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The Comfort Crisis)》요약
마이클 이스터(수요서재, 2025)
이 책의 주제는 아주 단순하다. ‘편안함을 멀리하라,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라’이다.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란 부제(副題)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인 마이클 이스터(Michael Easter)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의 표현대로 알코올은 ‘편안한 이불’이었다. 인간이 당연히 겪어야 할 불편함들, 즉 불안한 상황, 생각, 감정 등으로부터 그를 잠재우고 덮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다 스물여덟 살 어느 날 아침, 위스키가 뒤섞인 토사물을 뒤집어쓴 채 고통과 함께 깨어난 그는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불현듯 술이 그의 직업, 인간관계, 재산, 그리고 목숨까지 모두 앗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즉각 금주를 결심했다. 그러자 두통, 메스꺼움, 탈진, 오한, 땀, 그리고 몸속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다양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말 그대로 ‘불편함이 곧바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받아들이자 곧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살아있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자각하게 됐고, 세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마음이 가라앉으며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새롭게, 더 깊이 연결됐다. 침묵을 발견했고, 고요를 경험했고, 자기 자신에 대해 ‘괜찮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평화와 자신감을 느꼈고, 일상의 문제도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편안함과 불편함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오지 사냥꾼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도니 빈센트, 촬영감독이자 도니의 오랜 단짝인 윌리엄 올트먼과 알래스카 북극에서 33일간 생존(?)하면서 불편함의 극한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편리함에 중독된 생활이 우리 삶에서 무엇을 앗아가는지,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날카롭고 흥미진진하게 추적해 나간다.
이 책은 어떤 종류인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북극 모험 이야기와 삶의 재설계 방법을 담은 여행기이자 자기계발서이다. 신경과학‧운동생리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담은 대중과학서이며, 건강하게 체중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비법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미소기’라는 고대 일본의 수련법을 엿볼 수 있고, 부탄 현자들이 말하는 죽음과 삶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야생의 무차별적인 냉혹함과 사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아프리카 오지 원주민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생활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10여 년 전 이란을 여행했을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 2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테헤란, 이스파한, 쉬라즈, 야즈드 등 이름도 생경한 도시를 누비던 기억이 생생했다. 날카롭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사막을 맨발로 걷고,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고대 페르시아 도시를 보며 무상함에 젖고, 낯선 이방인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란 사람들의 시선에 눈을 맞추고, 정교함의 극치를 이루는 모스크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하던 1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저자의 북극 생존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화장실에서 음식, 교통수단, 언어, 종교, 문화에 이르기까지 이란에서의 불편함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불편함 덕분에 나는 잊히지 않는 엄청난 기억을 선물 받았다. 저자가 마지막에 한 말 “알래스카에서의 힘든 경험과 새로운 도전은 나에게 엄청난 양의 새로운 기억을 선물했다”와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힘든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가슴 설레며 꿈꾸고 있다.
끝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해 덧붙인다.
자동차, 컴퓨터, 티브이, 냉난방기, 스마트폰, 초가공식품 등 오늘날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현대의 편안함과 편의 장치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100년은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위를 걸어 다닌 시간의 고작 0.0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지속적인 편안함’이란 인간 역사에서 지극히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오늘날 인간은 하루에 평균 11시간 6분을 휴대전화, 티브이, 오디오,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낸다. 이 중 스마트폰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기기로, 알림을 통해 사람들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빼앗고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다. 이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 평균적으로 두 배의 시간을 티브이 시청에 소비하고 있다.
권위 있는 자연 연구자인 레이철 호프만은 도심 공원에서 단 20분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신경 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을 더 차분하게 만들고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산책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한테서는 이런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20분에는 작은 마법이 숨어 있다. 호프만의 동료 학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20분 동안 자연 속에 있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을 확증했다.
한 연구자가 자연과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룬 143편의 논문을 검토했다. 그 결과, 녹지 근처 거주자들의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 천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암 발병 시 생존율도 더 높았다.
오늘날 1등 살인자가 된 심장병은 단지 지나친 소파 사용과 탄수화물 섭취의 결과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끊임없는 데시벨의 흐름이 사람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0건에 가까운 유럽 내 심장마비 사망의 원인이 지나친 소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가 심장병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138억년에 이르는 우주의 모든 시간을 압축해 1년짜리 달력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1월 1일 00:00:00 빅뱅 발생, 3월 16일 은하계 형성, 9월 2일 첫 번째 복잡한 세포 등장, 12월 25일 공룡 출연, 12월 30일 공룡 멸종. 지금까지 기록된 인간의 모든 역사가 이 달력에 등장하는 것은 12월 31일 23시 59분 33초경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인간의 모든 역사는 우주 달력에서 단 27초에 불과하다.
한 과학자가 계산을 통해 알아내 바에 따르면, 한 인간이 살아 있을 확률은 1조 개의 면을 가진 주사위를 200만 명이 동시에 던져서 전부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과 같다. 그만큼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라는 뜻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했다.
“만일 내가 죽음을 나의 삶 속으로 끌어와 인정하고 정면으로 바라본다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삶의 하찮음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될 것이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건강이 나빠진다’는 말은 틀렸다. ‘지나친 운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스홉킨스의 연구자들은 정부 권고치의 세 배에서 다섯 배에 이르는 양을 운동한 사람들의 경우 사망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간으로 치면 한 주에 450분에서 750분, 즉 7시간에서 12시간에 해당한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 교육과정으로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탄 사람들의 집단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 *가까운 지인이 요약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cafe.daum.net/mireachon/747Z/2297
첫댓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