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시>
누가 산을 옮겨다 놓았을까
조영심
에둘러 가야 하는 산길이 멀고도 험했던지라 한 삽씩 떠서라도 산을 옮기리라 내가 가더라도 내일의 세대가 또 그다음이 이 산을 옮기리라 했던 구순의 영감 우공(愚公)에게
천상의 신도 감응하여 옥황상제, 단번에 불끈 산을 옮겨 주었다는데
어느 누가 옮겨다 놓았나 땅에서 솟았나 21세기 새로운 산, 높이와 능선과 골짜기까지 이루어 악취와 검은 연기 뿜어내며 때때로 활활 타오르는
플라스틱 쓰레기 산
봄날 나비 날아들 꽃도 없이 비바람 씻길 나뭇가지도 없이 나무에 앉아 노래할 새들도 없이 한여름 땡볕을 가려줄 그늘도 살 수 없는 지옥
아무리 뜨거워져도 우리가 딛고 선 이 푸른 별은 괜찮을 거라고 원래 불타는 마그마의 바다로 시작된 행성이었다고
누가, 어느 우공이
몇천몇백 년도 아니고 불과 스물몇 해 만에 이백서른 개가 넘는 산을 만들어 지하에서조차 숨을 쉴 수 없게 했는지
지하의 시왕들 모두 벌떡 일어나 업경대 비추어 샅샅이 찾으리라는데
오늘 아침 거울에 비춰 보니 거기 너 그리고 저기 아닌 척하는 너
그리고 나
ㅡ 계간 『시산맥』 2024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