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사랑 상품권 두 장
간혹 읍내에 볼일이 있어 나가다보면 길가의 버스정류장에 앉아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있습니다.
몇해 전 한두 번 모셔다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이제는 스스럼없이 승차를 하십니다.
주초에 아이가 사다주기를 요청하는 것이 있어서 나가던 중 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자 뒷자석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 후 쌈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시더니, 새해가 되었는데 인사도 못했다며
들어가실 때 아이 먹거리라도 사가라며 만원짜리 상품권 두 장을 놓고
내리시려는 겁니다.
이러시면 제가 곤란하다고 극구 만류했지만 받지 않으면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한마디에 귀한 마음을 받았습니다.
어르신은 퇴역 군인가족으로서 남쪽지방 출신임에도 전역하시며
양구에 정착하신 분들입니다.
코로나 발생 전 어느 여름에 차에 타신 어르신이 긴 한숨을 뱉으시기에
무슨 일이 있으시냐 묻자 장마철을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냐 했더니 오래전에 지었던 자택이 도로가 새롭게 개설되며
도로와 수로보다 집이 낮아지게 되어 비만 오면 물이 빠지지를 않아서
생고생을 한다는 겁니다.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해보시라 했더니, 몇 차례 해보았지만 노인네들이라서
그런지 공무원들이 집을 둘러보고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가더니
함흥차사라는 겁니다.
한번은 할머니를 따라 가보니 도로를 높이면서 수로를 건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집은 낮아져 배수가 여의치 않는 구조였습니다.
그로부터 수일 후 안면이 있던 군의원분께 연락을 드려 해결에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의원분의 주선으로 현장에 나온 공무원분들이 찬찬히 살펴본 후
돌아가면서 수일 내로 자동 펌프를 설치해 주겠노라며 약속을 했고,
그 해 여름부터 더 이상은 장마비가 와도 걱정을 덜게 되었다며
인사를 건네 오셨던 분입니다.
아들 한명을 가슴에 묻었다는 애절한 사연을 털어 놓으시며
쓰디쓴 인생사를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무덤덤함이
제게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들리기에 더 마음이 가는 어르신입니다.
읍내의 장터까지 약 2키로 이상을 가야 하는 거리임에도 교통비를
아끼시려고 걸어 다니시는 어르신입니다.
(물론 당신은 운동차원에서 걷는다 하십니다.)
두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걱정이라며 “남은 생이 자식들에게
민폐가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어쩌죠?” 라시는 할머니께서
“마을 노인네들에게 우리 목사님 자랑을 했어요”하십니다.
그러자 동년배분들이 당신이 교회를 다니니까 잘해 주는거겠지 라기에,
아니라며 자신은 불자인데 늘 신세를 지는 편이라 했다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주신 금쪽같은 상품권 두 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조금 더 보태어 양념게장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보잘 것 없는 선물임에도 목이 메인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현하시는
할머니를 뵈면서, 8년 전에 소천하신 모친의 모습을 뵈는듯하여
기분이 좋아지는 오후였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