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딱히 무엇을 보겠다고 나선 걸음은 아니었지만 마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의 작품인
"붉은돼지"가 상영되고있더군요.
1차 세계대전직후를 배경으로 붉은돼지와 공적들간의
낭만적인 비행에 관한 소재였습니다.
아마도 미야자키 감독은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생떽쥐베리를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나 합니다.
생떽쥐베리는 1차세계대전에도 참전한 멋진
비행사 출신이었고 비행에 관한 작품이
"남방우편기"와 "야간비행"등이 남아있습니다.
생떽쥐베리는 어느날 감쪽같이 비행기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생떽쥐베리가 바다에 추락
했을것으로 보고 지금도 그 비행기의 잔해를
찾는다는 기사를 가끔 발견합니다.
붉은돼지도 생떽쥐베리처럼 낭만적이고
멋진 비행사로 그려집니다.
생떽쥐베리, 붉은돼지만큼이나 나에게 기억으로
남는 멋진 비행사가 한분 계십니다.
나도 어릴때부터 멋진 비행사가 되고싶었고
그리고 세차례나 시도끝에 꿈을 접어야 했고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라도 먼발치로 보고싶어
공군에 자원했습니다.
행운이라면 행운으로 나는 사병도 비행을 할수있는
여건이 좋은 "공수비행대대"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전투가기 쌩쌩 날아다니는 전투비행단에서는
꿈도 못꿀일이지요.
특전사나 UDT 혹은 해병수색대 출신이라면 신물나게
몸을 실었던 C-123 비행기 대대지요.
지난번에 하늬사랑님과 한잔기울일때 그분이 공수부대출신
이고 역시 그분도 C-123 대한 아련한 추억을 말씀하시더군요.
그곳에서 세상에서 젤루 멋진 비행사였던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나의비행에 대한 열정을 눈치채시고
내가 자리를 비울만큼 한가할때면 저를 태우고
비행하시는걸 즐거워 하셨습니다.
아마도 자대를 배치받고 서너달이 지나서였을겁니다.
아직 업무도 익숙하지않아 빡빡 기기만하던
이등병시절이었죠.
아마도 1988년도의 3월 그믐날 정도 였을겁니다.
보통 달이 없는 날에 대간첩 심야 초계비행을
나가곤 하거든요.
"너 비행기 타봤냐!!"
"아직인데요..아직 업무익히느라고 그럴새가 없었어요"
"햐!!이거 비행대대 CQ가 아직 비행도 안해봤대서야..
내가 선임하사한테 말해놓을테니 오늘 같이 한번 올라가자"
이렇게 해서 생전처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거죠.
왕복엔진 특유의 거친소리와 함게 프로펠라가 돌아가고
비행준비를 위해 주기장은 분주해집니다.
그날의 승무원은 정조종사(MP), 부조종사(CP), 항법사(NA)
기상정비사(FE) 2명, 기상무장사(FA) 3명 그리고 나를 포함해
8명이 탑승했습니다.
내자리는 COCKPIT(조종실)안에 정조종사 뒷자석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계기판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활주로..
모든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ENGINE START !
TAXI TO THE RUNWAY !
READY FOR TAKE OFF !
헤드셋으로는 무선통신기 특유의 잡음을 내면서
관제탑과 조종사간의 교신이 이루어집니다.
활주로 끝에 서서 왕복엔진은 물론 제트엔진의 출력을
높이고 긴장감을 높여갑니다.
TIRE가 구르기 시작하면서 비행기의 가속도에 몸이
뒤로 쏠립니다.
기분이 묘해지면서 몸이 붕트는 느낌을 받을때
밖을 보니 아련히 지상의 건물들이 멀어져 갑니다.
1000피트 2000피트....순항고도인 8000피트에 다다를때가지
비행기는 이리기울기도 하도 저리기울기도 하고
선회를 하기도합니다.
순항고도에 접어들면서 이제 COCKPIT 에는 긴장이
풀리고 서로 웃어가며 농담도하고 다소 여유로와
집니다.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왔습니다.
아마도 멀리서 보기때문에 더아름답겠지요.
바다에 이르르니 동해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의
불빛고 별이요 하늘의 별도 별입니다.
도시를 지날때는 보석을 촘촘히 박아놓은듯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꿈을 꾸고 있는듯했습니다.
그분이 포트에서 커피를 따라 저에게 한잔줍니다.
"어때 스카이라운지에서의 커피 한잔.."
저는 환상적이라는듯 미소와 고개짓으로 답을 합니다.
그렇게 하늘에떠서 약 5시간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때엔
부산 앞바다에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하더군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일출역시 장관이었습니다.
그분과의 비행중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 "붉은돼지"
에도 나오는 장면이지만 이른바 "구름평원"이습니다.
낮은구름이 드리워진 장마철이었는데 일반적으로
구름이 낮게 드리우면 비행을 하지 않는데 그날은
비상대기 팀의 교체를 위해 어쩔수없이 비행기를
띄운날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런날엔 나같은 사람에게 평생 하기힘든
광경이 펼쳐진다는것을 알았기때문에 저에게 비행을
제의한것이겠지요.
낮고 짙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니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구름아래 저세상에서는 짙은 회색을 띤 먹장구름
이었는데 구름위 세상은 눈부신 설원같은 구름평원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보지않고는 믿지못할 광경이었죠.
멀리선 본다면 그 끊임없이 넓은 설원을 썰매한대가 유유히
지나가는 듯한 그런 풍경이었을겁니다.
"붉은돼지"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니 이내 그분생각에
눈이 먹먹해져 아이들 모르게 눈을 깜박입니다.
언젠가 전쟁기념관에 갔을때 그분과 같이 비행했던
그비행기가 (C-123) 퇴역하여 기념관 모퉁이에자리잡고
있는것을 보고도 그렇게 눈앞이 먹먹해졌었지요.
이제 얼마있으면 기일이 다가오는군요.
그 낡은 비행기가 기체고장을 일으켜 추락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그분은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겠군요.
이제 공군에서는 왕복엔진을 장착한 항공기가 사라지고
그자리에 최신형 제트전투기와 쌩쌩한 터보엔진의
항공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했던 추억의 비행기인 C-123는 박물관에서나
먼발치고 바라 보고 있습니다.
"붉은돼지"를 보면서 그렇게 비행의 추억을 회상했고
생떽쥐베리보다도 몇백배 멋진 비행사를 가슴으로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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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비행의 추억 (C-123)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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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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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에게 갈켜줄것이 있노라고 말씀하시던 하늬사랑님이 생각나네요."고공낙하!!"....필리핀갈때 보았던 하늘도 멋졌는데..스카이라운지에서의 커피한잔의 여유를 위해 얼마나 많은 많은 분들이 안전비행을 위해 애를 썼을까요...CD로 보았던 "붉은돼지"를 다시 찾아서 봐야겠네요....메리 크리스마스~~~~*
주신글 읽으면서 이 지나가는 객은 ""갈매기의 꿈"" 리차드 바크란 저자가 생각이 남니다.이분도 공군 비행기 조종사 였다고 합니다.그러면서 문득 추억속의 한장면들이 아련하게 스쳐지나갑니다.울 이종 오빠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서 공군사관학교 시험보고서,,,,,그다음 면접은 어릴때 코를 다친것 때문에 비행기
를 조종 할수 없다는 판단을 받고서 상실감에 빠져서 우왕 좌왕 하는 모습들이 갑자기 떠오르네요.그 만큼 하늘을 날고 싶어 했었는데,,,,,,,, 고맙습니다.추억속의 한장면을 연상케 해주어서 고맙습니다.즐거운 성탄 보내시와요.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난 육군 장교식당 출신인데 우리 식당 앞에 헬기장이 있었어 사단본부대여서 헬기가 자주 내려앉곤 했지 한번은 프로펠라 두개짜리 헬기가 착륙을 하는거야 주변의 흙먼지와 잔디로 일주일 내내 쓸고 닦고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성탄절 잘보내라 말 안해도 알겠지만....
저도 너무도 황홀한 석양의 '구름바다'를 바라보며 저절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기억이 납니다...