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소속 천년고찰 완주 봉서사(주지 월해 스님)가 지난 1979년 12월 26일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강제 수용당한 토지의 회수를 호소하고 나섰다. 봉서사는 토지 수용 이후 일주문 진입도로조차 없이 30여 년 동안 군부대 훈련장을 통해 불편을 감수하고 출입해왔지만, 군부대가 이전한 상태에서 마땅히 원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봉서사는 최근 훈련장을 사용하던 육군 제35사단이 임실로 이전함에 따라 군에 강제로 뺏겼던 삼보정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군이나 정부(국방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전소되기 이전의 1929년 경의 봉서사 전경 사진. 사진=봉서사 제공
봉서사 주지 월해 스님(전 태고종 총무원 부원장)은 20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교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전국의 불자들이 봉서사의 사찰토지 회복 노력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월해 스님은 “1950년대 초부터 육군 제35사단이 무단으로 사찰 소유지를 훈련장 및 포사격장으로 사용해 왔다. 신도의 사찰왕래도 막고 무단사용을 일삼더니 10.26사태 후에는 사실상 강제로 사찰 소유지를 매입해갔다”고 말했다.
봉서사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로, 고려시대에는 보조지눌·나옹혜근 스님이, 조선시대에는 부처님 후신으로 칭송받던 진묵 스님이 주석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어진을 봉안한 전주 경기전의 비보사찰로 당시 300여 대중과 9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다.
임진왜란 등에서도 사찰이 온전히 보존되어 왔으나, 6.25전쟁 때 공비토벌을 이유로 군경에 의해 전소된 것을 1957년부터 일부 중창했다. 지정문화재는 진묵대사 부도(전북도지정문화재 제108호)만 남아있다.
진묵대사 부도전. 국방부가 강제 수용한 땅에 위치해 있다.
월해 스님은 “국방부에 수용당한 25만평에는 2km에 달하는 사찰 진입로와 남암터, 도솔암, 동삼굴터, 부도전터, 진감국사 사적비터, 진묵장천(약수터) 등 불교 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봉서사의 사격회복을 위해 강제로 수용당한 사찰 옛 땅의 회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월해 스님은 “태고종 총무원 교역직 소임을 지내던 당시 봉서사 토지를 돌려달라는 요청을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한 적이 있다. 총무원을 예방했던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반드시 봉서사 땅을 돌려주겠다’더니 그 이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또 “임정엽 완주군수 등도 만날 때 마다 봉서사에 토지를 되찾아 주겠다고 장담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봉서사 신도회 이원일 불자는 “전주 한옥마을은 국보인 태조 어진인 전주 경기전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경기전의 비보사찰이었던 봉서사를 진입로조차 망가뜨린 채 방치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해 스님(사진)과 신도회 간부들은 현재 육군 상무대와, 태고종 총무원 등을 찾아 봉서사 땅을 되돌려 받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각계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월해 스님은 “봉서사의 옛 땅을 회복한다면 선암사 태고총림에 이은 제2의 태고총림을 조성할 것”이라며 “탁발을 해서라도 토지매입에 필요한 금액을 마련하겠다.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군부대가 이전했으니 이제는 땅을 돌려 달라. 팔기만 한다면 다시 사겠다”고 호소했다.
봉서사는 경관이 빼어난 이곳을 봉서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매입하게 될 경우, 유락시설 등이 들어서 사찰 수행경관도 해치고, 아름다운 산천이 오염될 것이 분명하다며, 봉서사에서 이곳을 완주와 전주 시민의 정신을 맑히는 수행도량, 마음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이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