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총체적 부실투표가 관행처럼 이어져 온 만큼 내부 봉합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잇따라 열리는 회의 결과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엇갈려 내부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성 시비’ 휘말린 선관위, 결정사항 놓고도 논란 증폭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양측 후보 등 6명은 지난 24일 6인 회의를 열고 ‘선관위 결과에 따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에 합의했다. 이로써 선거 논란과 관련해 과열됐던 공방이 일단락되는 듯했고, 선관위는 25일 막바지 회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결정사항을 발표한 뒤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애초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선관위는 ‘편파적 결정’이라는 새로운 논란에 휘말렸다.
우선 선관위는 2번 선본의 이의신청과 관련해 금정구지부와 대구시지부는 재투표를 실시하되, 세종시지부의 개표록 정정요구 등 다수의 사항은 기각하거나 확인, 또는 권고토록 결정했다. 아울러 선관위 자체의 문제로 지적된 개표결과 합계 착오, 선거인수 조정 등의 실수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고 2번 선본 측에 정식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부산 금정구지부는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된 곳이며, 대구시지부는 투표 무효 판정을 받았지만 재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다. 세종시지부의 경우 2번 선본이 득표한 용지가 1번 측 득표수로 집계돼 문제가 됐다.
기각처리된 광주본부는 미신고 순회투표가 이뤄졌다는 제보가 있었으며, 법원본부는 선거인명부 없이 투표용지만 배부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청지부의 경우 시청 본청 조합원 180명 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기도 했다.
1번 측 선본이 이의신청한 양천구지부의 순회투표 의혹은 진상조사 후 침해사항이 있을 경우 재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했다.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은 창원시지부 역시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재투표를 실시토록 했고, 이 밖의 사항은 경고 통보를 하거나 일괄 기각 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일부는 ‘편파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최초 부정, 부실투표 의혹을 제기했던 2번 선본 측은, 선관위의 결정으로 이의신청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면서도 선관위가 편파적인 결정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1번 선본 측은 선관위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일단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2번 선본의 일방적인 부정, 부실선거 주장으로 조직의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정헌재, 김주업 선거대책본부(1번 선본)는 27일 입장을 통해 “기호2번 선대본은 조직의 현실적 여건상 빚어지고 있는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을 왜곡하여 ‘대리투표’니 ‘부정투표’니 하면서 각종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조합원에게 배부하는 등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심지어 외부 언론에까지 노출돼 공무원노조가 마치 부정, 부실선거 집단으로 오인되게 하고 보수언론의 먹잇감, 공안기관의 탄압에 빌미를 제공한 행위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중앙집행위원회, 14시간 난상토론 끝에 선관위에 권고
‘진상조사’도 선관위가...부정, 부실 관행 해결될지는 미지수
조직 내 분란은 노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무원노조는 27일 오후 2시부터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한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는 오후 2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장장 14시간 동안 이어졌다.
난상토론 끝에 중집 성원들은 찬반 거수로 △선관위에 선관위원 재구성을 권고할 것 △선관위에 전면 재검표를 권고할 것 등의 방침을 확정했다. 그동안 선관위 자체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려 왔고, 결정사항 역시 편파성 논란에 휘말린 만큼 ‘불신임’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선관위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에, 각 본부에서 다시 추천을 받아 선거관리위원으로 위촉하라는 것”이라며 “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선관위 위원장이 추천 받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집은 △대구시지부, 금정구지부 재투표 △창원시지부, 양천구지부 진상조사 후 재투표 여부 결정 △세종시지부 투표건 기각 등의 선관위 결정은 존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투표 시기는 선관위 논의를 통해 동시에 진행키로 했다.
또한 중집은 선관위가 위임한 ‘진상조사’를 다시 선관위에 위임하기로 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된 것은 선관위에서 하는 게 맞다”며 “애초에 선관위가 불공정성 논란에 휘말려 중집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을 것 같아, 선관위가 중집에 이를 위임했다. 하지만 선관위를 재구성하게 되면 신뢰할 수 있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중앙집행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결과를 내놨지만,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2번 선본 측은 세종시지부 투표건 기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후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집이 결정한 전면 재검토 권고도 별다른 이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전면 재검토 권고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각 선본에서도 자신들 나름대로의 의견이나 방안을 구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봉합이 될지, 장기화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노조의 오랜 부실투표 관행을 진상조사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노조 측은 선거가 마무리되면 의혹이 있는 나머지 지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진상조사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도부 임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사태가 흐지부지 종결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올 해 같은 부정, 부실 선거 사태는 끊임없이 재발될 우려가 높다. 특히 공무원노조 특성상 선거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문제들이 있고, 부정선거나 대리투표 의혹 역시 내부 자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후에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공무원노조 특성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안행부가 탄압을 가하기 때문에 순회 투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 기관 안에 복수노조가 존재할 경우, 조합비 문제가 노조 조직화의 관건이다. 복수노조의 조합비가 5천원인데, 우리 노조 조합비가 2~3만원이면 조직이 안 된다”며 “조합비를 줄이면 중앙으로 조합 분담금을 내기가 어렵게 된다. 이럴 경우 중앙에서 인정하는 투표권자가 제한돼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댓글 당선무효, 선거무효보다도 더 복잡한 상황이네요. 일부는 재검표, 일부는 재투표, 물론 재검표는 안이뤄질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