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두 줄기에서 꽃이 피었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부추도 애를 썼겠지만
나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더 귀하게 여겨지는 꽃이다.
어럿을적 뒤꼍에는 장독대와 앵두나무와
대추나무도가 있었고 부추는 제 맘대로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었다.
집 옆에 텃밭도 있었는데 부추는 왜 거가의
작은 터전 하나 얻질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곳에는 오이 고추 가지 상추 등등..
여름날의 반찬 재료가 될 것들이 심어 있었다.
부추는 그곳애 심어있지 않았다 ,
우리 지방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 불렀다.
어떤 날은 엄마가 부추를 한 움큼 쓱쓱 베어와서
나보고 다듬으라고 했다.
밑부분의 지저분한것과 색깔이 변한 부추잎을
떼다 보면 어떤것은 부추 꽃대가 있었는데
그것은 좀 더 굵고 위에 작은 주머니를 매달고 있었다.
엄마한테 그것을 버리는 거냐고 물어보면
네 맘대로 하라고 하였지만 어린 나에게는
참 어려운 선택이기도 해서 그냥 버렸다.
부추꽃은 잊고 있었는데 파꽃은 생생히 기억난다 .
둥그런 솔방울만 한 파꽃엔 벌이 유난히
많아 파꽃 근처에는 가기 싫었다.
도라지꽃과 부추꽃은 그리운 꽃이 되었다.
어린 시절 그리고 고향과 함께 엄마가 생각나서
언제부터 키우고 싶었지만 화원에서도 살 수가 없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도라지 씨를 구해서 삼 년째
도라지꽃을 본다.
작년에 부추씨를 구했다.
뒤뜰에 심었는데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인지
힘도 없고 가늘해서 푹 주저 않은 모양새였다.
그것을 다시 기다란 플라스틱 상자에 옮겨 심었더니
무럭무럭 힘 있게 잘 자란다.
며칠 지나면 훌쩍 커버린 부추가 양은 적지만 잘라서
야채샐러드에다 넣기도 하고 파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마켓에서 사 온 부추에 내가 키운 부추를 섞어
딸네 집에 부추전을 만들어 갖다 줄 때 엄마가
키운 거라고 살짝 거짓말도 한다.
야채를 잘 먹지 않는 손자도 신통하게
내가 만들어 다 준 부추전은 잘 먹는다.
사위도 내가 해 주는 음식 중에 부추전을
아마 세 손가락 안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나처럼 부추김치는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안다 .
얼마 전에 꽃대 세 개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한 개는 내 부주의로 부추와 함께 잘려졌고
두 개를 남겨 놓았더니 꽃망울이 점점 커갔다.
그러다니 며칠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별 모양 하얀 꽃이 올망졸망 예쁘기도 하다.
꽃 가까이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보니
부추 냄새가 아닌 매력적인 꽃향기가 난다.
어떤 향수를 이 향에 비길 수가 있을까?
요즘 이곳은 무더위가 한창이어서
한낮은 화씨 90도에 가깝다.
화단의 나무와 화초들도 더위에 지쳐 보이는데
부추꽃은 하늘을 보며 꼿꼿이 잘도 피어있다.
그것을 보면 나도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고
허리를 곧게 하며 자세를 바르게 하게 된다.
올봄에 한국 마켓에서 부추씨를 팔길래 두 봉지를 사서
씨를 뿌렸는데 그야말로 한 개도 싹이 나질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고 씨가 불량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든 씨를 다시 구할 것이다.
구하려고 맘만 먹으면 얻게 되는 게 세상의 진리이니
부추씨와 도라지 씨를 구해야 할 품목으로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있다.
더 많은 부추꽃을 보고 싶다.
더 많은 부추꽃 향기를 맡고 싶다.
그리고 부추꽃처럼 당당히 하늘을 향해
꼿꼿한 곧은 자세로 맑은 웃음을 지으며 살고 싶다.
첫댓글
부추꽃을 아녜스님의 글로써
처음 봅니다만,
이 말을 쓰면, 수필방 여러분이
웃을지 모르겠습니만,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ㅎ
도라지, 부추는 우리 토속적인 느낌을 주고
반찬으로도 많이 쓰이는 것이지요.
꽃을 좋아하는 까닭에 꽃이야기를 쓰시겠지만,
아녜스님의 향수어린 생각과 어머니와의 추억이
어려있음을 알겠습니다.
여름철 정구지에 멸치젓을 넣은 정구지 김치
무척 좋아하지요.
어린시절 비오는 날에는,
엄마가 솥뚜껑에 구운 정구지 전을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
즐거움은 아직도 기억속에 남아 있지요.
부추꽃, 잘 읽었습니다.
글을 올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
시간차가 있다 보니 혹시라도 댓글에 답을
하면 수면에 방해가 될까 해서 그곳 시간으로
낮에 답글을 쓰게 되는군요.
늘 어렷을적 이야기 아니면 꽃이야기니
가끔 부끄러운 글을 뭐하러 올리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답니다 .
그래도 늘 반갑게 정성스런 댓글을 주시는
콩꽃님 감사 합니다 .
타국에 계시니 고향의 꽃이
그리우신게지요.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요.
도라지꽃이 참 이쁩니다.
보라와 희색의 통꽃이지요.
부추전은 어제 저도 구웠습니다.
오징어 남은 게 있어 썰어 넣고요.
부추를 땅에 심으면 벤 자리에
다시 올라옵니다.
조근조근 들려 주시는 이야기가
참 곱습니다.^^
도라지꽃이나 부추꽃은 어렷을적엔
눈여겨 보지도 않던 꽃이었지요.
왜 나이 들수록 그런 꽃이 더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부추전 할때 오징어 넣어도 맛있지요 .
밑둥만 남기도 잘라주고 뒤 돌아서면
바로 자라나더군요 .
신통하게도요 .
명절이 다가와서 지언님께서는 분주 하시겠네요.
좋은 나날 되세요 .
내가 사는 충청도에선
부추를 졸이라고 하는데
꽃이 피기 전에
밑동을 바짝 잘라줘야
싱싱하고 실한 부추 잎을
항시 맛있게 먹을 수
있더라고요
우리 집 뒤뜰에
부추밭이 있는데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물론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홀샘님께서 제 글에 처음으로
댓글을 하신것 같습니다 .
그래서 엄청 고맙습니다 ,ㅎㅎ
저도 고향이 충청남도 인데
정구지라고 불렀어요.
졸이라고도 들어 본것 같아요 ..
홀샘님댁 부추는 풍년이군요 .
제집것은 보물단지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
부추꽃 사진 고맙습니다 .
부추꽃을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부추라는 단어로 부추전이 먼저 떠오르는 지금의 저 입니다. ㅎ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장미 같이 윤기 흐르는 아름다움이 다닌 담백한 어여쁨이
마음에 담기는 꽃이네요.
아녜스님의 정성어린 손 길에도 싹을 틔우지 못했으니
그 부추씨 불량 맞습니다. ^^
해도네님은 어렷을적에도 세멘트길 걸으셨구나
상상을 하면서 웃음을 짓습니다 .
부추꽃이 흰색이라 더 예쁘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 뙤약볕 아래 하얀색 꽃 ㅎㅎ
배타고 와서 또 오래 묵은것이라 아마
싹이 안 난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또 도전 해 봐야죠.
기쁜 하루 되세요 해도네님
씨를 뿌렸는데 한개도 싹이나지 않았다 ㅡ
시중에서 구매한 씨중에서 간혹 이런 불량씨가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다른 씨를 뿌리면 싹이 잘 날거에요
그나저나 대한민국에서 부추 씨와 도라지 씨를 공수해 와야겠네요?
그리고 불량씨 방지를 위해서 씨판매점 두군데 이상에서 구매를 하시면 좋겠어용
충성 우하하하하하
두봉지를 각각 다른곳에 뿌렸는데 싹이 안 났어요.
불량 맞는것 같습니다 .
한국에 가면 사서 몰래 숨겨 오려구요 .
원래 씨앗은 갖고 못 들어 오거든요. 1급 비밀 입니다 .
태평성대님 말씀대로 두군데서 사야 겠어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충성 !!
친정엄마 은비녀 같은
부추꽃
달빛이 내려앉으며
목 쭉ㅡ빼고
나의 창가를 들어다보는
나의 게으름이 피어 낸 꽃
부추꽃
아녜스님 덕에
지금 막 마당에 나가
찍어왔습니다
뜨근뜨근해요 ㅎ
어머 세상에나 ~~
내가 그리워 하던 그모습 딱입니다 .
정말 예쁜꼿이지요 .
올려주신 시도 제맘이어요 .
눈물 나도록 고맙습니다 .
윤슬하여님 올리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왠지 끈이 ~~ 이어지는 느낌 !
저 혼자 그런가요 ?
@아녜스
아녀요
워낙 바쁜 일상이라
혼자서
글 올라왔구나!
하고
눈이 인사만 하고 지나쳤습니다ㆍ
희망이 있는 삶.해보려는 의지가 있는 삶건강한.....삶입니다
그저 부추꽃 이야기를
너무 광대하게 말씀해 주셔서
제가 힘이 납니다 .
처음 인사 드리는것 같은데
자주 뵙기를 소망해 봅니다 .
경상도 지방에선 정구지라고
하더군요.
우리 동네에선 솔 이라고 합니다.
요즘 부추밭에 하얀 꽃이 피어서
베어내고 있지요.
대파도 꽃을 핍니다.
솔방울같다눈 표현이 어울리는
모양새 이지요.
무악산님 고향에도 가을이 오고 있겠지요?
지난번 글 읽었는데 아직 답글을 못했어요.
제가 사는 이곳은 요즘 화씨 90도를 넘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은 그래도 시원하고요.
한국은 가을은 좀 바빠도 아름다운 계절이지요.
고향 소식 자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
잘 보았습니다.
충청도에서는 정구지라고 했습니다
어릴때는 부추가 사투리인줄 알았습니다
도라지 자주빛은 고향의 색이지요
유년의 색깔로 느껴지지요
정구지꽃은 참 오랬만에 봅니다
추억소환에 감사합니다
돌비님도 고향이 충청도라고 하신것 기억합니다 .
부추라고 말하기 시작한것은 결혼 이후 같습니다.
보라색 도라지꽃도 참 정감이 갑니다 .
예전에 도라지꽃 글도 올렸었지요 ㅎㅎ
올 봄 한국 갔다가 오니 화분에 심은것은
죽었고 땅에 심은것만 있답니다 .
그래서 딱 한송이 보았어요 .
더 사다 심으려고요 .
돌비님 ~
고맙습니다 .
아침
눈을뜨니 가을 문전 기운이 없어서
감사 기도 드리고
노래를 불렀네요.
넘치도록 자비 베풀어 주시고
의로움 나눔하며 살도록 이끌어 주십사,
의탁도 드리고
참 좋구나 환한 미소 띄우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자고 다짐을 했어요.
내 안에 나를 지켜주시는
하느님 사랑이
부추꽃 곧은 모습처럼
곧은 자세 되기를 기원합니다.
참 좋은 모습의 신앙인으로 살아가시는
조윤정님을 본 받고 싶습니다 .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예쁘실까요?
충만의 계절에 조윤정님께도
은총의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도라지도 많고 상추도 많네요.
빈땅도 많고요.
엄청 부럽습니다 .
나이컨님이 제 이웃이면 땅 조금 빌리는건데...
저야 늘 소꿉장난 같습니다 .
그래도 심고 들여댜 보고 재미있습니다 .
사진도 고마웠습니다 .
저걸 그대로 두면 뿌리가 점점 많아져서 가득해 질거에요
그때 나눠서 옮겨 심으면 되어요
잘 아시겠지만..ㅈ
그런가요?
저는 잘 몰라서 좀 크면 잘라서 쓰곤 했어요.
그렇게 해 볼께요.
모르고 있었답니다.
부추꽃 소담스레 피어있는 모습이 참 이쁘죠?
너무 양이 적어서 소답스럽지 못해도
볼수록 예쁘답니다.
경상도 쪽에서 정구지라고 하지요.
저도 작은 텃밭에 정구지 조금 심었는데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베어 와서
반찬을 만들곤 합니다
게으름을 피우느라 텃밭에 며칠 안 가면
부추꽃이 피곤 한답니다.
부추꽃, 파꽃, 소박한 꽃이지만
예쁘지요
충청도에서도 정구지라 했어요.
솔이라고도 한다네요. 부추라고도 하고요.
게으름 피워도 용서가 되는 부추니
좋은 식물이 분명하죠?
좋은 하루 되세요.
부추가 꽃을 피는군요.
나는 한국서 가져온 부추씨앗을
화분에 뿌렸는데, 잔털처럼 조금 나는 듯하다
흐물흐물..
그래서 구석땅에 옮겨 심고는
물을 자주 주긴하는데
가늘다란 실처럼 맥가리없긴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가까이 가면 부추향이 나긴 해요..ㅎ
남들은 그냥 두면 매년 잘 자란다 하던데...
제가 아는것은 부추는 햇볕이 잘 드는곳에
심어야 해요,
그늘진 곳에서는 흐물 흐물 힘없는
머리털 같지요 .
홈디포에 가면 가끔 모종이 보이는것
같았어요
오늘 이곳은 화씨 103도 까지 올라갔어요,
엄청 더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