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 든 생각은,
가족관계가 완전히 사라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결혼하고 아이 낳아기르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이니,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가족관계..특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대단히 불합리한 관계입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자녀를 키우는데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 않았고,
자녀들도 불과 5살 정도만 되면 가축을 돌보거나
심부름을 하며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자녀가 늙은 부모를 돌보지 않으면
그 지역사회에서 거의 매장될 정도의 벌칙을
받아야 하기도 했으니, 전통사회에서는
자녀양육이 꽤 수익률 높은 투자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자녀가 30살이 되도
제 앞가림을 할까말까이고,
늙은 부모를 팽개쳐두고 자기 혼자 살아도 아무런
벌칙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자로 치면 이렇게나 수익률은 낮으면서 위험은
높은 투자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가족간에 감정을 배제한다면..
결혼출산 안하고, 소비도 줄이고,
악착같이 부동산 투자만 하는 것이 여유있는 노후를
위한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 버렸습니다.
노후의 연금과 건강보험은 남의 자식들이 내주겠죠.
그럼 가족관계 없는 사회는 어떻게 만드나??
여기서부터는 좀 엉뚱한 상상인데,
일단 국가가 영속성을 가지려면, 누군가는 아기를
낳아야 합니다.
한국 인구 5천만 사회를 유지하려면 1년에 신생아 50만명은 필요합니다.
아직 인공자궁을 이용해 공장에서 아기를 찍어낼
기술은 없으므로,
'국가대리모'의 개념으로 아기를 낳아 국립보육원에 맡기는 여성에게 대리모 비용을 지불해야 할 듯
합니다. 비용은 아기 하나당 1억가까이 될 수도
있겠네요.
외국에서 아기를 수입하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정책은 국제사회의 제제를 받게 될 것 같네요.
어떻게든 연간 50만명의 아기가 생기면, 이 아이들을
최소 18년 정도는 국립보육원에서 길러야 하겠죠.
50만명을 18년동안 먹이고 가르치는데 도대체
예산이 얼마가 들어야 할까요?
산업혁명시대 영국 보육원 수준만큼만 목표로 하면,
얼마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다들 자기자식도 아닌데 정부예산을
보육과 교육분야에 많이 쓰는 건 싫어하겠죠.
이런 식으로 가정의 역할을 모조리 정부에서
하는 사회를 상상해보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1920년대에 쓰인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도 결혼제도가 폐지되어 집단탁아소를 통해 '생산'되어 나오는 인류가 등장하죠.
원래 사람 생각이란게 다 비슷해서 그런거기도 하지만, 헉슬리가 살던 90년 전과 현재 세태를 보면 당시 헉슬리의 경고가 맞아들어가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몰라도 폐쇄적인 국가에선 시도까지 할 법 하죠. 최근 기사들 보면 중국에선 이미 실제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듯 하고요...
다만 이게 제도나 도덕관념 등 많은 부분을 건드리는 문제라 근미래에는 그렇게까지 가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전통적 가족제도/결혼제도의 이점은 결국 가족상을 이루며 출산과 양육을 통해 느끼는 보람도 있지만, 말씀하신대로 '재생산'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므로
앞으로는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조건 없는 상호부조의 기능이 더 부각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인구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력 둔화로 정부 재정여력까지 점차 줄어든다면 복지를 늘리긴 커녕 있는 복지 프로그램들도 쥐어짜낼 판국이 올지도 모른다고 보는데요,
특히 요즘처럼 수명이 늘어나는데 비해 노년층 복지나 사회안전망은 부족한 현 한국 상황에서
비혼 풍조와는 별개로 오히려 어떻게든 결혼한 (그리고 유지하는)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의 질 격차가 커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실제로 그런 국가가 아이를(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기른다는 개념은 자베르님이 말씀하신 멋진 신세계 등 여러 작품이나 상상력에서 제시된 바가 있죠. 하지만 아직 전통적 가치관과 그러한 시도를 (대규모로) 해본 적 없다는 경험의 문제 때문에 부정적인 말이 더 많이 나올 겁니다. 가령, 아이에게 부모는 정말 중요한데 이게 없이 아무리 좋은 교육과 관리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정상적이고 평범하다 여기는 가치관이 구성될 수 있겠느냐는 게 걱정되더군요. 물론 그냥 대하면 펑범한 사람일 거고 평범한 캐릭터들일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은 부모 아래에서 자란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부분들은 있을 겁니다. 부모의 관리와 교육을 받는다는 건 정말 큰 영향을 주죠. 전 국가가 이러한 사적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아예 다른 영화처럼, 겪은 적 기억을 주입해서 마치 부모의 사랑과 관리, 관심을 받은 적 있는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면 모를까요.
합리성을 추구하는 현대 민주주의-자본주의 사회가, 아주 불합리한 가족제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네요. 개인의 이기심을 강조했던 애덤 스미스가, 평생동안 엄마가 공짜로 차려주는 식사를 먹었다는 이야기랑도 비슷하네요.
보육원에서 자란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평생을 마음한곳을 힘들어 하듯이 인공적으로 생산한 아이들은 더 힘들어해서 자살율이나 사회적응력이 더 낮을거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필요하다면 국가는 하겠지만요
그걸 네 글자로 줄이면 인신매매가 됩니다.
원래 국가는 강제징병, 구속, 사형까지도 합니다..
@로신 가능하다고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제노사이드도 못할게 있습니까?
셰쿠리타트 no.2...
안락사 허용이 차라리 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