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만대 이상 판매된 닛산 엑스트레일. 한국 닛산은 엑스트레일을 출시하는 자리에서 월드 베스트셀링 SUV임을 힘주어 강조했다. 보편적으로 많이 팔리는 자동차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엑스트레일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둥글둥글한 외관 디자인은 모난 구석이 없어 첫인상이 부드럽다. 닛산 특유의 V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단하고 강직한 느낌으로 전면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야간 시인성이 뛰어난 LED 헤드램프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면 디자인은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측면 디자인 역시 물 흐르듯 부드러운 라인들이 시각적인 편안함을 준다. 후면 디자인은 전면과 비슷한 느낌으로 완성됐는데, 리어램프의 크기가 강조되어 차폭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구현했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무난하지만, 부분적인 디테일들이 조화를 이루며 준수한 외모를 완성시켰다.
실내를 살펴보면 깔끔하게 정돈된 정갈한 느낌이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근의 경쟁 차종들보다 화면 크기가 작고 해상도가 떨어져서 아쉬움을 남긴다. 추후 모델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점으로는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 및 질감들이 충분히 고급스러워 만족감이 높아진다.
스티어링 휠의 촉감, 시트의 안락한 착석감 등은 실내에서 유독 돋보이는 부분이며, 가솔린 SUV답게 진동과 소음이 억제된 정숙함은 디젤 SUV와 명확하게 차별화된 강점이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억제에도 상당히 공을 들여 만족스럽다. 다만 통풍 시트의 부재와 전반적인 편의 옵션 등이 최근의 추세보다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2열 공간은 예상보다 넓어서 평균키의 성인 남성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는 수준이며, 주행 시 2열 승차감도 나긋나긋하게 편안하다. 특히 1열 시트 못지않게 폭신한 2열 시트의 착좌감은 장거리 주행에서도 불편하지 않다.
닛산 엑스트레일의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4.2kg.m를 발휘한다. 배기량에 비해 제원표의 수치는 낮은 편인데, 실제로 주행해보면 실용영역 구간을 위한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고성능을 지향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 성향에 따라 가속 성능은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급가속을 감행하면 엔진 회전수 상승에 따라 소음이 꽤나 유입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도로 흐름에 맞춰 주행하면 가솔린 SUV다운 쾌적함이 돋보인다. 특히 무단변속기는 매끄럽게 반응하며 훌륭한 승차감을 뒷받침하고, 필요시에는 수동변속 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되어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엑스트레일의 주행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서스펜션은 탄탄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 성향을 모두 담아냈다. 노면이 고르지 못해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승차감을 저해시키지 않고, 깊은 블라인드 코너가 많은 산악 지형에서는 차량 하중의 이동에 따라 서스펜션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안정감을 선보인다.
엑스트레일의 공인연비는 10.6km/L로,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의 실제 연비는 9~10km/L를 기록했으며 고속주행 시 13~14km/L 수준을 유지했다. 디젤 SUV들의 효율과 비교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가솔린 SUV의 정숙성과 합리적인 수준의 연비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엑스트레일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엑스트레일의 시승 결과를 종합해보면, 특출하게 뛰어난 장점은 없지만 모난 구석 없이 수준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남녀노소 불문하고 별다른 불만사항이 나오지 않을법한 매력적인 가솔린 SUV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특히 타면 탈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패밀리 SUV로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역시 많이 팔리는 제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