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또와 나
김져니 지음
[그 겨울]
10년 전, 해리와 폴라리또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아니, 그건 우연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일이었다.
(52)사랑하는 마드렝 씨에게 - 김져니
「아침이야! 일어나! 우리 마드렝 씨네 자전거 가게에 놀러
가자!」
폴라리또가 아침 일찍 해리의 이불을 들추며 말했다. 창문
도 화들짝 열어젖혔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찬물을 꺼얹은
듯 해리는 잠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여행을 가기까지 나흘 정
도 남았던 날이었다.
「그래, 폴라리또. 잠시만 기다려, 얼른 씻고 준비할게.」
해리는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
다. 폴라리또는 엉덩이를 긁적이며 테이블 의자를 끌고 오더
니 그 의자 위에 올라가 선반을 뒤적였다. 무언가 바삐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입에서 입김이 훅훅 나왔다. 겨울이었다.
「폴라리또, 우리가 만났을 때, 딱 이 정도 날씨였지?」
해리는 주머니 더 깊숙한 곳으로 손을 쑤셔 넣었다.
「아냐. 그때는 날이 더 추웠어. 이래가지고 북극 여행을 할
수 있겠어? 더 단단히 각오하라고. 있다가 집에 가서 패딩을
몇 개 챙기자. 담요도 챙기고.」폴라리또의 발걸음도 더 가볍
고, 당찼다. 거리 끝 모통이를 도니, 마드렝 씨네 자전거 가게
가 보였다. 마드렝 씨는 늘 그러했듯이, 자전거를 거리로 하
나하나 내놓으며,타이어의 기압을 확인하고 있었다.
「또 왔어요, 마드렝 씨! 겨울이 성큼 찾아온 기분이네요.」
폴라리또는 마드렝 씨의 자전거를 잡아주며 이야기를 했다.
마드렝 씨는 타이어 기압이 정상인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
서 일어나 폴라리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잘 왔어 폴라리또. 지난번에 내가 말한 사진을 찾았
단다.」
마드렝 씨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가게로 들어가더니 오래
되어 색이 바렌 사진을 한 장 가지고 나왔다. 사진 속에는 젊
은 청년이 빨간색 자전거를 들고 눈이 덮인 평야에 서있었다.
「마드렝 씨, 혹시 이 사진 속 청년이 마드렝 씨의 젊은 시
절인가요?」
사진 속에는 하얀 피부에 금발 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청년
이 있었고, 청년의 수줍은 듯한 미소는 마드렝 씨의 것이였
다.
「어릴 적이죠. 뭣도 모르고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이곳저
곳을 누비던 적이 이었어요. 폴라리또와 이야기하다 보니, 제
가 갔던 곳이, 폴라리또의 고향과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마드렝 씨는 사진을 폴라리또의 두 손에 꼭 쥐여주었다. 그
리고는 해리를 한 번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폴라리또는 가방에서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꺼내어 마드렝
씨에게 내밀었다. 해리는 그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것인
지 정말 궁금해졌다. 폴라리또가 이렇게 말했다.
「슈퍼피자는 유기농 토마토와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만을
사용해요. 제 작은 마음이에요.」
마드렝 씨는 놀란 표정으로 봉투를 열어보았고, 하얀색 봉
투 안에는, 피자 가게 ※쿠폰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슈퍼피자)는 피자를 1판 주문하면, 쿠폰을 1장씩 주었는데,
이 쿠폰을 10장 모을 때마다. 토마토 모짜렐라 피자 한 판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책속한줄
잘보며 다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