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동 느티나무산장 2층 베란다는
나무 바닥이다
백무동 느티나무산장
2층 베란다는 나무 바닥이다
나무 바닥에 나무의자와 나무상이 즐비하다 거기
느티나무 그늘 사이로 햇볕이 내리는데
베란다 수십길 아래 아지라운 계곡이 흐르고
의자에 앉으면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시베리아 바이칼호 상공을 물찬 제비로 날아간다
한 서너시간 더 날아가야 모스코바 동켠 들머리로
접어들어
세베르니구(區)나 보스토치니구(區)를 차례 차례 건너갈 수
있으리라
여름이 곧 오고
사실로 백무동은 지리산 계곡 가운데 으뜸으로
시베리아 냉기를 바가지 가득 퍼붓고 퍼부으리라
눈 내리는 대신에
계곡이 내는 물소리는 사람들 가슴에 물꼬를 내고
들어왔다가
잘름거리다가 넘치다가 나가리라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집 떠나온 낮과 밤에
대하여 일기를 쓰리라
백무동에 느티나무가 한 주 서 있고
그 곁에 날렵한 모습의 산장이 지어져 있고
내게로부터 떠나간 모든 것들은
취사도구를 챙겨 화기애애 이곳으로 왔다고, 웃음소리
물소리에 타 넣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낯선 상상으로 거닐며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고 있다고 쓰리라
2층 베란다는 나무바닥이라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린다고, 한 번씩 여자의 등처럼 흔들린다고
쓰리라
*시작노트
이 시를 읽으면 좀 어지러워질지 모르겠다. 백무동에 갔는데 갑자기 시베리아로 모스코바로 날아간다.2층 베란다의 위치가 하늘에 뜬 비행기를 연상시킨다는 것과 그 아래 계곡의 물웅덩이가 바이칼호같이 보인다는 것으로 상상은 비행기가 만주를 거쳐 시베리아, 모스코바로 날아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거기다가 백무동은 여름에도 추울 것이라는 가상 아래 시베리아를 군데 군데 상상으로 오버랩시켜 놓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