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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중반 이후, '심각한' 라이버리를 형성해 온 두 팀의 대결은 전력 외의 특별한 것이 있다. 특히 주로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바이에른을 격파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그날-이두나 파크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성원도, 결과적으로 바이에른이라는 거함을 격침시키지는 못했다. 어쩌면, 결코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지 못하는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을 상대로 그 정도 선전을 펼친 것만으로도, 팬들의 응원은 효과가 있었다고 해야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 바이에른의 압박 축구는 이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수비 조직력은 마가트의 조련하에 완숙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바이에른은 경기 내내 최후방의 포백과 그 앞선의 수비 라인이 촘촘하게 진을 이루고 있었고, 어떤 선수가 투입되든 그 라인이 흐트러지지 않는 훌륭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촘촘하게 하나의 선을 이루면서도, 수비의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여러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요즘 절정의 수비를 보여준다는 리버풀의 그것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 발락이 없는 바이에른은 빨라진다. 아무래도, 중앙에서 볼을 키핑하고 공격의 활로를 찾는 발락의 '플레이메이킹'이 없어진 탓이다. 오히려 볼의 배분 속도가 빨라지다보니 전개 속도가 빨라져,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더 재밌는 축구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앙에서의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바이에른은 측면 공격에 나서지 못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뤘다. 원래부터 중앙 미드필더인 하그리브스는 차지하더라도, 역시 중앙 지향적인 제 호베르투까지 중앙에서의 점유율 싸움에 끼어들다보니 바이에른 특유의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음도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원정 경기에 임하는 바이에른의 입장에서는, 허리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모든 미드필더들이 중앙에 '올인'해야할 구조였던 것이다.
- 바이에른의 공격 패턴은 사실 단순하다. 특유의 허리힘으로 볼의 주도권을 뺏어온 이후, 그것이 발락을 거치든 피사로를 거치든 중앙을 통해 측면으로 볼을 배분한다. 측면 미드필더들이 이것을 다시 중앙으로 배분하여 확률 높은 득점원들의 '골'을 노리는 것이다. 중앙에서의 아기자기한 축구로 공격을 풀어나간다기 보다는, 확실히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바로 바이에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됐던간에 중앙에서 측면으로 게임을 풀어줄만한 '플레이메이커'는 바이에른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VDV가 됐든 로시츠키가 됐든, 포돌스키가 됐든 말이다. 아님 다 바꾸든지..
- 이스마엘이라는 든든한 커맨더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루시우의 공격 가담은 분명 바이에른의 '공격적 옵션'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위력은 날이 갈수록 배가되고 있다. 단지 한 명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조차도 상대 수비진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인데, 이 놈의 루시우는 발재간으로 전문 수비수들을 돌파할 능력까지 지녔다. 상대 팀으로서는 미쳐버릴 일이다.
- 이러한 루시우에 비해, 마카이는 오늘 타수가 너무 모자랐다. 훌륭한 공격수의 바로미터인 '타율'은 커녕, 규정 타석에 미달되어 아예 타율을 집계하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90분 동안 마카이가 때린 의미 있는 슛팅은 하나에 불과했다. 사실 바이에른에서 마카이에 가장 많은 볼을 투입하는 인물이 바로 제 호베르투와 샤뇰인데, 문제는 두 선수 모두 다음 시즌 바이에른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는 것이다. 오, 신이시여, 마카이를 보살펴주소서.
- 알리 카리미는 오늘 MOM급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감각적인 개인기에 이은 첫 골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공수 양면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바이에른에 힘을 불어 넣었다. 도스 산토스의 입단으로 인해 Non-EU 제한에 걸려있는 바이에른이 카리미를 쾰른으로 임대할 것이라는 루머도 떠돌았지만, 어쨌든 오늘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잠잠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 도르트문트는 4-3-3 전술을 들고 나왔다. 홈 경기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경기에서 가장 의외였던 점은 바이에른을 상대로 중앙에서 맞불을 놓았다는 점이다. 켈과 사힌, 그리고 크루즈카는 강력한 프레싱으로 바이에른의 미드필더들을 압박했고, 이것은 바이에른의 정신을 중앙으로 집중시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다만, 공격진과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이러한 미드필더들의 투혼을 날려버렸다. 스몰라렉의 원톱 구조로는 루시우와 이스마엘이라는 최고의 '1:1 수비수'들을 보유한 바이에른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오돈코어는 결과적으로 리자라쥐를 돌파하는데는 번번히 실패. 결과적으로 지난 경기에서 뻘짓 끝에 퇴장당한 로시츠키의 공백이 커보이는 경기였다.
- 좌우 윙백은 크링에와 데겐은 아예 작심한 듯 공격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두 선수 모두 빠르고, 체력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이라 바이에른의 미드필더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활동량 자체가 왕성했을 뿐, 두 선수들의 플레이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좌우 날개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이뤄졌어야 했다.
- 필립 데겐(83년생), 우베 휘네마이어(86년생), 크리스토프 메첼더(80년생), 플로리안 크링에(82년생), 세바스티안 켈(80년생), 마크-안드레 크루즈카(87년생), 누리 사힌(88년생), 다비드 오돈코어(84년생), 에비 스몰라렉(81년생), 잘바토레 감비노(83년생), 코시 사카(86년생). 오늘 도르트문트의 출전 멤버 중, 70년대생은 델론 버클리와 로만 바이덴펠러가 유일하다. 마치 유스팀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 사힌은 만 17세, 크루즈카는 만 18세. 둘의 나이를 합쳐봐야 올리버 칸보다 한 살 적다. '"Oh, my goodness"
- 켈은 '풀타임 캡틴'으로서의 잠재력이 보인다. 팀을 이끄는 리더쉽도 있어 보이고, 오틀을 쫄게 만드는 적당히 지랄같은 성격도 캡틴으로서의 필요 조건을 만족시킨다. 제발 심판만 밀치지 마라.
- 크링에가 첫 골을 터트렸다는 스탯을 봤을 때, 솔직히 좀 놀랐다. 그럼 이때까지 한 경기에도 몇 번씩 터트렸던 그 중거리 슛들이 단 한 번도 안들어갔다는 것인가?
- 아마도 젊디못해 어린 선수들에게는, 오늘의 경기가 큰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휘네마이어는 89분 잘하다가도 카리미의 '댄스' 한 번에 무너지면 팀이 어떠한 타격을 입는지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사카는, 로이 마카이라는 탑 포워드를 상대로 한 순간만 방심하면 자신에게 레드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사힌은 바이에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무엇인지 곰곰히 곱씹어봤을 것이며, 오돈코어에게는 일대일 돌파가 되지 않았을때 어떤 다른 방식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분명 도르트문트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도움이 된다. 그것이 이번 시즌에 실현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 바이에른 팬 입장으로서, 예전보다 약해진 도르트문트의 전력 때문에 '베스트팔렌 원정'이 다소 시시해진 경향이 없지 않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리그 중위권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이날 경기는 바이에른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할 당위성이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예전의 경기들은(그것이 베스트팔렌이든, 올림피아 슈타디온이든) 내용적으로나 신경적으로나 적어도 더 격렬했고, 더 치열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긴 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던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칸이 사퓌차트에게 날린 발차기는 대리만족을 불러 일으켰으며, 상대를 적당히 담근다음 깐죽거리는 에페의 표정은 통쾌 그 자체였다.
라이버리라는 것은 팬들 뿐만 아니라, 리그 자체에도 중요하다. 박터지게 싸우는 과정에서, 그 팀에 더욱 더 큰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까닭이다. 도르트문트라는 거대한 라이벌을 잃어버린(?) 심정이라고나 할까... 뭐 어떤 식으로든, 도르트문트나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악의는 없다.
- 어찌됐건 올리버 칸은 여전히 도르트문트 지역 바나나 상인들의 희망임을 입증했다. 은퇴하면 어쩌려나...
* 내 맘대로 매기는 평점(객관적 평가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 바이덴펠러(6.5) - 데겐(7), 휘네마이어(7), 메첼더(7), 크링에(7.5) - 켈(7.5) - 크루즈카(6.5), 사힌(7) - 오돈코어(7.5), 스몰라렉(6), 버클리(5).
교체 : 감비노(6), 사카(-)
바이에른 뮌헨 : 칸(7) - 샤뇰(7), 루시우(7.5), 이스마엘(7), 리자라쥐(7.5) - 데미켈리스(-) - 하그리브스(6), 제 호베르투(7) - 카리미(8) - 피사로(7.5), 마카이(5).
교체 : 오틀(7), 슈바인슈타이거(6.5), 예레미스(-)
Man of The Match :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
http://blog.naver.com/skullboy
첫댓글 멋진 관전평이네요 =_=
잘쓰셔서 퍼갈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