든다. 그러면서 새로운 역사가 피땀과 눈물로 쓰이게 된다.
장문휴, 이정기, 장보고, 최치원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소개
단국대 사학과에서 역사를,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를 배웠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를 풍성하고 친근하게 만드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역사에서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 세계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역사의 현장이면서, 한편으로는 완전한 허구의 공간이기도 하다.
목차
1권 포효하는 발해
흑수말갈 토벌전
갈등
약광의 후예
포정약사
대일하와 장문휴
불타는 등주
마도산 전투
격랑
2권 남남북녀
왜국에서 온 손님
탄항관문
신라를 구한 발해
천생연분
시련의 계절
신라도의 여인
엇갈리는 운명
저승에서의 해후
양상군자
3권 대륙에 핀 꽃
치청번진
천리역정
남아일언중천금
떨어진 별
고구려인의 꿈
제의 건국
암투
사필귀정
4권 영웅의 시대
낙양거사
무령군
소용돌이
망명
신라방
청해진
숙적
종말
5권 안민가
조신설화
형제
처용가
외사랑
악연
동백꽃
서북에서 부는 바람
만추
책속에서
염평은 주저 없이 칼을 들어 자신의 목을 찌른다. 그의 몸이 힘없이 무너진다. 당나라 군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달아난다. 설몽은 염평의 시신을 착잡하게 바라본다. 발해의 군선들이 깃발을 날리며 수문으로 들어선다. 성 가운데 높이 솟은 누각들 위로 불길이 너울거리고 있다. -1권 중에서
“자신 있으십니까? 앞으로는 옆에서 시중들어 줄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늘 궁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불편 없이 살아온 그녀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는 이제 발해의 공주가 아니에요. 금성에 도착할 때까지는 행수의 종자이니 마음껏 부려 주세요.”
정현은 자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듯했다.
“신라로 가는 길은 제법 험합니다. 단단히 각오하십시오.” -2권 중에서
그는 장검을 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숨을 죽이고 그의 춤사위를 지켜본다. 추임새와 함께 장검이 허공을 가른다. 칼날에 맺혔던 별빛을 사방으로 흩날리며 애도의 뜻을 표한다. 정적에 휩싸인 군영에서 한바탕 씻김굿이 벌어진다. -3권 중에서
숭례전으로 들어선다. 자색 비단을 휘감은 대신들이 수풀처럼 서 있다. 그들의 머리에는 금백의 복두가 날개를 펼친 새처럼 앉아 있다. 발걸음을 옮긴다. 인기척을 느낀 새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들에게서 경계심과 두려움을 엿볼 수 있다. 여차하면 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태세다. 장보고는 대신들의 불안한 시선을 즐기며 당당하게 걸어 나간다. -4권 중에서
동백나무가 피를 흘리고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피는 흙 속으로 스미지 않는다. 바람이 휘몰아치자 굵은 핏방울은 꽃송이로 변해 땅바닥을 뒹군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현기증이 인다. 강렬한 붉은색이 몸속의 피를 부른다. 금방이라도 몸 안의 피가 솟구쳐 오를 듯하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다. 숲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린다.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아갈수록 동백꽃은 더욱 붉고 무성하다. 세상이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하다. 혈관이 당기면서 숨이 막힌다. 붉은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든다. 차츰 한 떨기 동백꽃으로 변해간다. -5권 중에서
출판사서평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가다!
소설 『황해』는 고구려 멸망 이후, 그 뒤를 이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할 때까지의 장구한 역사를 다룬다. 이 시기는 몇몇 잘 알려진 사건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이 책은 사료와 연구 논문들을 통해 고증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유연한 상상력으로 채워서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충실히 재현해낸다. 발해의 상경, 신라의 금성, 제나라의 운주, 그리고 당나라의 장안 등 번화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현실감 있게 투영되었다. 또한, 왜국으로 간 발해 사신단의 여정, 발해와 당의 전쟁, 신라도를 통한 왕래, 장보고의 교역 활동 등을 통해 허구의 공간을 확대하고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역사의 현장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실과 다르지 않은 과거 이야기!!
이 책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대문예의 선택은 형 대무예와 갈등을 유발하고,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영명이 정현을 배신함으로써 비극적인 결말을 자아낸다. 의리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양극서는 주군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대의와 원칙을 소중히 여겼던 장보고는 슬픈 최후를 맞이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야말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힘이고, 이 작품을 전개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들 각각의 선택이 한데 모여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릴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고 하고, 대의와 명분을 계승하거나 거부하기도 하고, 서로 뭉치거나 싸우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와 맞닿는 경험을 한다. 그들이 이룩한 업적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가 흘린 피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변 중에서
현재의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도 늘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다가 옳은 결정이기를 바라며 나아갈 길을 결정한다. 그런 연후에는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이니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 책의 인물들을 통해 그러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황혼과 달빛, 바람의 시!!!
이 책은 특히 다채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해 내고 있다. 주조색인 붉은색과 검은색을 혼합한 황혼과 달빛은 작품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붉은 피와 황색 바다는 이를 더욱 심화시켜서 보여준다. 바람은 이처럼 정적인 이미지와 대별되는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사용된다. 얼굴을 간질이는 산들바람부터 나무와 깃발을 흔드는 높새바람, 거대한 파도를 불러오는 태풍까지 다양한 바람을 이용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나타낸다.
그밖에 단검이나 목걸이, 부절 등과 같은 소품을 이용해서 인물들 간의 교감을 드러내고 있다.
줄거리
1권 포효하는 발해
당과의 전쟁을 결심한 발해 무태왕은 군대를 양성하고 아우인 대문예를 보내 당과 내통한 흑수말갈을 치게 한다. 전쟁에 반대하던 대문예는 왕명을 거역하고 흑수말갈을 치러 나가지 않는다. 무태왕이 그를 불러 처벌하려 하자 당나라로 망명한다. 무태왕은 대문예를 제거하기 위해 자객을 보내지만 결국 암살은 실패로 돌아간다.
한편, 당나라와의 전쟁을 앞두고 우호관계를 맺기 위해 왜국에 보냈던 사신단은 풍랑을 만나 난파한다. 그들은 간신히 육지에 다다르지만 그곳은 불행하게도 하족의 땅이다. 사신단 일행 중 소장 고제덕을 비롯한 8인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왜국의 도성인 평경성에 당도해 국서를 전달한다. 고제덕은 그곳에서 고구려 왕자 약광의 후예인 고홍인을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그 무렵, 신라 성덕태왕은 당과의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 포정과 정완 두 미녀를 당왕에게 보낸다. 포정의 연인인 왕자 승경은 그녀를 되찾기 위해 장안으로 향한다. 장안에 도착한 승경은 포정과 인연이 있는 혜초의 도움을 받아 당왕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와의 담판을 통해 포정을 데리고 신라로 돌아온다.
신라와 비밀리에 우호협정을 맺은 무태왕은 드디어 장문휴를 보내 당나라 공격에 나선다. 등주성 함락에 이은 마도산 전투의 승리로 발해군은 당군을 압도한다. 당왕은 대문예를 유주로 보내 발해군을 막게 한다. 그러나 대문예는 당왕의 뜻에 따르지 않고 무태왕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가 당군에게 잡혀 장안으로 호송된다. 이때, 신라는 당왕으로부터 발해에 대한 협공을 요청받지만 그저 군사를 움직이는 시늉만 한다. 겨울이 다가오자 무태왕은 군대를 물린다.
2권 남남북녀
왜국에서 고홍인의 아들인 고대산이 고제덕을 찾아온다. 고제덕은 그에게서 왜국 사신이 곧 당도하리라는 얘기를 듣는다. 왜국 사신이 도성에 당도해 신라를 칠 것을 요구하지만 발해 문태왕은 선뜻 승낙하지 않는다. 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경덕태왕은 이순을 보내 문태왕을 설득한다. 발해가 신라 편에 서자 왜국도 감히 군사를 움직이지 못한다.
이 당시 신라의 정권을 잡고 있던 만월태후의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김양상은 아들인 김영명을 보내 치청번진의 절도사인 이정기를 설득하고자 한다. 동방제국과의 교역을 관장하던 이정기는 고구려의 후손으로 고구려인의 나라를 세우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영명은 자객들로부터 이정기의 아들인 이납을 구한 인연으로 그의 신임을 얻는다. 치청번진의 치소인 청주에 머물고 있을 때, 김영명은 발해 사신단의 일원으로 오라비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온 정현 공주를 만난다. 서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미래를 약속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찾아오겠다던 김영명이 나타나지 않고, 왕실에서 혼사를 서두르자 정현은 도성을 빠져 나갈 계획을 세운다. 궁궐을 빠져나간 그녀는 신라 상인 장춘의 도움으로 신라도를 따라 금성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삼척 근방에서 반군에게 납치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영명은 정현을 구하기 위해 세도가인 김옹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조하고 군대를 빌려 삼척으로 달려간다. 이때, 정현은 반군 장수 김항윤의 도움으로 무사히 적당의 소굴을 빠져나와 금성으로 향한다. 이를 모르는 김영명은 반군 토벌에 총력을 기울인다.
금성에 도착해 김영명의 집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한 정현은 인근 객점에 자리를 잡고 장춘을 불러 만난다. 그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김영명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김영명이 곧 혼례를 치른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그의 어머니로부터 떠나달라는 얘기만 듣는다.
토벌을 끝내고 도성으로 돌아온 김영명은 정현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심한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는 처지다. 김영명은 계림에서 정현을 만나 야멸치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로 인해 낙담한 정현은 왜국으로 떠날 것을 결심한다. 정현을 태운 배는 왜국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난파한다. 이 소식을 들은 김영명은 자책하며 정현을 따라가기 위해서 바다에 몸을 던진다.
졸지에 아들은 잃은 김양상은 슬픔을 잊기 위해 더욱 정사에 매달린다. 그러던 가운데 김지정이 난을 일으켜 궁성을 점거하고 태왕을 볼모로 잡는다. 이에 김양상은 김경신 등과 힘을 합쳐 궁성을 탈환하고 김지정을 제압한다. 그 과정에서 태왕과 왕후가 목숨을 잃자, 대신들의 추대로 그가 왕위에 오른다.
3권 대륙에 핀 꽃
치청번진의 절도사인 이정기는 당과 대적하기 위해 도성을 운주로 옮긴다. 그러던 어느 날, 발해에서 보낸 군마가 청주에 당도한다. 왕명을 받고 말을 몰고 온 자는 상인인 이효선이다. 청주자사 이납은 그를 맞아들여 환대한다. 이때, 신라 선덕태왕이 보낸 견작이 밀서를 가지고 청주에 당도한다. 이납은 견작을 이효선의 무리와 동행토록 하고 군사를 선발해 이들을 호위케 한다. 운주로 향하던 중 이들은 주가장이라는 마을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반군의 잔당을 만나 봉변을 당한다. 견작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이효선은 태산 아래까지 온힘을 다해 달린다. 그러다가 힘이 다해 쓰러진 그를 발해인 연긍욱이 구한다. 연긍욱의 도움으로 태안부에 다다르지만 태수가 주가장의 혈족인 까닭에 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감옥으로 잠입해 이효선을 만난 연긍욱은 청을 받고 운주로 달려가 이정기에게 자초지종을 아뢴다. 대노한 이정기는 즉시 수하 장수 방매를 보내 이효선을 구하고 주가장에 잡혀 있던 무리들을 구한다.
얼마 후, 이정기는 당군과의 결전을 위해 제음으로 군대를 옮긴다. 이 무렵, 발해의 명장인 양극서가 모함을 받고 유배를 갔다가 탈출해 이정기의 진영에 합류한다. 이정기는 양극서에게 중책을 맡긴다. 그렇게 전운이 감돌던 어느 날, 이정기가 병으로 세상을 뜬다. 이납이 뒤를 이어 절도사의 자리에 올랐지만 곳곳에서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도 요충지인 서주를 맡고 있던 이유의 배신은 뼈아픈 일이었다. 이납은 서주를 탈환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거의 성을 함락할 순간에 당왕이 보낸 구원군이 당도한다. 이납은 당군의 꾀임에 빠져 양극서를 비롯한 많은 장수와 군사들을 잃는다.
이날의 패배를 교훈 삼아 전열을 정비한 이납은 다른 번진들과 힘을 합해 항복의 치욕을 당할 위기를 넘기고 제라는 이름의 나라를 세운다. 이는 아버지와 동족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꿈을 이룬 것이었다.
한편, 발해에서는 문태왕의 죽음과 함께 왕위를 둘러싼 암투가 벌어진다. 문태왕의 총애를 받으며 세도를 누리던 대원의는 정사를 돌보기는 어리다는 이유를 내세워 태손 대화여 대신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태손과 태손모를 별궁한 후, 대숭린을 비롯한 왕자들을 제거하려 한다. 이러한 음모를 눈치 챈 대상인 이효선은 도성으로 오고 있던 대숭린에게 사람을 보내 상경으로 피신시킨다. 대숭린이 상경 귀족들을 규합해 쳐들어오자 상경으로 쳐들어오자 이효선이 내응한다. 덕분에 궁성을 쉽게 함락한다. 대숭린 등은 대원의를 처결하고 태손 대화여를 옹립해 태왕으로 삼는다.
4권 영웅의 시대
제왕 이사도는 심복 고죽을 보내 당나라 재상 무원형과 어사중승 배탁을 제거하려 한다. 고죽은 낙양에서 자가진, 문찰 등과 합류하여 장안에 이른다. 장안에서 암약하던 간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고죽 일행은 두 무리를 나누어 각기 무원형과 배탁을 맡기로 한다. 그리하여 무원형을 없애는 데는 성공하지만 배탁은 놓치고 만다. 급히 장안을 빠져나온 고죽 일행은 낙양으로 몸을 피한다. 고죽이 낙양 진주원에 들어서니 그곳을 관장하고 있던 원정이 제왕의 명을 전한다. 그동안 낙양 일대에서 암암리에 키운 병력을 동원하여 낙양부를 점령하라는 것이다. 거사 전날, 정보가 새는 바람에 원정의 무리는 당군에 의해 포위되는 신세가 된다. 간신히 성을 빠져나온 그들은 숭산으로 몸을 피해 후일을 도모한다.
한편, 정년과 함께 무령군에 입대한 장보고는 창기병단에 소속되어 고된 훈련을 받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양주로부터 전갈이 온다. 당나라에 처음 왔을 때 그들을 거두고 보살펴 주었던 대행수 왕전이 돌아갔다는 소식이었다. 왕전은 재당 신라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많은 선행을 베푼 인물이었다. 장보고는 그의 유지를 받들어 신라인들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다짐한다.
숭산에 몸을 숨겼던 원정의 무리가 당군에게 토벌된 후, 이사도는 서주를 탈환하기 위해 왕조안으로 하여금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게 한다. 고죽은 원정의 원통한 죽음을 전해 듣고 줄곧 느껴온 죄책감을 덜기 위해 출전을 자청한다. 왕조안의 군대는 서주군을 격파하고 수장인 왕지흥을 뒤쫓는다. 그 와중에 왕지흥을 호위하던 장보고, 정년과 겨루게 된다. 정년과 싸움에서 패한 고죽은 약조한 대로 왕지흥의 무리를 살려 보낸다.
이 무렵, 발해에서는 권신인 왕순명의 전횡이 극에 달한다. 이를 보다 못한 회원부 도독 대숭린이 군사를 일으켜 그를 처단하고 왕위에 오른다. 대숭린은 선정을 베풀기 위해 능력이 있는 자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중용한다. 발해가 다시 중흥기에 접어들고 있을 때, 제나라는 당군의 파상 공세에 급격히 무너진다. 치정번진과는 막역한 사이였던 위박번진의 군대가 황하를 건너 운주로 진군해 오자, 제왕은 도지병마사 유오를 보내 막도록 한다. 그러나 유오는 적군을 막기는커녕 위박군과 결탁해 운주성을 친다. 제왕 이사도는 그들의 공격을 받고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한다. 제왕으로부터 꼭 살아남으라는 명을 받은 고죽은 위박군에 거짓 항복하여 목숨을 부지한다. 때를 기다리던 고죽은 도성으로 잡혀간 왕후와 막내 왕자 이차웅이 궁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다. 왕궁에서 잔치가 벌어지는 가운데 놀이패로 위장하여 궁으로 들어간 고죽은 막내 왕자 이차웅만을 구해 빠져나온다.
고죽과 함께 발해로 망명한 이차웅은 태왕의 환대를 받는다. 소년은 환영회가 벌어지던 궁궐의 후원에서 운명의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바로 발해 태왕의 딸인 숙선 공주였다.
무령군에서 물러난 장보고는 양주 왕정과 손을 잡고 재당 신라인들을 규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는 각지의 신라방을 돌아다니며 뜻을 규합하고 교역망을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등주 신라방의 압아인 장영, 신라 상인 염장, 초주의 도사공 부여백 등과 의기투합한다.
재당 신라인들을 중심으로 구축한 교역망을 바탕으로 대상인의 반열에 오른 장보고는 황해를 주름잡는 해적들을 토벌하기 위해 신라 태왕을 찾아가 해안에 군진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시중 김우징의 조력으로 태왕의 윤허를 얻은 장보고는 청해진을 설치하고 만여 명에 이르는 군대를 키운다. 이를 동원해 해적들을 토벌하고 제해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청해진을 중심으로 대당매물사, 회역사 등을 두어 당나라와 왜국에 이르는 교역망을 구축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근 바다의 지배자로 거듭난다.
세월이 흘러 왕위 쟁탈전에서 패한 김우징이 장보고를 찾아온다. 장보고는 정년의 반대에도 김우징을 돕기 위해 나선다. 청해진의 군사력 덕분에 김우징은 왕위에 오르지만 귀족들은 신분이 미천한 장보고를 경계한다. 그런 와중에 김양이 원한을 품고 있던 염장을 이용해 장보고를 시해한다. 장보고가 죽임을 당하자 청해진도 얼마 못가 무너져 내린다.
5권 안민가
국선 김응렴은 설화 공주를 사랑하지만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왕후의 핏줄인 영화 공주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번민하던 그는 진각 대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구한다. 진각은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조신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응렴은 깨달은 바가 있어 영화 공주와 결혼해 왕위를 잇는다.
왕위에 오른 김응렴은 아우인 위홍을 곁에 두려 하지만 그는 자유롭게 천하를 주유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형을 위해서 관로에 나선다. 하지만 얼마 못가 답답증을 견디기 힘들어 태왕에게 윤허를 얻어 전국을 돌아다닌다. 이때 전염병과 굶주림에 고통 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다.
김응렴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육두품을 중용하고자 한다. 대귀족들이 이에 반발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 무렵, 태왕의 눈에 든 아이가 있었는데, 신동이라는 소문이 자자하게 난 최치원이었다. 태왕은 그를 나라의 동량으로 키우기 위해 일찍이 국학에 입학시키고, 얼마 후에는 당나라로 유학까지 보낸다.
경문태왕이 돌아가자 그동안 눌려 있던 귀족들이 들고 일어난다. 나이 어린 헌강태왕이 그들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김위홍은 선태왕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일념으로 헌강태왕을 보필하지만 그가 나이가 들면서 측근들의 이간질로 사이가 멀어진다.
김위홍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저자에 나갔다가 대식국에서 왔다는 처용을 만난다. 처용은 바스라 총독의 아들로 아버지의 여인을 사랑한 탓에 고향을 떠나 머나먼 신라까지 오게 되었다. 마침 개운포에 순행을 나왔던 태왕과의 인연으로 도성에 들어온 그는 신라 여인과 결혼까지 해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신라 여인은 따로 정인이 있었고, 혼례를 치른 후에도 그의 눈을 피해 만나고 있었다. 어느 날, 처용은 아내가 불륜 현장을 목격하지만 모든 것을 용서하고 먼 길을 떠난다.
진성태왕은 어린 시절부터 숙부인 김위홍을 연모했지만 그 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숙부가 돌아가자 실의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그 무렵, 당나라에서 돌아온 최치원은 나라를 위해 큰 뜻을 펼치려 했으나 귀족들의 견제가 거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지방관으로 밀려나고도 그는 자신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홀연히 나타난 김거인의 계책으로 민심을 얻게 된다.
김거인은 아우인 김처회를 찾아갔다가 벽서 사건의 범인으로 죽을 뻔하지만 최치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는 자신을 암살하려 한 자들을 통해 배후에 아우인 김처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가산을 정리해 도선이 은거한 옥룡사로 들어간다.
견훤이 후백제를 일으켜 세우자 김거인은 그를 찾아가 몸을 의탁한다. 견훤은 김처회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김거인에게 이를 알린다. 김거인은 압해도의 적수인 능창의 도움으로 사신단의 배를 나포하고 김처회를 사로잡는다. 김처회를 대면한 김거인은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놓아주지만 그는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편, 발해가 거란족의 침입으로 멸망하자 태자 대광현은 고려의 왕건에게 귀의한다. 왕건은 후백제와 볼모를 교환하여 화친을 맺고 거란군을 치고자 한다. 하지만 볼모가 죽는 바람에 후백제와 다시 전쟁을 치르게 된다.
처음에는 후백제에게 유리하던 전세는 차츰 고려 쪽으로 기운다. 그런 가운데 신검을 비롯한 왕자들이 들고 일어나 견훤을 금산사에 유폐시킨다. 최승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몸을 맡긴다. 기세를 탄 고려군은 일리천 전투에서 후백제군을 대파하고 신검을 사로잡는다.
경순왕의 귀부와 후백제의 멸망으로 고려는 후삼국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다. 왕건의 다음 목표는 거란군을 몰아내고 고구려의 옛 땅을 수복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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