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제질서 과정에서 BRICS와 SCO의 역할과 전망
- 국제사회는 중동 상황이라는 시험대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탈서구 질서로 향하는 새로운 단계를 의미한다
작성: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발다이 클럽 프로그램 디렉터.
출처: RT, 2026년 7월 30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정치적 대립은 위기라기보다는 국제 정세의 고착화된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남서부 지역에 새로운 만성적 불안정의 중심지가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년간 이 지역 전반의 정치·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만이 아니라, 이란이 현재 브릭스(BRICS)와 상하이 협력 기구(SCO)의 정회원국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대리전을 통해 서방과 갈등을 겪는 러시아와는 달리, 이란과 워싱턴의 갈등은 직접적이며, 이러한 현실은 브릭스와 SCO가 조직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 그리고 점점 분열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두 사태에서 보듯이, 2000년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미국 등 약속했던 단극체제가 국제사회에 안정이나 공정한 세계적 리더십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이제 서방 자유주의 중심의 세계질서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2001년에 설립된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유라시아 지역협력을 (주로 안보)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09년에 출범한 브릭스(BRICS)는 주요 비서구 강대국들 간의 글로벌 문제 (주로 교역과 경협)에 대한 폭넓은 협력을 추구했습니다. 두 기구의 출범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기존 기구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했습니다.
반면 두 기구 모두 서방주도의 국제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안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자제는 항상 두 가지 목적을 꾸준히 추구하고 달성해 왔는데,
첫째는 서방에 대해 매우 다른 태도를 가진 국가들이 동일한 협력 틀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둘째는 한편으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서유럽 모두와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선호하는 세계 대다수 국가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함입니다.
결과적으로 BRICS와 SCO는 대체로 신중하고 합의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그들의 공개적인 발언은 서방의 행태가 국제 안정에 근본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며, 대안적인 국제 거버넌스 기구를 구축하는 데 시급성이 거의 없다는 인상을 자주 심어주었습니다.
BRICS와 SCO의 존재 자체가 냉전 이후 질서에 대한 불신임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는 항상 다소 모순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만약 회원국들이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계 거버넌스와 유라시아 안보에서 공정하고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었다면, 서방 강대국들 모두가 배제된 기구를 굳이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두 기관 모두 조만간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했고, 이란과 미국의 대립은 단지 논쟁을 가속화했을 뿐입니다. 이는 합의 정치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을 명백히 규탄한 나라는 러시아뿐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은 훨씬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4월의 휴전과 6월에 체결된 양해각서를 환영하면서도, 다양한 견해로 인해 현재로서는 조율된 정치적 행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시에, 이 갈등은 BRICS와 SCO가 무시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그 중 첫 번째가 에너지 안보입니다. 워싱턴이 테헤란과의 관계를 정치적 대립에서 군사·정치적 경쟁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이 결국 이전 안정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통로 중 하나를 영구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러시아나 미국처럼 자원이 풍부한 강대국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국과 인도처럼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게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운송 및 물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동 및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남북운송 회랑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불안정은 투자 및 장기 계획을 필연적으로 복잡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터키 간의 긴장이 표면 아래에서 계속 고조되고, 투자와 무역의 매력적인 목적지로 점점 주목받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그에 맞춰 개발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쟁점은 미국의 지역동맹 체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워싱턴이 이란과의 대립에 더욱 깊이 관여할수록 중동 파트너인 이스라엘에 대한 압력은 점점 커지지만, 부유한 걸프만 군주국들은 이스라엘처럼 고도로 군사화된 사회로 변모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전략적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당면한 문제이지만, 워싱턴과 테헤란 간 지속적인 대립은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도전과제일 뿐만 아니라 기회이기도 하므로 장기적인 결과는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국제 정세는 변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더 이상 안정과 발전의 공급자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많은 국가들은 서방 주도의 질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세계 질서의 자연스러운 중심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능력 또한 저하됨에 따라, 이들을 (서방)지정학적 혼란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장기적인 대립은 외교적 관심을 소모하고 여러 위기를 동시에 관리하는데 있어 미국의 힘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므로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릭스(BRICS)나 상하이협력기구(SCO)와 같은 조직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이념적 대립이나 제도적 과잉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다양한 회원국들 사이에서 통일된 외교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내부 분열을 초래할 뿐입니다. 두 그룹 모두의 강점은 바로 유연성에 있으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완전한 정치적 동맹 없이도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기존 국제체제의 일관성이 약화됨에 따라 해당모델의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BRICS와 SCO는 서방동맹을 모방하려 하기보다는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틀을 계속 제공해야 합니다. 서방 기관에 대한 신뢰가 계속 하락함에 따라 BRICS와 SCO의 중요성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구 패권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질서의 붕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따라서 BRICS와 SCO의 과제는 존재하지 않는 통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열어놓은 전략적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