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부경경마공원 ‘돌쇠마’ 열전
- 2011년 한해만 총 20회 경주에 출주... 최고성적은 3위
- 성적은 못 내지만 나름 밥벌이 하는 강철체력마
“결승선까지 남은거리는 약 100미터! 선두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긴박한 경주흐름을 말 해준다. 선두로 치고나오려는 추입마들과 선두를 지키려고 갖은 애를 쓰는 선행마들의 막판 선두다툼이 치열한 경주 종반이면 경마중계 아나운서도, 팬들도 관심은 모두 ‘어떤 마필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가?’에 집중 된다. 복승식과 연승식, 삼복승식 등 그 승식에 따라 2위와 3위도 중요한 착순으로 인식되지만 후미에 처진 채 묵묵히 경주로를 달려온 등외 마필들은 우승마와 같은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남는 것은 팬들의 비난과 질책뿐이다.
2000년대 중반,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경주전적 113연패라는 대단한(?)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경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화창한 봄날’이라는 의미의 ‘하루우라라’라는 경주마였는데, 1998년 데뷔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 한 채 은퇴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우라라’에게 자신의 이름처럼 ‘화창한 봄날’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하루우라라’를 위해 기꺼이 마권을 사주는 것은 물론, 직접 경마장을 찾아 열띤 응원도 펼쳤다. 세상사가 모두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는 현실에서도 항상 지더라도 경주에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달리는 ‘하루우라라’를 보며 당시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있던 일본 국민들은 마음의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이종대)에도 일본의 ‘하루우라라’와 비슷한 경주마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글로리엔젤’(5세, 암, 한국, 7조 김병학 조교사)로, 작년 한 해 동안 총 20회 경주에 나섰지만 우승 기록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3위 기록이 2회 있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 되겠다. 경주마들이 보통 한 달에 한번 경주에 나서게 되는데 ‘글로리엔젤’은 한 달에 두 번 가까운 경주출전기록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경주마들은 경주 출전 후 3주정도 지나야 경주에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되지만 ‘글로리엔젤’은 피로회복능력이 여느 마필보다 뛰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비록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체력으로만 따지자면 부경경마공원 930여 마리의 경주마 중 최고수준이다.
흔히 경주마로서 능력이 없는 마필을 경마관계자들 사이에서 ‘똥말’이라고 낮춰 부르곤 하는데 작년을 기준으로 부경경마공원 최고의 똥말은 단연 ‘글로리엔젤’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리엔젤’이 지금까지 기록한 역대전적 중 최고의 성적은 35전 중 2위 2회가 전부이니 소속조 조교사와 관리사의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정이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소속조에서 천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주마들은 각 마방의 체계화된 시스템 하에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마필들은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동일한 시간에 청소해주고 사료를 먹이고 운동을 시키기 때문에 아무리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마필이라 할지라도 그 시스템 하에서 같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리엔젤’의 김병학 조교사 역시 “아무리 우승 못하는 마필이지만 우리 마방의 모든 마필이 다 내 자식처럼 사랑스럽다”면서 “비록 우승기록이 없다지만 경주에 나서서 위탁관리비 정도는 벌고 있으니 나름 자기 밥벌이는 하는 놈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매번 출전 할 때마다 우승을 원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탈 없이 경주를 무사히 마치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라고 말한다.
경마의 속성상 어떤 마필이 우승을 차지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승마가 있음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꼴찌마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우승이고, 때문에 그 우승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부경경마공원을 찾아 우승마를 위한 환호를 조금 아꼈다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나머지 꼴지 마필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 <단신>
부경경마공원 이종대 신임본부장, 12일 경마시설 순시
지난 8일(수)부로 신임 부산경남경마공원 수장으로 취임한 이종대 본부장이 지난주 일요경마일 오후 1시부터 유관기관과 주요 경마시설을 순시했다. 이종대 본부장은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등을 차례로 방문했으며 부경경마공원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말테마파크의 주요 시설인 ‘호스토리랜드’와 ‘포니랜드’, ‘더비랜드’ 등을 둘러봤으며 기수대기실 등을 방문해 경주에 나서는 기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종대 본부장은 경마시설 순시를 마친 후 “서울경마공원 대비 부경공원의 훌륭한 인프라가 인상적이었다”면서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동남권 최고의 가족 놀이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객서비스 제고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승용차요일제 시행
KRA 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이종대)은 정부의 공공부문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고자 ‘승용차 선택요일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승용차 선택요일제’란 부경경마공원 근무일인 수요일부터 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하여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부경공원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근무일이기 때문에 대상요일을 조정해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부경공원은 선택요일제는 전 직원 의무사항으로 ‘경차’ 및 ‘3인 이상 카풀차량’과 ‘상시 조기출근차량’ 등 예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차량은 전부 대상이 된다. 한편 부경공원측은 기수와 조교사 등 마필관계자 등은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계도활동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근 기수, 개인통산 100승에 3승 남겨둬
부경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김용근 기수(30세, 8조 김상석 조교사)가 지난주 금요경마에서 3승을 솎아내며 개인통산 100승 고지에 3승 차이로 근접했다. 김용근 기수는 이날 8차례 경주마에 올라 무려 3승을 쓸어 담으며 물오른 기승술을 뽐냈다. 이날 기록한 승률은 무려 37.5%로, 개인통산 승률 9.6%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요경마에서는 3차례 경주에 나섰지만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김용근 기수는 지난 2005년 부경경마공우너에서 데뷔해 지금까지 1013전 97승, 2위 94회로 승률 9.6%, 복승률 18.9%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