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천하제일 횡령대회, 경남銀 1위
권순완 기자
입력 2023.09.22.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3/09/22/UWGIRTPMQZBE5CKQJN5GO53J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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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뉴스1
“천하제일 횡령대회, 신기록 경신!”
20일 경남은행의 부동산 투자 담당 직원 이모(50)씨가 13년에 걸쳐 은행 돈 2988억원을 횡령했다는 금융감독원 발표가 나오자, 네티즌들이 재빨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횡령액 순위표도 함께였다. ‘새로운 우승자’인 경남은행 밑으로 작년 2215억원대 횡령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707억원), 계양전기(246억원) 등 기라성 같은 명단이 주르륵 달렸다. 순위표 순서는 진위 확인이 필요하지만, 경남은행 횡령 금액이 금융권 사상 최대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경남은행의 작년 당기 순이익이 2790억원이다. 직원 한 명이 회사가 1년에 벌어들이는 금액 이상의 회삿돈을 훔친 것이다. 횡령은 77차례 일어났다. 평균적으로 2개월에 한 번씩, 한 번에 약 39억원어치를 빼돌린 셈이다. ‘곶감 빼먹듯’이라는 표현보다는, 아예 곳간을 거덜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이씨는 이 돈으로 부동산, 주식을 사거나 자녀 유학비 등에 보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은 자산이 50조원에 이르는 회사다. 지방은행 중에선 부산·대구은행에 이어 3위다. 이런 규모의 회사인데도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내부 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이씨는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일했다. 경남은행보다 훨씬 작은 금융사라도, 이런 경우 비위 발생 우려 때문에 순환 인사를 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방치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근무 기간 대부분을 횡령하며 보냈다.
일이 터지자 경남은행은 “대체할 인력이 없었다”며 항변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사람들은 이 핑계를 듣고 콧방귀를 뀌며 입꼬리를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돈을 들이면 대체 인력은 얼마든지 뽑는다.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경남은행 회사 차원에서 관여한 부분이 없는지 금융 당국이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명도 그럴듯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남은행은 횡령 사실을 먼저 파악하지도 못했다. 은행은 지난 6월 검찰이 이씨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금감원은 이를 수상하게 여겨 “이씨에 대해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씨의 횡령 혐의가 포착됐고, 이후 금감원이 직접 검사에 나서 횡령의 전모가 밝혀진 것이다. 검찰의 수사와 금감원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씨는 지금까지도 ‘횡령 중’이었을 수 있다.
네티즌들은 ‘천하제일 횡령대회’ 순위표를 업데이트하며 “경남은행 대단하다” “레전드(전설)를 찍었다”는 반어(反語)적인 댓글을 달았다. 긴 웃음 표시(‘ㅋㅋㅋㅋ’)와 함께였다. 은행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쉽게 새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오히려 가벼운 헛웃음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웃음 속에 담긴 실망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이 횡령 소식에 느낄 자괴감을, 경남은행은 뼈저리게 돌아다봐야 한다.
권순완 기자
앤디빠크
2023.09.22 06:22:50
경남은행이라는 곳은 은행업을 할 자격이 없는 집단이다. 예금주들은 잘 생각해보시길... 저런 썩어빠진 곳에서 과연 극한 상황일 때 예금주(고객)들을 과연 생각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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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9.22 05:04:40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사기범과 도둑 천국이로다. 법이 느슨하고 처벌이 솜방망이 같으니 그렇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추상 같은 엄벌로 다스리는 사법 제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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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루
2023.09.22 06:57:51
곶감장수 곶감하나 더 먹는다고 해서 그럴까? 돈 다루는 사람들, 돈 버는것 못지않게 빼돌리는 거 또한 이골이 났구만. 간이 커지다보면 배 밖으로 튀어 나올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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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
2023.09.22 06:39:59
황당하네.. 혼자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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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09.22 06:23:35
대회 신기록은 깨기 위한 것이죠. 횡령대회 갱신을 이어 갈 다음 타자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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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4more
2023.09.22 07:34:47
경상도가 세게 한 건 했네. 남부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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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안
2023.09.22 08:09:56
시장직을 이용해 김만배를 내세워서 대장동으로 9천억 벌어들인 이재명에 비하면 은행원은 소소하게 해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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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3.09.22 07:55:39
경남은행이 돈놀이가 얼마나 ,잘되길레 3천억원을 빼돌려도 업무에 지장없이 잘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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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막내
2023.09.22 08:34:57
은행업 인가 취소만이 정답이다. 금감원도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