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으로 물의를 빚은 허재호 전 대주건설 회장이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150억 원을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대규모 성당 건축을 위해 광주대교구에 3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2006년 2월 기증서를 전달했다. 이어 허 전 회장은 2006년 2월과 8월, 2007년 3월에 50억 원 씩 총 150억 원을 광주대교구에 전달했다. 광주대교구는 “허 전 회장이 2000년경부터 기부 의사를 밝혔으나 실현되지 않다가 2006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성당 건축물에 매료돼 한국에도 수백 년 역사를 가질 성당을 건축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대교구는 2008년 6월 목포시 산정동에서 교구와 대주건설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 미카엘 기념 대성당’ 부지 축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1500석 규모의 대성전과 사제관, 교육관, 수녀원, 가톨릭역사박물관 등 각종 부대시설이 1만 여 평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지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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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미카엘 대성당 조감도. 2010년 3월 23일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목포시 산정동 옛 성골롬반병원 터에서 성 미카엘 기념 대성당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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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해 12월 광주대교구는 이미 집행한 설계비를 제외한 128억을 허 전 회장에게 돌려줬다. 기부금 반환 이유에 대해 광주대교구는 “설계 공모 선정에 2년이 소요되고, 그 기간 중 대주건설이 재정상 어려움이 있어 교회정신에 입각해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허 전 회장은 대주건설과 대주주택의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508억 원을 탈세하고, 회사 돈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광주대교구가 기부금을 반환한 지 6일 뒤 열린 1심 재판에서 허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을 선고받았다.
2010년 1월 2심 재판부는 그가 재산 기부 의지를 보인 점, 검찰 수사에서 탈세 사실을 자복하고 탈루한 세금을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으로 형을 대폭 삭감했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1일 노역은 5억 원으로 환산하기로 책정됐다.
광주대교구 관계자는 “당시 교구에서는 허 전 회장의 기소사실을 일절 몰랐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이미 기부금 150억 원이 국세청에서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 미카엘 기념 대성당 건립은 2010년 기공식 이후 설계 변경을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광주대교구는 오는 4월 토목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건설 기금은 교구 재정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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