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당에 눈이 가지런히 치워져 있고 어제가 쓰레기 버리는 날인데 아직
대형 쓰레기 주머니들이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놓여 있다. 창문으로 바라보는
눈과 자동차와 쓰레기 주머니들이 조화를 이루는 한 폭의 동양화같다.
오늘 점심에는 대학동기 다섯명이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떠들다가 헤어지는 5인회 모임이 있다. 요즘처럼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할 때는 이 모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지금시간이 10시다 . 11시에 나가야 하니까 아직 1시간은 여유가 있다.
에밀 졸라의 ' 나나 ' 를 들여다 보는데 이 작품은 ' 목로주점 ' 의 후속편으로 책
장에 옛날부터 꽂혀 있는데도 아직껏 읽지 못한 책이므로 읽어 봐야겠다는 생
각이다. 이 책을 보다가 옆에 있는 밀란 쿤데라의 ' 사랑 ' 이란 책도 슬그머니
들여다 본다. ' 나나 ' 다음에 읽을 책이다.
책장옆 옷장문을 여니 곰팡이와 먼지냄새가 확 풍긴다. 봄이 오면 옷들을 햇볕
에 소독을 좀 해야겠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뱅뱅사거리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모임장소로 가야겠다.
모임에 참석하고 카페에서 별 알맹이도 없는 이야기로 3시까지 떠들어쌓다가
다음 달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오다가 낙성대옆에서 버스를 내려 며칠전
붕어빵을 사 가지고 들어왔더니 아내가 맛있다고 한 붕어빵을 6개 삼천원을 주
고 사 와서 두개는 내가 먼저 먹어버리고 네개는 남겨놓았다.
아내가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어제저녁도 늦게까지
MBN의 현역가수 노래를 들으려고하니 뭔가 입이 심심해서 요기할 것을 사 놓
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붕어빵이라도 사 놓아야 할것 같아서 사 온 것이다.
막상 뭔가 살려고 하니 무얼 사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내 스스로 생각해 봐도
내가 참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사람인것 같다.
집에 뭉기적 거리고 있다가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떠들고 웃다가 들어오니 기
분이 훨씬 가볍고 젊어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또 하루가 지나간다. 2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